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자유 얻기위해 산간벽지 무인도 찾아
2) 오사카 기리시탄 사건
에도막부는 기리시탄은 사교(邪敎)이며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이단적인 것으로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왔다. 이 관념과 인식은 ‘시마바라 난’의 계기로 더욱더 강하게 상징되어 기리시탄 검색을 제도화함으로써 막부 체제의 강화를 꾀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정책 하에 잠복 기리시탄 신앙은 그 동안 심하게 변질되어가고 있었다.
따라서 막부는 신흥종교이거나 점술 적인 것, 괴이한 사법(邪法)은 무엇이든 기리시탄 신앙으로 간주하였다. 이리하여 일어난 사건 중에 하나가 오사카 기리시탄 사건이었다.
사건은 1827년 정월에 적발되었다. 이나리 오로시(稻荷下し)라고 칭하는 미신, 점을 생업으로 하는 사노(여성)가 금전 때문에 다투게 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사노가 행하고 있는 것은 괴이한 기리시탄이라 하여 관계자들을 체포하여 심문하였다. 심문 결과, 교토에 살고 있던 미즈노 군키(水野軍記)가 교주인데 그의 신앙의 대부분이 기리시탄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금서인 천주실의와 기인십편 등의 천주교 교리서를 접한 까닭이었다. 에도막부는 이 사건을 기리시탄 사건으로 처리하였다. 교주 군키는 이미 사망하여 없었고, 미츠기와 사노, 그 외 수십 명을 1829년 12월에 처형하여 이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후에 교회 사가들의 연구결과 이 신앙에는 교의의 내용은 거의 없고 신도(神道)나 이나리(稻荷) 신앙의 영향이 대부분이었다. 길흉과 주술에 의한 병 치료, 분실물 찾기 등으로 신앙 활동을 하고 있던 비밀 교단의 형태였다. 이는 잠복 기리시탄의 노출이 아니라 기리시탄 서책에 영향을 입은 현세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신형종교였던 것이다.
3) 신앙의 자유를 찾아
일본 서남쪽 섬 200여개로 된 고토(五島)의 기리시탄 역사는 1562년 병중인 영주 우쿠 스미사다(宇久純定)의 요청으로 일본인 의사 티에고가 건너가 영주의 병을 완치시킨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576년에는 신자 약 2천명이 넘는 기리시탄의 최성기를 이루었다. 스미하루(純玄)가 영주가 되면서 박해가 심하여 기리시탄은 나가사키로 망명하였고 남은 기리시탄은 거의 소멸되기에 이르렀다.
1797년 인구 감소로 고민하고 있던 고토의 영주 모리유키(盛運)는 오무라 영주에게 고토에로 이민(개척민)을 청하였다. 그리하여 지금의 나가사키의 소토메(外海) 지방 구로사키(黑崎), 미에(三重) 등의 주민 108명이 이주하기 시작하여 3천명에 달하였다. 기리시탄들은 오무라의 후미에(踏繪)와 불교개종 제도가 심하여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나도 너도 고토에로 이주하였던 것이다. ‘고토로 고토로 모두 가고 싶어 한다. 고토는 토지마저 상냥하구나.’ 소토메 마을에는 이런 노래가 전해져 있을 만큼이었다.
‘고토는 극락, 가 보면 지옥’이라는 노래도 나왔다. 이주자들은 본 주민들에게 밀려 더부살이,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취급받았다. 산간벽지와 가파른 벼랑뿐인 해안을 개척해 가면서 어려운 생활을 하였다. 거기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더 어려운 무인도로 가서 살았고 모든 어려움을 참아 견디며 오직 신앙의 자유,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살았다.
박양자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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