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둔 달란트를 적극 활용하자”
사랑의 달란트
하느님의 선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교회는 앞서서 우리 삶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을 묵상하도록 이끌어줍니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비유에 이어지는 열처녀의 비유와 달란트의 비유 그리고 최후 심판에 관한 비유는 종말을 준비하고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줍니다.
얼마 전에 데이비드 호킨스가 쓴 ‘의식혁명’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람이 일생 동안 노력해야 할 부분이 ‘가지기 위해’, ‘무엇을 하기 위해’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있으며, 무엇이 진정한 삶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수백만 번의 실험을 통해 인간의 의식수준을 수치화해서 파괴적인 삶으로 이끄는 수준 낮은 삶과 인간 내면의 참된 잠재력이 발휘되는 수준 높은 삶으로 구분하였습니다. 낮은 의식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 상층부에 있을 때 그 사회는 위험한 사회가 되며, 높은 의식 수준을 가진 사람은 소수라 하더라도 많은 영향력을 끼쳐 마음의 차원과 의식의 수준이 높은 사회가 된다고 합니다.
사람은 갑자기 의식수준을 높일 수는 없으며 노력하지 않으면 의식수준은 쉽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호킨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인류 중 최고의 의식수준을 지닌 분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에게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을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주는 의식 중의 하나는 ‘조건 없이 변함없는 영원한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은 인간을 고귀한 차원의 마음과 높은 수준의 의식을 만들어주는 능력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능력인 ‘사랑’은 인간을 성장하게 하는 힘이고 인간의 가치를 완성하는 선물입니다.
쓸수록 많아지는 달란트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삶을 허락하시고 각자에게 맞는 가능성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우리가 가진 능력을 무엇을 위해 사용하느냐, 어떻게 사용하는냐는 우리 자신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차원에서 삶을 살아갑니다.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나’를 어떤 차원과 수준으로 만들어 가야할 것인지를 신앙 안에서 찾고 애쓰는 삶은 마음의 차원과 의식의 수준을 그리스도의 수준으로 높이는 삶이 됩니다.
본당 안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을 만나면서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 마저 빼앗길 것이다”는 말씀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칭송하는 어진 아내의 모습처럼 ‘불쌍한 사람에게 팔을 벌리고 가난한 사람에게 손을 뻗치는’ 사람은 값진 진주처럼 빛나고 아름다워서 세상을 풍요롭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가 어렵다고 고개를 떨구는 세상에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사랑해야 할 사람이 있는 한 삶은 힘들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끊임없이 자신 안에 담긴 하느님의 선물을 발견하고 그것을 함께 사는 세상에 나눔으로써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세상을 가꾸어 나가는 삶은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인생의 몫을 감사하며 아름답게 가꾸어 주님께 봉헌하는 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큰 축복을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교회의 달란트
평신도 주일을 지내며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맡기신 달란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교회에 맡기신 달란트도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룬 교회는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통하여 주님께 봉사하는 공동체입니다.
누가 ‘얼마만큼’의 달란트를 받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교회 안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직분을 통해 ‘어떻게’ 하느님께 봉사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다행히 요즘 들어 그동안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이 수동적인 자세로 소극적인 신앙생활을 해 왔다는 반성의 소리가 들리고 교회와 세상의 여러 분야에서 평신도들의 활발한 활동이 교회의 모습을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에 가장 앞장서야할 평신도들이 뒷전에 밀려있거나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교회는 달란트를 땅에 묻어 두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종의 모습입니다.
평신도들이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여 앞장서서 일구어낸 우리 교회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새기며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달란트를 열심히 활용하여 주님께 값진 봉헌을 하는 삶을 이루어 가는 살아있는 교회를 소망합니다.
김영수 신부 (전주 용머리본당 주임)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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