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나 오늘 갈 것 같애…!”
숨을 헐떡이며 부인의 손을 잡고 환자가 다급히 외쳤습니다.
51세 간암 말기. 꽃마을에 입원한지 불과 3시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자기 몸에 일어나는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음을 느낀 환자가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들어오실 때만 해도 부축을 받긴 했지만 걸어서 들어오셨고 사과까지 드시면서 금새 적응을 하신 분이었습니다. 기분도 좋고 편안하다고 하시면서 부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으셨는지 부인에게 이상함을 호소했습니다.
옆에 있던 봉사자가 즉시 산소를 대 드렸습니다. 환자 스스로 산소를 최대치로 올려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산소 공급 7리터, 이정도면 산소가 연결되어 있는 튜브 끝에서 쐐~ 소리가 날정도로 산소가 강하게 나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모든 암이 다 나쁘지만 그중에서도 폐암이나 폐로 전이된 암들이 예후가 항상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우를 봅니다. 다른 암들은 폐와 심장이 움직이는 한 어느 정도 시간을 끌면서 단계별로 임종과정을 거치는데 폐암은 당장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정량의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얘기하다가 숨 한번 몰아쉬고는 스르르 가시는 분들도 있고, 방금 전까지 얘기 나누다가 잠깐 나갔다 들어 온 뒤에 보면 이미 임종을 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서 폐암은 항상 요주의 관찰 대상입니다. 폐암 환자가 누워서 잘 수 있다면 상태가 아직은 좋은 것이고 눕지를 못하고 앉아서만 지내야 한다면 임종 대기 상태에 있다고 보고 관찰해야 할 것입니다.
이분도 역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분이었습니다.
산소가 최대치로 들어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가 이미 틀렸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틀렸어” 하며 그냥 산소를 꺼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환자를 안아서 편하게 누이려는 봉사자를 밀치고 자기 아내에게 의지 하더니 웃으면서 “00아, 아무래도 나 오늘 갈 것 같애”하는 말을 남기곤 그대로 의식을 잃으며 임종을 하셨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옆에서 붙어 있던 환자의 아내가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동안 700여명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은 죽는 것처럼 허무하고 쉬운게 없다는 것입니다. 들어간 숨이 나오지 않으면 죽음이고, 내 쉰 숨을 다시 들이키지 못하면 그것 또한 죽음입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사이가 바로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것이니 삶과 죽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항상 깨어 있어라.”(루가13, 32. 37)
하루 한두 번쯤은 삶과 죽음을 느껴봅시다. 숨을 내쉬고 끝까지 견디어 봅시다. 들이쉬는 숨의 고마움을 알도록….
박창환 신부 (청주 성모꽃마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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