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닥친 굴욕통해 겸손 익히게 돼
미운 감정이 불타도 의지로 용서하고
하느님 주신 선물에 진정으로 감사해야
[질문]
신부님! 사람이 미워지고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용서해야 되겠다고 해도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자신이 또한 너무 싫어요! 용서를 해야 할까요? 용서가 안되면요?
[답]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건, 상처 받았다고 여겨지는 그 사건 안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세기 45장을 보면 요셉이 형제들 손에 의해 노예로 팔려갔던 이야기를 봅니다.
형제의 배반(이것은 남편일수 있고 아내일 수 있고 가장 친한 직장 동료, 성당의 교우일 수 있습니다)은 요셉에게 지울 수 없는 쓰라림과 불신을 안겨 주었고 그로인해 복수의 마음을 품게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형제들이 그에게 식량을 요구했을 때 가장 잔인하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장 비참한 그 사건 안에서 긍정적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이 노예로 팔려갔던 일을 상기했을 때 그는 그 속에서 그로 하여금 이집트에 자리 잡게 해서 이스라엘을 먹여 살리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으로 그는 악을 선으로 갚았고 그 자신은 물론 형제의 상처까지 치유시켰고 자신은 더욱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 땅에서 산다는 것은 천사들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를 내 삶 안에서 더 확실히 체험하게 됩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로마 7, 15).
용서는 우리의 양식이고 그에 따른 성령의 은혜는 우리를 더 성숙하게 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고통에 참여하는 소명을 가르칩니다.
우리는 나에게 닥치는 굴욕을 통해서 모든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덕인 겸손을 익히게 됩니다. 아무리 내 감정이 미움에 불타도 의지로 용서합시다. 그러면 감정은 의지에 종속되게 되어 있습니다. 의지로 용서하며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에 감사한다면 우리는 나에게 잘못한 사람들에게까지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예수님을 사랑하기 위해서 지금 그 사람에 대해, 그 사건에 대해 감사기도 합시다.
김연준 신부(광주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