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독신제 완화 “불가” 천명
관면 없이 재혼한 자 영성체 불가
올바른 성체성사 참여·거행 촉구
3주간에 걸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제11차 정기총회의 논의 결과는 교황에게 제출한 50개항의 최종 건의서에 압축돼 있다. 교황은 관례대로, 이 건의서를 바탕으로 시노드에서 논의된 내용에 토대를 둔 후속 문헌을 작성, 발표함으로써 보편교회에 가르침과 지침으로 권고한다.
따라서 최종건의서는 시노드 결과를 담은 중요한 문건으로, 교황은 이번 시노드를 마치면서 전례 없이 건의서를 공개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원래의 라틴어 문건에서 부분적으로 내용이 삭제된 비공식 이탈리아어 번역본만 공개됐다.
시노드 참석 주교들은 18일 건의서 초안을 작성, 일련의 수정 보완 과정을 거쳐 22일 각 항별로 이뤄진 투표를 통해 건의서를 최종 확정했다. 18일 문건과 22일 투표에서 확정된 문건 사이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으로 전했다.
건의서에서 세간의 화제가 됐던 부분은 크게 세 가지 하나는 사제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 주교들이 제안했던 독신제 완화 문제, 두 번째는, 이혼 후 관면 절차 없이 재혼한 신자의 영성체 문제, 그리고 세 번째는 정치인과 국회의원들의 ‘성체성사적 일관성’에 대한 문제이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이러한 문제들 외의 건의서는 가톨릭 신앙의 요체인 성체성사와 관련된 수많은 핵심적 사안들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특히 성체성사의 아름다움과 은총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져가는 오늘날 교회 상황 안에서 신앙의 가장 아름다운 보물인 성체성사를 올바르게 거행, 참여하고 삶으로 실천하기 위한 제안들을 담고 있다.
건의서는 가장 먼저 1항에서 교황이 후속 권고를 작성해줄 것을 요청하고, 2항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전례개혁이 가져온 선익에 대해 언급했다.
이후 건의서는 성체성사에 대한 문제들을 광범위하게 지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40항은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지적하면서, 이혼한 뒤, 관면 절차 없이 재혼한 신자들은 혼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명백하게 위배되므로 영성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의서는 동시에 성체성사에 접근할 수 없는 신자들의 슬픔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 이전의 혼인을 무효화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노력에 대해서 촉구하고 있다.
독신제 완화 문제에 대해서 시노드는 확고한 불가 의견을 재차 표명했다.
건의서는 11항에서 사제 부족 문제가 심각한 도전임을 지적하고 있으나 동시에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문제는 “결코 갈 수 없는 길”(a road not to follow)이라고 말했다.
물론 건의서는 사제들뿐만 아니라 모든 공동체와 교회 영역에서 성소 육성을 위한 기도를 바쳐줄 것을 호소하는 등 사제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46항에서는 “가톨릭 신자 정치인과 국회의원들의 성체성사적 일관성”에 대해 강조하고 이들이 “사악한 법률을 제출하거나 지지하는데 있어서의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깨닫도록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건의서는 특정 정치인에 대해서 영성체를 거절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에는 사목적 유연성이 갖춰져야 하며, 주교들은 이러한 ‘성체성사적 일관성’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지역교회의 구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체성사적 쇄신 노력을”
“가난.재해.전쟁 등으로 고통받는이 위한 관심 촉구”
사제성소 증진에도 최선을
보편교회에 보내는 시노드 최종 메시지
시노드에 참석한 256명의 주교들은 폐막과 함께 보편교회에 보내는 시노드 최종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황에게 제출하는 50개항의 건의서와 별도로 26개항으로 구성, ‘성찬례, 세상의 평화를 위한 살아계신 빵’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주교들은 이 메시지에서 우선 이 은총의 자리가 마련된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고통 받는 인류와 세상에 대해 개탄하고 모든 이들이 세상의 고통받는 이들에게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특히 주교들은 가난과 빈곤, 불의, 자연재해,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과 특별히 아프리카와 중동의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주교들은 아울러 서방세계의 종교적 무관심에 대해 지적하고 각국 지도자들이 인간 존엄성, 생명의 수호, 인간과 사회발전 증진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메시지는 한편, 최근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몇 가지 긍정적인 모습들에 대해 지적하면서, 주일 미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 사제와 수도 성소의 증가, 그리고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신앙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메시지는 동시에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도전들에 대해서도 지적하면서, 성체성사적 쇄신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즉, 여전히 부족한 사제 성소의 문제, 화해의 성사로서 고해성사의 가치와 의미 회복, 전례에 대한 존중, 신앙과 삶의 일치, 사제 성소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증진 노력 등이 지적되고 있다.
메시지는 특별히 가족 관계상의 문제로 인해서 성체성사를 통한 친교와 일치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 즉 이혼 후 관면 없이 재혼한 신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주교들은 메시지의 말미에 이르러, 사제와 수도자들, 신학생들과 젊은이들, 그리고 모든 기혼 가정과 가족들을 향해 각자 그 처지와 여건에 맞게 성체성사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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