"청년미사에 청년이 없다"
“청년미사에 청년이 없다”… 교회 대응도 미지근
활동 청년, 교적상 10%에도 못미쳐
영성기행 프로그램·성서공부 모임 등
신앙체험 우선하는 복음화 교육 필요
“타 본당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지구 모임에 가서 얘기해보면 다 그렇다고 하던데. 몇 년간 자연스레 벌어진 현상이라… 이젠 50명 정도면 많은 편에 속하는 거에요.”
10월 9일 서울 모본당 청년 미사 전 청년연합회 회장 송재환(가명)씨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얘기했다. “교적에 있는 청년수는 약 700여명이죠. 근데 이런 현상에 대해서 딱히 신경써주는 사람도 없고, 저도 그냥 손 놓고 있는 실정이에요.”
성당을 둘러보니 성가대, 전례단 등 청년 단체에 소속된 인원을 제외하고 미사에 참례한 청년은 50여명이 채 안돼 보였다. 청년들을 위해 안배된 자리는 어르신들이 점유(?)하고 있었다.
청년 선교에 있어 한국교회가 ‘빈사 상태’에 빠졌다. 최근 교회내 각 본당 청년 미사 또는 본당 내 청년 공동체 활동을 들여다보면 그 실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한국천주교회 통계(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전반적으로 30대 미만 청년 신자 교세가 제자리 또는 뒷걸음질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2004년 통계에선 군종교구 청년 신자 증가에 힘입어 20~29세 청년 신자들의 수가 최근 8년간 최고치인 9.4%의 증가율을 보여, 한편으로 청년 선교에 희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대교구 본당청년사목부 배상엽 신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1997년과 2002년 서울대교구 청년 신자 실태조사 결과, 청년들의 활동 숫자는 감소하고 개인적인 미사 참례는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또 청년들의 활동숫자가 준 이유를 ▲다중적인 청년문화(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급속한 발전 ▲문화, 웰빙 생활 추구 향상 ▲직업 불안정에 대한 시간과 여유부족 등을 꼽았다.
배신부는 “90년대 중반까지의 청년들은 신앙생활보다는 활동과 행사, 운동권이 중심이었다”며 “현재의 청년들은 그때와 달리 굉장히 신앙 중심”이라고 밝혔다.
어느 누구도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 현실에서 교회 역시 이들에게 수수방관하고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평신도 신학자인 황종렬 박사는 “교회가 청년 선교에 있어 기존의 방식과 사고의 틀을 바꾸지 않아 일어난 결과”라며 “1980~90년대에는 교회가 활동과 운동권 중심이었던 청년들을 몰아내고 현 시대 청년들에게는 제발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황박사는 또 “영적 갈증에 목말라 하는 청년들을 위한 창구가 교회에 그리 많지 않다”며 “청년 복음화를 위해 청년을 포함한 사제, 수도자, 과거 신앙운동에 매진한 평신도 전문가 등이 함께 ‘영성 기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청년은 한국교회의 밝은 미래’, ‘젊은이들은 교회의 희망’이란 문구가 아직 한국교회에는 유효할까. 다행히 일부 청년들은 최근 스스로 영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교회내 다양한 행사나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교구의 대표적인 청년 사목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가톨릭청년성서모임’은 청년 사목에 있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1988년 창설된 가톨릭청년성서모임은 현재 매년 5천여명 이상이 참가해 성서 공부를 하고 있으며 3천여명이 연수에 참가하고 있다.
가톨릭청년성서모임을 지도하고 있는 홍인식 신부는 “미래교회를 준비하는 청년 사목을 위해서는 청년들이 교회 내에서 하는 단편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우선 하느님의 신앙적 가치관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이러한 방안으로 신앙 체험을 우선 하게 하는 복음화 교육이 청년 선교에 있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발맞추어 서울대교구 교육국 역시 청년 복음화를 위해 올해 11월 서울대교구 청년 큰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며 내년 8월경에는 2박3일 일정으로 대규모 청년 대상 행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8월 독일에서 열린 제20차 세계청년대회에서 ‘그리스도를 젊은이들에게 선포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회는 신앙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부족한 청년 신자들을 더 이상 방관할 순 없다. 사회의 비복음적 가치관에서 청년들은 노출되어 있으며 현실에서 그들에 대한 교리교육은 삶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선교의 황금어장인 청년층을 언제까지만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제도적 배려가 전무한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은 교회의 미래’란 말은 더 이상 통용 될 수 없다. 교회는 더 이상 청년들을 잃어서는 안된다.
■“신앙 갈증 해소하기 위해 교회가 청량제 역할해야”
지구별 전담 신부 필요
“청년사목에 적극 헌신할 청년 지도자 양성해야”
서울대교구 본당청년사목부 배상엽 신부
“현재의 청년들은 신앙에 대한 갈구가 큽니다. 그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 우선 각 본당의 사제, 수도자들이 청년과의 면담, 만남의 시간 등을 통해 영적 도움을 주는 것이 미래 청년사목의 발전과 청년들을 교회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서울대교구 본당청년사목부 배상엽 신부는 현재 교회가 청년 선교에 있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 교회의 ‘손 내밈’이라고 강조했다.
또 배신부는 손내밈에 교회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본당이 청년 사목 대상에 있어 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집중하고 활동하지 않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키는데에는 청년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보좌 신부’가 큰 몫을 한다.
배신부는 “서울대교구의 경우 보좌 생활을 10년 가까이 하게 된다”며 “가장 힘있게 사목을 할 나이의 신부들이 결정권이 없고 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사목에 대한 열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젊은 신부들이 대폭 감소해 200여개 본당 중 140여개 본당에 보좌 신부가 없다는 것 또한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배신부는 두가지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지구별 청년 전담 신부 배정과 보좌 2년이 지난 신부들을 보좌가 아닌 전담 신부로 사목할 수 있는 배려가 바로 그것.
지구별 청년 전담 신부를 1~2명 정도만 배정하면 지구전체 청년 사목과 지구 안에 있는 대학 사목도 함께할 수 있고, 청년에 관심 있는 보좌 신부에게 청년 전담 신부로서 충분한 기간동안 결정권을 준다면 청년 사목이 급성장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배신부는 신앙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가 없는 청년층을 위해 청년 지도자 양성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주일학교 교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냉담을 하다가 활동을 시작해 신앙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청년 사목을 사제 혼자 다 하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들의 자발적인 해결을 요구하기 보단 청년 사목에 제대로 헌신할 수 있는 협력자가 있어야 청년 사목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신부는 특히 사목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험생, 군 신자, 유학생 등을 위한 교구나 지구, 본당 차원의 방법론이 준비되지 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 서울대교구의 청년사목 역시 10년이 채 안된,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영적 갈증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위한 청량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한 배신부는 “교회가 청년사목의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현재의 상태는 바로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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