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아름다움이 깊어 가는 계절이다. 이 무렵이 되면 복지관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야외로 나들이를 나가게 된다.
함께 떠나시는 분들을 보면 건강하신 분들부터 각종 만성질환으로 고생하시며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 그리고 휠체어를 타셔야 할분 등 다양하다.
나들이 날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건강하신 분들보다는 거동이 불편하시고 건강이 좋지 않으신 분들께 마음이 쓰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막상 출발을 하고 목적지에 이르면 이러한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된다.
“신부님 참 좋쏘~~~잉”하시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하시며 봉사자들보다 앞장서서 가시는 어르신들의 한 무리가 있다.
자세히 보니 복지관 물리치료실을 내 집처럼 드나드시는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가 아닌가! 그 할머니 말고도 평소 잔병치레와 거동불편으로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이 나들이 날이 되면 평상시와 다른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시는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목소리 크신 어르신 한두 분이 “관장님! 오늘 우리 노인네들이 차안에서 보약 한재를 먹어야 하겠습니다.”하신다.
이 말씀은 차안에서 댄스타임을 허락해달라는 것이다. 위험하시니깐 절대 안 된다고 말해도 막무가내다. 박자 빠른 뽕짝 디스코 메들리가 울려 퍼지고 버스 중앙통로에는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가득하다.
요사이 젊은이들처럼 현란하지도 않다. 거의 모두가 달리기 할 때의 모습의 마라톤 춤이다. 춤을 추시는 분들을 보니 경이적이다. 매일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던 분들이 흔들리는 버스에서 춤추실 때는 단 한사람도 지팡이를 가지고 나오신 분이 없다.
이런 어르신들의 경이적이고 초인적인 힘은 바로 “내 살아생전에 이곳을 다시 못 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살아생전에 관광버스에서 추는 마지막 춤일지 모른다.”라는 마지막 정신에서 솟아남을 어르신들과 하루를 보내며 확신할 수 있었다. 마지막 정신으로 나들이에 임하다 보니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고 그 날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하루를 살아간다. 당연한 하루를 살다보니 밋밋한 하루가 매일매일 계속된다. 나들이 날 우리 복지관의 어르신들처럼 우리도 하루하루를 ‘마지막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하루하루 매순간순간을 정성껏 보람되이 감사하며 사랑으로 살아간다면 내가 함께하는 세상은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정, 직장, 공동체가 되어 갈 것이다.
박공식 신부(나주 노인복지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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