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것을 삶으로 증거하자”
신앙의 결실
가을 들판은 씨 뿌리고 땀 흘려 가꾼 것들이 맺은 열매와 결실이 가득합니다. 추수를 기다리는 곡식과 과일들, 벌써 속이 차오르는 채소들이 풍요롭기만 합니다. 씨를 뿌리고 가꾸면 열매를 맺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면 신앙생활에서도 뿌려야할 씨가 있고 거두어야할 열매가 있어야 합니다. 제때에 열매를 맺고 결실을 내는 가을 들판을 바라보며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결실을 내고 있는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으로서 맺어야할 열매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갈릴레아에 있는 산에서 제자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이 열매 맺어야할 신앙의 결실입니다.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이 신앙생활의 열매입니다.
얼마 전 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이라는 조사결과에서 ‘지난 1년간 이웃이나 비신자에게 신앙을 권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의 3명만이 ‘신앙을 권유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나머지 7명 이상은 ‘전혀 없다 혹은 별로 없는 편이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10년 전에 비해서 선교를 위한 실천이 훨씬 낮아진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천주교 신자들의 전교 열의가 전반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과거에 비해 전교를 위한 실제적인 노력의 정도가 많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본당에서 생활하다보면 선교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신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도 ‘선교’입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분의 이름을 어떻게 부를 수 있겠습니까? 또 들어 보지도 못한 분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말씀을 전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신앙을 전하는 일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은 아직 주님을 제대로 믿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믿는 신앙을 통해 삶에 기쁨을 얻고, 희망을 얻고, 힘을 얻는 다면 인생의 그늘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어둠 속을 헤매는 세상에, 삶의 언덕에서 주저앉은 이들에게 그 믿음을 전하는 일은 기쁨이고 보람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유행한 노래 가사 중에 ‘사랑은 아무나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인연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통속적인 이치를 노래한 것이지만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일은 마음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눈이라도 마주쳐야하고 또 그 사랑을 고백함으로써 사랑의 결실도 맺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신앙을 주신 분을 알아보는 것이고, 그 분께서 바라시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는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또 하느님께서 예수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다는 것을 마음으로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게된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믿는 일과 고백하는 일이 하나로 될 때에 비로소 신앙이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믿는다는 것이 그저 마음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일로 그치고 말 때에 그 신앙은 결실을 맺지 못합니다. 마음으로 믿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사람은 ‘고백’을 통하여 결실을 맺어야하는 것입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마음으로 믿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그 신앙을 고백하는 일입니다. 신앙생활을 통해 이 고백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신앙의 열매도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맺는 열매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지마다 주렁주렁 풍성한 열매를 맺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알맹이가 없는 쭉정이나 덜 떨어진 열매를 맺기도 합니다. 신앙을 ‘고백’하며 사는 사람은 풍성한 열매를 맺지만 ‘고백’없는 신앙은 결실을 맺지 못합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은 생활도 활기가 차고 생기가 넘치지만 복음을 전하지 않는 사람들은 마른 나무처럼 생기를 잃고 마는 것을 봅니다.
신앙생활은 내가 믿는 것을 삶으로써 증거하는 일을 통해서만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의 삶 속에서 주님께서 뿌리고 가꾸신 사랑의 열매가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를 기원합니다.
김영수 신부 (전주 용머리본당 주임)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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