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욕구 뿜어내는 문화공간
명동, 교회 미래 가꾸는 성지로
“믿어지지가 않아요. 명동에 이런 공간이 생기다니.” “교회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마련에다 흥겨운 공연까지 보여주니 일석이조의 효과란 이런거겠죠?”
교회가 청소년들을 위한 젊은 교회로의 태동을 선언했다.
청소년 문화공간 ‘주’(Ju, Jesus loves you의 약칭)가 젊음의 상징인 서울 명동거리 초입에 첫 출항의 닻을 올렸다.
‘주’는 11월 12일 서울시 중구 명동 2가 2-1 가톨릭회관 주차장에서 ‘주’ 개관 축하, ‘청소년과 함께하는 명동 열린마당’을 성대하게 치렀다.
이날 행사는 지난 9월 10일 열린 ‘제1회 구상문학상’ 시상식으로 문을 열었다. 시상식에서는 운문, 산문, 사생대회 등 각 부문 참가자 중 각각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수상자 등에게 상패와 부상을 수여했다. 대상을 시상한 서울대교구 김운회 보좌주교는 “구상 문학상이 젊은 문학인 배출의 등용문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청소년 문화공간 ‘주’가 그들의 꿈을 키우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청소년 동아리 공연에는 서울특별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구립서초유스센터, 서울시립성동청소년수련관 등 청소년 기관 단체와 대한가톨릭중고등학교연합회(KYCS) 동아리 13개 팀이 참가, 댄스, 수화, 풍물 등을 통해 젊음의 뜨거운 열기를 분출해냈다.
또래 친구들의 공연에 환호하던 이수지(17.경희여고)양은 “그동안 충분한 놀이공간 없이 어른들의 문화를 여과 없이 취하다 보니 청소년 문화가 퇴색된 게 사실”이라며 “교회가 청소년들을 위해 문화공간을 마련한 것은 나뿐 아니라 모든 청소년들이 기뻐할 것”이라고 반겼다.
공연장 주변에 마련된 부스도 이날 열기에 한몫했다. 청소년 관련 다양한 정보와 흥밋거리 전시, 청소년뿐만이 아닌 가족과 함께 하는 대형 윷놀이, 세계 민속의상 입어보기 등을 마련해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한마당 화합의 장이 됐다.
청소년 동아리 공연 후 ‘주’ 개관식이 열렸으며 이어 축하공연도 마련됐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축하공연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청소년 문화공간 ‘주’의 마련은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라며 “이곳이 그들의 밝은 미래를 가꾸는 ‘성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배 모양의 건물외관과 물고기 몸통 모양의 내부공간을 띄고 있는 ‘주’는 청소년 권장도서와 일반 잡지 등을 비롯해 웹서핑이나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갖추고 있으며 분기별로 마술, 마임, 요리 등 테마를 구성,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 개관으로 본 교회내 청소년 문화공간 실태
“본당서부터 놀이공간 마련해야”
“PC방, 노래방, 가끔 찜질방 가는 친구들도 있고… 마땅히 갈곳이 없잖아요. 그런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손가락질 당하기 쉽상이고, 평소에 가지고 있던 스트레스나 긴장을 해소할 만한 공간이 없는게 가장 답답했죠.”
‘청소년과 함께하는 명동 열린마당’에서 만난 송현호(베드로 첼레스티노.18.월계동본당)군은 ‘주’의 개관을 누구보다 반기는 청소년 중 하나다. 특별한 청소년 문화공간이 없는 상황에 ‘주’의 개관은 이들에게 단비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송군의 말을 들어보지 않더라도 교회내 청소년을 위한 완전개방형 놀이공간은 거의 없다. 이번에 개관된 ‘주’가 유일한 청소년 문화공간일 정도로 그들을 위한 교회내 배려는 전무한 상태이다.
비록 교구차원에서 청소년을 위해 다수의 수련관과 기관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그저 단순히 지역주민과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뿐, 그들의 욕구 충족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한가톨릭중고등학교연합회(KYCS) 지도 김숭호 신부는 “교구나 본당 차원에서 ‘주’와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청소년이 교회의 미래라는 인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들의 현재까지 보듬어 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 사목이 시작되는 본당 차원의 청소년 공간이 태부족한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서울 가락동본당에서 청소년 사목을 담당하고 있는 권구영 수녀는 “본당에서 청소년들이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하상넷’이란 공간을 마련했지만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교구나 본당차원에서 적극적인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어쩌면 그 어느것보다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과제다. ‘주’의 개관은 청소년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교회는 ‘주’의 개관을 통해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 청소년들의 교회 이탈현상을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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