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꽃마을에 들어오는 날 29살 된 젊은 엄마가 아기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었다. 병명은 자궁경부암 말기. 자궁암이 전이가 된 상태에서 장폐색까지 겹쳐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 아무것도 못 먹는 상태에서 옆으로 눕는 것조차 제대로 되지를 않아 등에서는 막 욕창이 생길 듯 벌겋게 물러 있다. 목에는 c-line을 꽂아 수액이 들어가고 있었는데 유일한 생명줄이다.
엄마는 그 아픈 와중에도 이제 한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의 얼굴 사진을 어루 만지며 눈물짓는다. “내가 얼른 나아서 아기를 키워야 하는데..”
“그래 마음 굳게 먹고 이겨내야 한다” 하며 남편이 옆에서 위로한다.
이 젊은 아기엄마는 지난해에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임신 6개월이 될 쯤 자궁에서 출혈이 생겨 병원에 가보니 자궁경부암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2기라고 판정. 의사선생님 하는 말이 아기를 포기하면 산모가 살 수 있고, 그렇지 않고 아기를 계속해서 자궁에서 키우면 치료의 시기를 놓쳐 산모가 죽을 수밖에 없으니 택일을 하라고 한다. 남편과 가족들은 아기를 지우고 우선 치료를 하자고... 아기야 없어도 살고 데려다가 키울 수도 있으니 우선 살고 봐야 되지 않겠냐고 설득을 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내가 죽더라고 아기는 살려야 한다고 했다. 나 살자고 우리 아기를 죽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아기와 암덩어리가 자궁 속에서 같이 컸다. 그러나 암덩어리가 커가는 속도가 빨라 달수를 채우지 못하고 결국 8개월 반만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엄마의 생명과 맞바꾼 덕분에 아기는 태어났지만 엄마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말기암 상태가 되었다. 남편은 절규한다.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기 사진을 바라보면 정신이 번쩍 드는지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되는데,, 아기를 내가 키워야 하는데 하고 곧잘 중얼거리면서 웁니다. 딸 녀석도 엄마 젖 한번 빨아 보지 못하고 떨어져서 크고 있습니다. 제 아내 정말 불쌍한 여자입니다. 마지막 남은 삶이라도 편히 지내다 가게 해주십시오.”
한달 후 아기가 보고 싶다고 해서 남편이 아기를 데리러 서울로 올라가는 사이에 임종이 시작되었는데.... 남편이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다. 남편은 자기 아내를 이렇게 표현했다.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를 잘했던 여자. 속이야 어찌되었든 겉으로는 너무 밝고 당당한 그런 여자였습니다. 아내를 닮은 예쁜 아기가 있으니 아내는 죽은 것이 아니라 늘 내 곁에 있는 것입니다.”
성모꽃마을은 말기암환자들을 위한 무료 호스피스시설입니다. 입원할 때부터 임종 때까지 전액 무료로 돌봐드립니다. 이 좋은 일에 함께 동참해 주시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
(문의: 청주043-211-2112. 2113)
박창환 신부 (청주 성모꽃마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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