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자의 삶은 주어진 은총”
30년, 어떤 일이든 이 짧지 않은 세월동안 한결같이 해오기란 쉽지 않다. 그것도 매주 주일을 꼬박 투자해야하는 일이라면.
오르가니스트 강석희(아녜스)씨는 지난 30년간 매주 서울 명동본당에서 주일미사 파이프오르간 반주를 이어오고 있다. 독일 베를린 유학이라는 공백기간이 있긴 했지만 이 기간 동안에도 베를린 성 베르나르도 성당 등지에서 미사반주를 지속해왔다.
“연주할 수 있는 달란트가 주어진 한 타인을 위해 연주하는 것이 제가 해야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미사곡 반주는 제게 주어진 은총이죠.”
강씨는 중학생 시절 우연히 파이프오르간 연주회를 관람한 이후 오르간에 매료돼 여고시절 이후 지금껏 건반과 악보에서 하루도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지속적으로 봉사할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 강씨는 단번에 “30년간 단 한번도 자신의 활동이 ‘봉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주일 6~7대 미사 반주하기도
지금처럼 파이프오르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명동본당 반주단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심지어 주일 하루에 6~7대의 미사 반주를 혼자서 도맡아 할 때도 있었지만 힘들다기보다는 기쁜 마음이 더 컸다고. 명동본당 반주단 최고 고참인 강씨는 솔직히 이젠 주위에서 그만두라고 할까봐 되레 걱정이란다.
특히 강씨는 자신이 ‘오르가니스트’가 아닌 미사 전례의 조연인 ‘반주자’로 불리길 원한다.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음악교육을 받고 경력이 쌓이면 보통 그에 맞갖는 일정 지위와 보수 등을 바라게 된다. 그러나 강씨는 더욱 깊이있는 반주를 위해 독일 유학을 떠났고, “동네의 조그마한 성당에서라도 반주를 할 수 있다면 은총”이라는 마음으로 귀국했다.
“다행히 저를 필요로하는 곳이 많았어요. 제가 필요로 하는 것, 제 명성을 찾았다면 이렇게 기쁘게 오랜시간 반주를 이어올 수 없었을 겁니다.”
기념 독주회 열어
최근에는 반주 30주년 기념 독주회도 열었다. 그동안 국내외 각종 무대에서 연주한 것과는 달리 이번 연주회에서는 특히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보다 파이프오르간과 곡의 매력을 알리는데 중점을 뒀다.
“사실 반주보다 개인 연주가 더 쉬울때가 많아요. 반주는 성가대는 물론 신자 전체와 호흡을 맞춰야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강씨는 연주를 할 때마다 듣거나 혹은 함께 노래하는 타인의 영역을 존중하는 일을 가장 먼저 배려한다. 우수한 반주는 신자들의 기도소리와 전례흐름에 묻어 반주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하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40년은 더 반주를 하고싶다”는 강씨는 앞으로 파이프오르간을 위한 연주곡 작곡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울대 작곡과와 베를린 국립대 예술대학을 졸업한 강씨는 현재 수원대와 가톨릭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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