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어린 생명에 새희망 심었어요”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못받는 일 없어야
교회내 희귀난치병 지원 전문기구 희망
가톨릭신문사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성체성사의 해 생명나눔 캠페인 - 백혈병·희귀난치병 어린이를 도웁시다’를 마치며, 백혈병 환아 보호자와 의료진, 원목자, 캠페인 실무자가 참석한 가운데 결산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번 캠페인이 백혈병에 대한 교회 안팎의 인식을 확산시키고 많은 환아와 부모에게 새 생명의 희망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치료기간이 길고 환아 가정 전체에 심적.물적 고통을 주는 백혈병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골수(조혈모세포)기증 등 실질적인 생명 나눔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참석자
가톨릭대성모병원 원목실 박근태 신부
가톨릭대성모병원 원목실 이수민 수녀
가톨릭대성모병원 소아과 김학기 교수
백혈병 노영민 환아 보호자 윤인옥씨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윤경중 부장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박진숙 간호사
2억원 모금, 11명 환아 지원
◇윤경중-2003년부터 골수기증사업을 시작한 본부는 백혈병 환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며 지난 해 10월 가톨릭신문사와 함께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캠페인에 동참해 2억여원의 성금이 모였고, 11명의 백혈병 환아에게 지원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10여명의 어린이가 추가로 지원받을 것입니다.
◇김학기-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의 경우 항암치료만으로도 80% 이상의 어린이가 완치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완치되면 성인보다도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는 어린이들이 오랜 치료기간과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가톨릭신문사가 이번 캠페인을 전개해 주신 데 대해 의료진으로서 감사를 전합니다.
◇윤인옥-영민이(본지 2005년 9월 4일자 보도)는 2004월 4월 백혈병 판정을 받았고 올 12월 이식수술을 받습니다. 재발로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이식수술비만 1억원입니다. 다행히 캠페인 수혜자로 선정돼 수술비를 보태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하지만 주위 다른 부모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이제 갓 결혼해서 아기를 낳은 엄마들에게 몇 천 만 원은 큰 돈 인데. 집 팔고, 빚 내서 어떻게든 아이를 살리려 하지만 한 가족의 힘으로는 너무나 버거운 병입니다.
◇박근태-환아와 부모님들을 보면 투병이 긴 마라톤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위의 관심과 지지가 있어야만 병을 이겨낼 수 있다고 봅니다. 나의 일,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백혈병 환아와 보호자들을 바라봤으면 합니다. 교회 내에 백혈병이나 희귀난치병 환자들을 지원하는 전문기구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윤경중-사실 그렇습니다. 첫 캠페인이어서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캠페인을 통해 환아 한 명당 천 여 만 원의 성금을 지원했지만 완치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치료비가 지원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아이를 볼 때는 아쉬움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습니다.
골수기증, 가장 의미 있는 일
◇이수민-골수기증자를 찾는 부모님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어떤 경우는 골수기증을 한다고 입원까지 했는데 기증자 부모가 와서 데리고 갔던 일도 있었습니다. 제 주위에도 골수를 기증하신 분이 여럿 있는데 그분들 모두 건강합니다. 그런데도 왜 후유증이 있다는 이상한 소문이 퍼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윤인옥-여섯 분이 영민이와 일치하는 골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중 네 분은 기증을 거부했습니다. 나머지 한분은 교통사고를 당했고, 한분은 통풍환자여서 이식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만에서 찾은 기증자가 골수를 주시기로 해 간신히 12월에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박진숙-골수기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직도 사회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정작 서약을 했다가도 기증의사를 묻는 전화를 하면 무섭다고, 혹은 부모님의 반대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학기-골수 채취 수술은 전신마취를 하기 때문에 아프지 않습니다. 물론 수술 부위가 좀 불편하겠지만 수술 다음날이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한번 뿐 아니라 두세 번 골수를 기증하신 분도 많습니다.
◇윤경중-2003년부터 3년간 본부가 접수한 골수기증 서약자는 총 6500명입니다. 과거에 비해서는 골수기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백혈병 환자들이 치료에 필요한 골수를 받기에는 부족한 형편입니다.
◇김학기-골수기증 서약자가 10만명을 넘어선다면 백혈병 환자의 80% 이상은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그 절반도 안 되는 형편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서약을 하시고 골수기증에 동의를 해 주셔야 합니다.
교회, 생명나눔 관심가져야
◇김학기-가톨릭대 성모병원은 백혈병에 관한 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료기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가 힘든 백혈병, 이식이 꼭 필요한 백혈병 환자들은 우리 병원으로 옵니다.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이 더 많아 병동 자체가 무겁고 어두울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원목신부님, 수녀님들 덕분입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견디기 힘든 치료과정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주시기 때문입니다. 의료진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그런 모습이 바로 우리 교회가 구현할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태-캠페인은 백혈병 환아와 보호자들에게는 투병에 필요한 힘과 의지를, 교회 신자들에게는 생명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의미 있는 방법을 알려준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10월 23일까지 열리는 서울대교구 성체대회에서도 생명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많은 행사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캠페인과 성체대회를 계기로 백혈병 환아를 돕기 위한 교회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인옥-항상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찾게 됐습니다. 기도하겠다며 연락해 주신 분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신 많은 은인들을 위해 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윤경중-많은 분들이 백혈병 환아들의 생명을 살리고 결국에는 생명이신 하느님을 드러내는 데 동참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회 생명운동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캠페인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어렵고 고통 받는 우리 이웃에게 새 생명을 주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캠페인에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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