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행복해 하면 그만이죠. 더 바랄것도 없이 아들이 그냥 행복해했으면 좋겠어요”
경북 안동시에 사는 박칠자(65)씨는 2년전 사망한 아들 김수환(당시 31세)씨의 생각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생전 한없이 착하기만 한 아들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2003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앞 하숙집에서 화재로 숨졌다.
“수환이는 원래 경북대 수의학과에 입학했었는데 여린 마음에 동물 해부도 못할 정도로 심성이 고운 아이였어요. 그런 아이가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박씨는 아들 김씨가 숨진 후부터 매년 김씨 이름으로 서강대에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있다. 넉넉지 않은 생활이지만 아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군 제대 후 재수를 해 서강대에 들어간다고 가족을 설득했어요. 내실이 단단하고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시키는 학교냐면서 열변을 토했죠”
박씨는 다른 기부자와 달리 발전기금의 용도를 학교 경관을 꾸미는 것으로 정했다. 생전 나무를 좋아하던 김씨가 서강대는 모든 것이 다 좋은데 나무가 별로 없는게 아쉽다고 입버릇 처럼 말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별명이 ‘추기경’이었어요. 추기경님과 이름도 같고 성품도 온화했거든요. 그렇게 고운 아이를 위해 하는 일이 이 정도 밖에 안돼 마음이 아픕니다”
가톨릭계 유치원을 다니며 성모상 옆에서 아이들과 노는게 너무 좋다고 쓴 김씨의 일기장이 기억에 남는다는 박씨.
박씨는 앞으로도 액수는 크지 않지만 매년 기부를 할 거라며 단지 하늘에 있는 아들이 서강대에 자랄 나무를 보며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