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문화는 현대 복음선포 통로"
인터넷 모바일… 멀티미디어 활용, 미디어사목 활발
영국의 미디어 산업 연구기관인 스크린 다이제스트가 최근 역대 영화 중에서 ‘베스트 흥행작 리스트’를 발표한데 따르면, 세실 B. 드밀이 1956년에 발표한 ‘십계’가 5위를 기록했다. 진정한 영화 산업의 절정기였던 60년대를 조금 앞두고 제작된 이 영화는 가히 종교영화의 고전이자 명작이라 할 만하다. 요즈음의 첨단 영상 매체들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당대의 그리스도인들은 성서에서 다소간 밋밋하게 전해질 수밖에 없었던 모세가 하느님의 권능에 힘입어 홍해의 물을 단박에 가르는 엄청난 감동을 화면 가득 체험할 수 있었다.
오직 글로써만, 그리고 신앙의 열정에서 비롯하는 상상력으로써만 접하던 야훼의 엄청난 능력을 관객들은 비주얼과 오디오 모두로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고와 행동까지 변화
이후 매스 미디어의 발달은 당시 사람들이 결코 생각할 수 없을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고, 이제 모든 매체들의 통합, 특히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이 결합함으로써 오늘날 멀티미디어는 현대 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 됐다.
멀티미디어적인 현대 문화의 상황은 단지 멀티미디어 도구들을 활용한다는 사실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자체를 포괄적으로 변화시키며, 특히 어떠한 가치와 신념을 수용하는 과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디지털 문화와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 있어서 멀티와 네트워크의 요소가 배제된 획일적이고 무미건조한 메시지와 언어는 전혀 아무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이러한 현대 사회의 문화와 환경은 교회의 선교 활동에 그대로 반영된다.
물론 교회의 전통적인 선교 방식이나 메시지의 전달 양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왜냐하면 많은 교회 구성원들은 이전의 방식에 익숙해있고, 교회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갖는 특성상 전통적인 방식의 선교활동이 갖는 장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현대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선교 방식의 중요성은 점점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현대 문화의 특성에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한다면 선교의 효용성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리교육 강론에 시도
한국 교회에서도 실제로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선교와 복음화 노력을 꾸준하게 시도하고 있다. 우선 교리교육과 강론 등에 멀티미디어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시도들이 적지 않다. 대전교구 만년동본당(주임 김명현 신부)의 멀티미디어 강론은 유명하다. 서울대교구 신수동본당(주임 김민수 신부)은 사목 전반에 걸쳐 문화의 복음화를 주창하며 다양한 멀티미디어적인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구 차원에서도 최근 들어 여러 교구에서 디지털 문화와 멀티미디어적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전주교구에서는 수년째 멀티미디어 작품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고, 대전교구는 인터넷에 주목해 ‘가톨릭정보화사업단’을 발족했다.
이미 정보화에 있어서 다각적인 시험적 시도를 해온 성바오로 수도회는 영상과 멀티미디어, 나아가 모바일을 위한 컨텐츠 개발에 선구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오로딸 수도회 역시 지난해 영상, 음반, 인터넷 사업부를 통합해 멀티미디어팀을 신설했다.
각 교구와 본당의 인터넷 사이트 역시 멀티미디어적인 요소들을 강화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교구나 성당 소개, 간단한 교리나 소식 전달에 그치고 있던 교회 사이트들은 이제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해 사이트를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
사실 어찌보면 교회의 복음 선포는 초창기부터 다양한 매체들이 적절하게 통합된 멀티미디어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예수는 말씀으로 복음을 선포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선포했다. 병자들을 치유하는 모습을 군중들 앞에서 보여주심으로써 당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셨고, 성전에서 장사치들을 직접 몰아냄으로써 하느님의 집이 거룩한 곳임을 웅변적으로 드러냈다.
초대교회도 매체활용
사도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베드로는 이방인의 음식을 받아들이도록 했고, 바오로 사도가 개종을 하게 되는 장면은 역동적인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한 부분을 연상케한다. 초대교회의 복음 선포는 이처럼 다이나믹했다. 그리고 오늘날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통합으로 대표되는 멀티미디어 문화의 도래는 이처럼 역동적인 복음 선포의 활력을 다시금 재현할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답은 간단하다. 교회는 항상 당대 문화의 가능성과 역량에 주목했다. 인쇄술의 발견 이후 그 발전을 교회가 이끌었듯이, 현대 멀티미디어 문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교회는 주목할 수밖에 없고, 가능성은 무한하다. 관건은 엄청난 투자에만 있지 않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현대 문화의 특징적인 요소에 대한 예민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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