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받았다. 화장품이었다. 주는 건 무조건 받고 본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번엔 좀 낭패감이 앞섰다. 또 얼굴에 버짐 폈나? 방문자들이 돌아간 후 급히 거울을 보았다. …폈다.
그래도 위안이 되었던 것은 선물을 쌌던 포장지. 상품명이 ‘나 이니스프리로 돌아가리라’고 노래하던 예이츠의 시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요즘 화장품은 제목도 꽤 시적이군… 만감이 엇갈렸지만 종합적으로는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 스스로는 보지 못하는 나를 누군가가 챙겨주는 곳, 그 곳이 곧 예이츠가 말하는 이니스프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 살펴볼 에즈라서와 느헤미야서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협공으로 어떻게 해서 하느님의 공동체를 훌륭히 구성해나가는지 그 역동성을 보여준다. 서로의 소통과 이해를 통해 공동체원 모두가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는 곳, 그곳이 바로 이스라엘의 귀환 공동체가 이룩하고자 했던 진정한 하느님 나라의 실체였던 것이다.
개관
히브리 경전 목록에서 에즈라와 느헤미야는 한권의 책으로 묶여 있었다.
원 이름은 ‘에즈라’로서, 각기 다른 책이었으나 최종 편집자에 의해 한권의 책으로 엮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1) 사건 당시에 기록된 여러 자료들, 2) 에즈라와 느헤미야의 회고록, 3) 에즈라 1~6장의 덧붙임 등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다. 이를 통해 편집자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사제 에즈라와 평신도 느헤미야의 공동 노력과 그를 통한 하느님 공동체 형성이었다.
실제적으로는 느헤미야(아르닥사싸 1세, 기원전 465~423년)는 에즈라(아르닥사싸 2세, 405~358년)보다 먼저 활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에즈라가 경전에 먼저 배치된 이유는 아마도 종교적 입장이 강조된 결과인 듯하다.
즉 역사적으로 실제 사회 개혁의 주도적 역할은 느헤미야의 몫이었지만, 그 뒤에 에즈라가 이를 종교적으로 정리하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개혁의 정도를 볼 때 에즈라가 전반적인 면을, 느헤미야가 특정한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에즈라의 개혁이 선행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 이러한 입장이다. 이 입장에 의하면 에즈라는 느헤미야보다 먼저 귀환했고 개혁도 먼저 단행되었다고 본다.
역대기 상하와의 관계
1932년 레오폴드 춘쯔(Leopold Zunz)이후, 역대기 상하는 역대기계 역사서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기 시작하였고, 오늘날 학자들은 이 책들(역대기-에즈라-느헤미야)이 ‘역대기계 역사학자’라고 불리는 동일 저자(혹은 저자 그룹)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서로 다른 저자의 작품임을 주장하는 논의도 존재하고 있다.
저작 시기
에즈라 1~6장은 헬레니즘 시대 초기(기원전 300년 전)에 기록된 것으로 보인다(최종적인 형태로 완성된 것도 이때쯤으로 여겨짐). 그런데 히브리 성경에 배치된 대로, 에즈라서의 형성이 느헤미야서에 앞서는 것으로 보여 지고, 또한 느헤미야에 관련된 마지막 날짜는 기원전 430~424년 사이가 되므로, 결론적으로 이 두 책은 기원전 400년~300년대에, 가장 중요한 두 번의 편집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숙제를 푸는 과정
위령성월이라서 그런가. 요즘은 왠지 ‘인생은 40부터’ 라는 말이 자주 떠오른다. 어릴 때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던, 그저 나이든 분들 스스로가 무료하고 힘없는 현실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낸, 왠지 서글프고 맥 빠지는 담론 정도로만 생각되던 그 말….
그런데, 역사서 원고를 준비하고 대학원의 지혜문학 강의를 준비하면서 그 말의 의미를 나도 이제는 조금씩 깨닫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풀어가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인생의 본질이라면, 그 숙제가 무엇인지를 비로소 파악하게 되는 때가 40이라는 나이를 먹으면서부터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 이전에는 자기 숙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는 시간들일 수도 있다는 것….
이제 살펴보게 될 역대기계 역사서에 대한 내용들이 자기 인생의 역사를 하느님 안에서 풀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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