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교육 프로그램 급증… 참여도는?
참석자만 참석… 85%는 ‘주변인’
교육 과정·내용도 거의 비슷비슷
체계·통합적 프로그램 개발 시급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참여하는 교회상의 실현을 위해서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평신도의 성숙한 신앙 자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과거에 비해서 교육의 기회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을 고려할 때, 교회의 사목적 차원에서의 교육 기회 제공은 평신도 스스로 교회의 가르침과 복음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익히고 배우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오히려 더욱 시급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톨릭신문사가 창간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에 따르면, 신앙재교육과 영성훈련에 대한 교회의 관심에 대해서 67.8%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교육 프로그램의 신설, 피정센터의 건립, 교육과정의 내실화 등 교회가 보여준 노력에 대한 평가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구나 본당 차원의 신앙학교, 교리학교, 전례시기에 따른 신앙강좌, 세미나, 심포지엄, 워크숍 등 재교육의 기회는 전에 비해 양적으로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각 단체별 연수 형태의 교육과 피정들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적으로 확대됐다.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평신도들의 경우,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34.1%가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 참여가 신앙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무려 56.2%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신자들의 참여도는 양에 못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서 ‘자주 참여한다’는 응답은 불과 15.5%에 그치고 있다.
또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대부분 단체 활동에 열심한 적극적인 신자들로서 이들의 중복된 참여가 많다. 자발성에도 문제가 있다. 많은 경우 의무적으로 교육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고, 참여자의 개별적 특성과 수준이 고려되지 않음에 따라 획일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
교육 내용과 형태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대개의 강좌나 피정, 교육이 내용이나 방법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수차례 교육에 참여하고 나면 더 이상의 심화 교육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교육의 일회성이 갖는 문제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다원화된 현대 사회 안에서 교육 역시 다각적인 방법으로 실시될 필요성이 있다. 과거에 비해 양적으로나 형태면에서도 확대되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들을 체계적이고 통합된 형태로 개발하는 것은 시급한 문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평신도 스스로의 적극적인 자세다. 다양한 가치들이 혼재한 현대 사회 안에서 평신도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그에 맞갖게 교회의 가르침과 성서, 복음을 배우고 익히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애당초 한국 교회의 태동은 새로운 진리를 배우려는 선각자들에 힘입어 이뤄졌다. 신앙의 선조들이 보여준 이러한 모범, 즉 진리를 탐구하고 익히려는 자세는 오늘을 살아가는 평신도에게 더욱 절실하다.
■한국평협 한홍순 회장 인터뷰
“평신도 스스로가 깨어 노력하는 자세 지녀야”
“성직·수도·평신자가 서로 교육하며 배운다는 의식 필요”
“평신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스스로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한홍순(토마스) 회장은 평신도 교육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평신도 내부에서 찾을 것을 제안한다.
1984년부터 교황청 평신도평의회의 최장수 위원으로 활동하며 평신도 문제에 관한 한 누구 못지 않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온 한회장은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깨어있는 자세를 강조한다. 평신도들이 깨어 일어날 때 주변에 대한 의존성을 탈피하고 늘 새롭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생각을 지닌 한회장은 한국교회 초기 공동체 신자들의 삶과 역사에 눈을 돌릴 것을 역설한다.
“한국교회는 연구와 공부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사회를 개혁하거나 잘못된 현세질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탐구하는 모임에서 비롯되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평신도의 자발적인 공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 한국교회 평신도의 전통이라고 강조하는 한회장은 교육의 의미를 새롭게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박해시대에도 수그러들 줄 몰랐던 신앙 나눔이 자연스러운 교육의 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는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면면이 이어져올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회장은 신앙의 선조들이 세속에서 오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게 만든 원동력을 교육의 힘에서 찾고자 했다. 그는 또 평신도의 자발적인 연구와 공부가 지닌 힘을 강조하는 것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교육은 평신도는 물론 신자 공동체 전체의 질적 향상을 가져옵니다. 나아가 교육을 통해 복음화된 자신을 사회로 투영할 때 사회복음화라는 결실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70, 80년대 한국교회가 체험한 높은 신자증가율의 이면에도 교육을 통해 스스로 복음화된 신자들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러나 이런 평가와 함께 급격한 신자의 증가에 대해 교회가 적절히 대처해왔는가 하는 부분에는 아쉬움을 표한다.
한회장은 아울러 교회 차원의 교육이 과거에 비해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평신도 내부로 눈을 돌릴 것을 지적한다.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화되고 있음에도 교육에 참여하는 대상이 중첩돼 투자에 비해 결실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당장 눈에 띄는 면이다.
청소년과 청년 교육이 연계성을 지니며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가 꼽는 문제점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안한다. 교회의 한 지체에서 다른 지체로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교육이 아니라 모두가 교육에 함께 하며 상호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교육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친교를 이루며 함께 하는 것입니다. 서로 교육하며 배운다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한회장은 ‘훌륭한 학생이 훌륭한 교사를 만든다’는 진리는 교회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런 가운데 새롭게 시작하기 보다 함께 시작하는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는 그의 제안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 서울대교구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청년 복음화 열기 ‘후끈’
즐거운 비명?
매년 5천명 이상 배출
교육 후 연수과정 통해‘말씀 봉사자’로 거듭나
교회의 근간이 되는 청년층의 평신도 활동은 다중적인 청년문화의 급속한 발전, 문화·웰빙 생활 추구 등 다양한 이유로 도태돼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년층의 평신도 활동에 단비를 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서울대교구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도 홍인식 신부)이 그것.
1972년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가 시작한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은 처음 25명의 인원이 창세기 연수를 치른 이후, 지난 1988년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편입돼 현재 매년 5천여명 이상이 공부를 하며 3천여명이 연수를 받는 대표적 청년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젊은이들이 말씀을 중심으로 함께 모인 공동체로서 말씀으로 함께 모인 젊은이들의 교회를 추구하는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은 ▲평신도 사도직 실천 ▲젊은이 우선적 선택 ▲본당, 대학, 직장 복음화 등을 지향으로 삼고 있다.
그룹나눔이란 큰 줄기로 시작되는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이 다른 교육 프로그램과 눈에 띄는 차별성을 보이는 것은 교육 후 그룹공부의 정리기간인 ‘연수’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과제별로 공부를 마치거나 적어도 2/3이상 공부를 한 참가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연수는 성서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생활하는 기간이다. 그룹공부의 미비한 점을 보충해 전례와 강의, 그룹작업을 통해 말씀의 생활화를 익히게 되는 과정이다.
연수를 통해 그룹공부를 마친 인원은 연수 봉사를 할 수 있다. 연수 봉사에 참가하는 봉사자들은 청년성서모임의 보다 깊은 영성을 깨닫고, 전통을 계승하는 명실상부한 ‘성서가족’으로 태어나게 된다.
향후 이들은 3, 5, 9, 10월에 전체 성서가족이 모이는 ‘만남의 잔치’에 참여해 선·후배, 동료 성서가족 앞에서 ‘말씀의 봉사자 선서’를 하고 말씀의 봉사자 표지인 물고기 배지를 받음으로써 청년 신앙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결국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자연스레 본당이나 교구내 부서 등에서 적극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홍인식 신부는 “최근 들어 교회내 청년 이탈 현상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성서모임의 경우, 혼자 사목하기 벅찰 정도로 청년들의 호응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복음화 교육을 통해 청년들의 평신도 활동에 불씨를 지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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