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행적 따르며 13번째 제자 다짐”
【이스라엘 유재우 기자】 가나안 땅, 약속의 땅, 유다, 팔레스티나, 시온 등의 이름으로 다양하게 일컬어지는 이스라엘.
서울대교구 소속 주일학교 교사 40명이 주님 탄생부터 부활까지의 숨결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이스라엘 땅을 밟았다. 단순히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전달자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복음의 생산자로 변모되어가는 그들의 모습. 성지순례를 통한 교사 개인의 신앙 고취와 체험학습을 위해 10월 27일부터 11월 3일까지 7박8일간 서울대교구 교육국이 주최하고 이스라엘 관광청이 주관한 ‘2005 근속 주일학교 교사들을 위한 해외 성지 순례-예수님과 함께 걸으며’에 동행, 취재했다.
10월 29일 오전 요르단에서 1박을 하고 이스라엘 국경을 통과한 교사들은 구약성서에 등장한 믿음의 조상들, 그리스도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이스라엘 땅을 밟자마자 하나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까다로운 입국절차와 기나긴 이동시간을 견딘 그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진 그들의 눈 속에는 주일학교 학생들이 가득하다.
2조 조원 강인(하상바오로.25.개포동본당)씨는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 이스라엘 땅에 발을 들인 것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축복”이라며 “성지순례 기간 동안 나뿐만이 아닌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해 예수님의 모습을 찾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기념성당이 있는 타볼산 순례로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타볼산은 하느님의 계시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성지. 교사들은 하느님께서 당신 현존을 알리기 위해서 사용하신 하나의 수단이었던 예수님 변모사건을 복음과 묵상을 통해 체험했다.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기념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 서울대교구 교육국 국장 김영국 신부는 강론을 통해 “주님은 율법과 예언서를 통해 전통과 원칙을 아우르는 분”이라며 “교사들도 전통과 원칙을 바탕으로 주일학교에서 열린 마음으로 생활하는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날, 교사들은 ‘예수의 도시’ 또는 ‘예수의 집이 있는 곳’이라고 불리는 가파르나움으로 이동했다. 가파르나움은 예수님의 기적이 가장 많이 행해진 곳으로 12제자를 정하고 생명의 빵에 관한 말씀을 하신 곳이다. 예수님의 활동주거지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 교사들 모두 눈을 감으며 주님의 행적을 되새긴다. ‘그분이 뜻을 찾아 발길을 옮기신 것처럼,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며 생활 할 수 있을까’, ‘주님 말씀의 전달자로서 13번째 제자임을 잊지 말아야지’.
예수님이 발현해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눴다는 ‘베드로 수위권 성당’.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너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세 번 물으신 이곳에서 교사들은 저마다 마음이 아려왔다. 예수님이 세 번씩이나 베드로의 사랑을 확인한 것은 이미 베드로가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배반했던 사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에게 무한한 사랑을 표출하시며 수위권까지 주신 예수님. 교사들은 그러한 주님의 모습에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렸다. 민혜빈(세실리아.24.반포4동본당)양은 “깨어있는 눈과 진실된 마음으로 주님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은 순간”이라며 “항상 깨어있으면서 주님을 통해 학생들을 온전한 마음으로 사랑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마지막 날. 예수님 무덤성당에서의 미사로 일정이 시작됐다. 미사를 집전한 서울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지도 류시창 신부는 강론에서 “십자가는 죽음이 아니라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교사들도 자신이 지고 있는 십자가를 새로운 삶의 원동력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세기 동안 예수님의 눈물과 땀, 말씀이 밴 이스라엘 성지순례길. 교사들 모두 길은 여러 곳에서 시작되지만 그 끝은 하나로 모인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그들이 밟았던 이스라엘의 땅은 모두가 주님 그 자체였다. 7박8일간의 짧은 일정동안 주님의 탄생에서부터 부활을 체험한 그들. 귀국하던날, 이륙하는 비행기 안의 교사들이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은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기 위해 새로운 숨을 고르는 모습들이었다.
■ 서울대교구 교육국 국장 김영국 신부
“교사 개인 성화가 중요”
“주일학교를 통해 교사들이 가지고 있었던 삶의 괴리감, 갈등 등이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김영국 신부(서울대교구 교육국 국장)는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 무엇보다 주일학교 교사들의 개인 성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주일학교 교사들의 활동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시급한건 그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매년 청소년, 청년 신자가 급감하는 가운데 주일학교 교사들 역시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져 고민이 많았다는 김신부. 그는 이번 성지순례를 교회에 아무 조건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주일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했다고 말했다.
“신자라면 누구나 조건없는 봉사를 하지만 주일학교 교사의 경우는 상황이 매우 열악합니다. 교회의 희망인 청소년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없다면 교회의 미래는 불보듯 뻔합니다.”
성지순례에 앞서 처음 시도하는 이번 행사가 잘될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는 김신부는 주일학교 교사들이 성지순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성지순례에 앞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조모임과 각 조마다 완벽한 성지순례를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워크북 등에서 이미 성공예감을 했다는 것.
그러한 주일학교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교회의 미래는 역시 밝다는 생각을 한 김신부. 그는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교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전달자”라며 “성지순례를 통해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생동감있게 전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성지순례 참가 성수환-김정원 부부
“학생들 더욱 사랑하라는 뜻”
성수환(바오로.31)-김정원(크리스티나.28) 부부는 이번 성지순례가 누구보다 뜻깊었다. 가나 혼인잔치 기념성당에서 혼인 갱신식을 했기 때문이다.
성씨는 “정말 생각도 못했다”며 “교사활동을 한지 10년째지만 주일학교 학생들을 더욱 사랑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지구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는 부부는 ‘교사라는 같은 지지대’를 통해 서로 이해를 잘하게 된다며 함께하는 주일학교 교사 활동이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김씨는 “성지순례를 통해 삶의 자리에서 주님을 표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행사가 주님에 대한 식지 않는 사랑을 재확인 하는 자리였다”고 곱씹었다.
무엇보다 성서 안에 박혀있던, 역사로만 알고 있던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시공을 초월한 존재감을 느꼈다는 부부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러한 행사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입력일 : 200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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