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로 집이 날아가니 전망이 좋아졌다.’ 오래전 본 ‘쉬핑뉴스’라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에 올랐던 구절이다. 긴 고난과 폭풍의 여정 속에, 주인공 가족이 연연해하던 낡은 가옥이 날아가 버리자, 오히려 평화롭고 고즈넉한 풍광이 되었다는 의미였다.
모순적인 말이지만, 인간은 부여잡고 있는 것을 결국 놓치고야 말았을 때, 어쩌면 그렇게 가장 비극적인 처지에 놓였을 때에, 표현할 수 없는 담담함과 의외의 평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놓칠까봐 연연하는 마음이 사실은 우리를 시달리게 하는 지옥이며, 공포의 원상이기 때문이다.
에즈라와 느헤미야는, ‘성전’(temple)이라는 특별한 ‘집’의 붕괴와 그와 함께 무너진 이스라엘의 자의식을, 그리고 그 무너짐 속에 새롭게 시작되는 이스라엘을 전해 준다. 사실 에즈라와 느헤미야가 새 이스라엘을 꿈꾸며 개혁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지독한 패배를 통해 모든 것이 무너졌기에 가능했던 시작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에즈라서
에즈라서는 부분적으로 아람어로 서술되어 있다(4, 8~6, 18 7, 12~26). 아람어는 페르시아의 공식 언어로서 왕실의 공문들은 대부분은 아람어로 기록되어 전달되었고, 편집자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아람어 문헌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유배 이후 파급되기 시작한 아람어는 이스라엘의 언어로 정착되고 예수님도 아람어를 쓰셨다고 알려져 있다.
명칭
에즈라는 ‘야훼께서 도와주신다’라는 뜻의 히브리말이며, 페르시아의 사신 격으로 유다 지방에 파견된 사제 출신 율법학자의 이름이다.
구조와 내용
에즈라서는 모두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지는데 전반부(1~6장)는 이스라엘의 귀환과 성전 재건, 후반부(7~10장)는 에즈라의 개혁을 다루고 있다. 간추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귀환한 이스라엘은 스알디엘의 아들 즈루빠벨과 요사닥의 아들 예수아의 지도 아래 성전재건에 착수하지만 이내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그러나 우여곡절 속에서 성전 건축은 재개되고, 결국 기원전 515년 성전을 봉헌하여 그곳에서 과월절 축제를 지낸다.
이후 아르닥사싸 임금에게 공적 임무를 부여받은 사제 에즈라가 도착하는데, 그는 혼종혼을 우선적으로 정리한다. 바빌론의 지배 아래 살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그곳의 이방인 여인들과 결혼하여 그들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을 유다 지방에서 추방(10장)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느헤미야서의 명칭
느헤미야라는 이름은 ‘야훼께서는 위로이시다’라는 뜻이다. 에즈라가 종교적인 측면에서 활동했다면, 느헤미야는 정치적-사회적 측면에서 공헌한 인물이었다.
수사의 페르시아 궁정의 음료 담당관이었던 느헤미야는 기원전 455년 예루살렘 성벽을 건축하라는 전권을 부여받는다. 후에 그는 유다 지방의 총독으로 임명되고(느헤 5, 1) 귀국하여 성벽을 개축하고 여러 사회적인 개혁을 도모한다.
구조와 내용
느헤미야서는 모두 세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 첫 번째 부분에서는 느헤미야가 아르닥사싸로부터 성벽을 재건하라는 허락을 받고 52일 만에 성벽을 완성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이후 그는 주민들끼리의 채무 관계를 해결(5장)해주며, 두 번째 부분에서는(8~10장) 에즈라에 의한 율법(모세오경) 선포와 초막절 축제 내용이 등장한다. 마지막부분(11~13장)에서는 예루살렘 성벽 봉헌과 느헤미야의 두 번째 사회 개혁(성전 정화, 레위인에 대한 대우, 안식일, 혼종혼 금지 등)이 제시된다.
무너짐은 끝이 아니다
에즈라와 느헤미야의 개혁은 모든 것이 무너졌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무너짐이 고통이 되는 이유는 그것을 새로 시작할 절호의 기회로 삼지 못하고, 그저 상처로만 묶어둔 채 슬픈 마음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즉 인간 내부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기 어려운 까닭은 상처를 고집스레 묶어두고 있는 스스로의 집착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빠, 뭐가 그리 두려운가요…” 앞에서 언급했던 영화에 나오는 어린 딸이, 늘 불안과 열등의식에 시달리던 아빠에게 물었던 내용이다. 혹시 무너짐이 끝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정식으로 물어야할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운명을 걸고 물어야할 이 질문에서 나 자신 역시 예외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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