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그리고 기쁘게’ 나누는 삶
제가 즐겨 찾는 자동차 정비 공장의 벽에는 ‘즉시 그리고 기쁘게’라는 글이 걸려 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아침 마다 이 구호를 외치고 작업에 임한다고 합니다. 차를 고치러 오는 손님들이 언제 어떤 고장으로 올지 모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평소 준비성이 좋고 기술도 좋기로 소문난 곳이라서 늘 차를 고치러 오는 사람들이 붐비는 이 정비공장에 붙어 있는 ‘즉시 그리고 기쁘게’라는 구호를 보며 다들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리 하나 내어줄 여유조차 없는 삶을 반성하게 됩니다. 나에게 주어지는 사랑의 기회에 ‘즉시 그리고 기쁘게’ 임하는 일은 마음의 여유와 준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살아가면서 내 도움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즉시 그리고 기쁘게’ 나를 나누어 줄 수 있는 삶은 행복한 삶입니다.
덕(德)은 좋은 습관
‘덕은 좋은 습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자기계발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오는 내용은 사실은 습관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성공을 이루었다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삶의 자세를 말해주고 있었는데, 그 습관이라는 것이 보통 사람에게는 습관이 아닌 것들에 가깝습니다.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내용을 삶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자세라 여겨졌습니다.
첫째로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일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발견한 참된 가치에 대해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끝까지 지킬 줄 아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일관성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가치에 대한 일관성을 쉽게 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노력합니다.
요즘처럼 자신의 감정과 충동에 따라 신앙의 길 마저도 쉽게 바꾸어 버리는 세상에서 ‘성덕에로 나아가는 길은 꾸준히 좋은 것을 행하는 것이다’는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일이 절실한 때입니다. 또한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성실성이었습니다. 성실하다는 것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진실한 태도와 그것을 가꾸어 나가는 정성일 것입니다. 신앙생활은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로 향하는 오롯한 마음과 정성입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시는’(루가 13, 31) 오롯한 주님의 모습은, 매 순간 나의 삶을 하느님의 뜻에 비추어 보고 사랑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자신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야할 우리의 모습입니다.
깨어 준비하고 사는 삶
참된 것을 소망하는 사람만이 참된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살아야할 하루의 지향을 정합니다. 그리고 그 지향대로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하루 생활 중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닥치면 그날의 지향을 생각하고 그 시간을 봉헌합니다. 선한 지향은 우리의 삶을 사랑으로 준비하게 하고 우리의 활동 속에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정화시킵니다. 힘들고 고단한 삶 속에서 당당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삶을 지향없이 살아가는 것은 마치 목적지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분명한 지향은 하루의 항해를 마치고 닻을 내릴 때 내 하루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기준이 됩니다. 비록 지치고 힘든 항해였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게 해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게 되는 은총 속에서 하루를 봉헌할 수 있게합니다.
신앙인들에게 참된 성공은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성공적인 삶을 열매 맺기 위해서는 내안에 선한 지향과 그 지향을 살아가는 정성된 삶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슬기로운 열 처녀가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등잔의 기름을 준비한 것처럼, 하느님께 대한 항구한 믿음과 ‘즉시 그리고 기쁘게’ 사랑의 촛불을 밝힐 줄 아는 삶만이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하게 합니다.
김영수 신부 (전주 용머리본당 주임)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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