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음악회를 간적이 있었다. 연주가 있고 해설이 이어지며 관객들의 참여가 함께하는 음악회였기에 공연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음악 연주 중에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많은 오케스트라 단원 중 플루트 연주자였다. 4~5명의 연주자 중에서도 유난히 아름답고 멋져 보이는 여성 단원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혼을 담은 플루트 연주의 모습이 나를 감동시켰다. 한곡의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의 해설이 이어졌고 단원들은 악기를 내려놓았다. 멋진 연주자를 찾기 위해 시선을 플루트연주자들 쪽으로 돌렸다. 악기를 내려놓으니 도대체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해설이 끝나고 다시 연주가 이어졌다. 연주가 시작되자 그 멋진 연주자의 열정적인 모습이 눈에 쏙 들어왔다. 그래서 그분이 앉아있는 곳을 헤아렸다. 몇 번째 줄, 몇 번째 칸으로… 다시 연주가 끝이 난 후 어김없이 그 열과 칸을 헤아려 그분의 모습을 보았다. 그 멋진 연주자가 악기를 내려놓으니 평범한 분이 아닌가!
음악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공연장의 감동을 회상하였다. 악기를 들지 않고 있을 때는 평범한 모습인데 악기를 들고 연주에 몰입할 때 가장 아름다워 보였던 그 연주자의 모습을 통해 나는 좋은 묵상을 하게 되었다.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는 인터뷰할 때보다는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드리블해 상대편 골대를 향하여 질풍노도로 질주할 때 가장 멋지다. 테니스계의 요정이라고까지 찬사를 받는 러시아의 미녀 마리아 샤라포바 역시 혼신의 힘으로 고함소리를 내가며 1구 1구의 공을 넘기는 코트에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그렇다면 사제들은 어떤 모습이 가장 아름다울까? 너무도 쉽게 답을 말할 수 있다. 말씀을 선포하고 성체를 축성하는 미사 때의 순간이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신부님들의 소원은 미사를 드리다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선종하고 싶다고 했을 것이다. 수도자들 역시 하느님을 그리워하고 하느님을 바라보는 순간인 관상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신자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가족이나 교회나 직장 공동체에서 자신의 일로 열과 성을 다함을 통해 하느님 사업에 협조하고 또한 공동체원들과 일치하고 사랑하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일 것이다.
사제이며 사회복지사인 나의 가장 아름다운 삶은 먼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및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고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실 수 있도록 복지관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일과 그분들이 하느님 안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사실 수 있도록 기도와 미사를 드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일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에 열중하고 충실할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 아름답고 멋진 사제로 살고 싶다.
박공식 신부 (나주 노인복지회관 관장)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