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네 아이 가리지않는
한국 어머니의 모습 보여줘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고유 의상을 입은 성모 마리아상이 바티칸에 위치한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 안치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 성모상은 고운 한복을 차려 입은 단아한 귀부인의 모습은 아니다. 어린 예수님을 등에 업고, 머리에는 물동이를 이고 선 어느 시골 아낙네의 모습이다. 등에는 젖먹이를 들쳐 업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물을 길어 나르느라 땀 흘리는, 그러면서도 소박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일상생활 안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의 어머니 상이다.
저고리 바깥으로 가슴이 나온 것은 젖먹이가 딸린 우리네 여인들의 실제 모습을 그려낸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표현은 일을 하다가도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모성을 나타낸 것일 뿐만 아니라, ‘내 아이, 네 아이’를 따지기 전에 모든 아이를 돌보는 우리 어머니들의 고운 심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젖동냥 온 아이를 나 몰라라 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 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코끝을 찡하게 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내 아이만’을 외치는 어머니들을 흔치 않게 보게 되었고, ‘당신의 아이는 특별하니까’라는 문구를 내건 광고가 먹혀 들어가는 사회에 살게 되었다. 자식을 낳아서 올바르게 키우는 것은 당연한 부모의 도리이겠고, 남 다르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것도 부모라면 당연히 갖게 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내 아이는 특별하고, 남보다 뛰어나야 하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사고는 여러 사회적 병폐의 악순환을 유발하는 원인임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내 아이만’을 위하는, 도를 지나친 이기적 모성은 도리어 사회를 각박하게 만들고, 조화와 평화로운 공존에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을 길러낼 수 밖에 없다. ‘내 아이’가 아닌 ‘네 아이’를 품을 수 없는 모성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입양이 어려운 나라로 만들어 버렸고,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된다던 푸근한 인심은 찾아보기가 아주 어렵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접하게 된 ‘한복 입은 성모 마리아상’은 우리가 잃어버린 어머니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어서 반갑다. 비단 우리 어머니들의 옛 심성을 다시 일깨워준다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어머니의 원형으로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아 기르신 어머니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로서, ‘내 아이’, ‘네 아이’를 따지지 않고, 밉던 곱던 잘났건 못났건 하느님의 작품인 우리 하나하나를 보듬어 안는 분이심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한복을 입으셨기 때문에 더 정감이 가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모님이 한복이 어울리는 분이시라면, 역시 아프리카의 의상이나 남 아메리카 인디오의 의상도 어울리시는 분이시다. 성모님은 어느 한 가정, 어느 한 지역, 어느 한 나라, 또는 어느 한 민족만의 어머니가 아니라 ‘모든 민족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이다.
묵주기도의 성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더욱 돈독해지기를 기대한다.
조수정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