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형제자매’라는 외침 소외된 환자 돌보는데 큰 힘
6만여명의 샤를르 가족 참여
대형사진 내려지자 교황 축복
“아버지, 이 몸을 당신께 바치오니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저를 어떻게 하시든지 감사드릴 뿐, 저는 무엇에나 준비되어 있고, 무엇이나 받아들이겠습니다/아버지의 뜻이 저와 모든 피조물 위에 이루어진다면 이 밖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11월 13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6만여명의 샤를르 드 푸코 영성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시복식이 거행된 샤를르 드 푸코의 의탁의 기도이다.
11월 5일부터 시작된 성지순례에서 필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해, 가난한 이의 성모성지인 벨기에 바뇌 성지를 거쳐 푸코 수사의 고향인 스트라스부르그를 지나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도착했다.
시복식 전날인 12일은 예수의 작은 자매회 본원인 트레폰타네 옆에 위치한 트라피스트 수도원 성당에서 전세계 푸코 수사 영성가족 3천여명이 모여 전야제 기도모임을 가졌다.
이튿날 새벽 6시, 5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향했다.
자매들이 미리 준비한 초대권을 갖고 성전 안으로 입장했는데, 베드로 대성당 안에는 6천여명이, 그리고 광장에는 이미 6만명의 샤를르 가족들이 시복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9시30분, 시복식 장엄미사가 시작됐다. 12시에 시복식이 끝나면서 대형 커텐이 내려지고 샤를르 수사의 대형 사진이 드러났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께서는 7개 국어로 축복하고 모인 샤를르 가족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하셨다.
올해는 푸코 수사가 알제리에서 총에 맞아 돌아가신지 89년이 되는 해이다. 그가 젊었을 때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큰 재산을 가지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회개하여 부르짖을 때 하신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하느님, 저는 악만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악에 휩쓸리진 않았으며 그것을 사랑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쓰라린 공허감을 느끼게 하셨으며 저로 하여금 그때 비로소 슬픔을 맛보게 하셨습니다.…저는 하느님이 계시다고 믿자마자 그분을 위해서 밖에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샤를르 수사는 하느님의 발치 앞에 앉아 장시간 성체조배를 하면서 그 자리에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셨다. 수녀원에서 종지기로 수년간을 지내면서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함에 기뻐하셨고, 알제리 사막에서 “만인은 나의 형제자매다”라고 외치셨다.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자신의 영혼 속에 선명하게 새겨 예수님과 똑같은 길을 걷기 위해 나자렛 생활을 추구, 그분과 일치를 이루신 샤를르 수사이다.
자신은 수도회를 만들지 못했지만, 한 알의 밀알이 썩어서 백배 열매를 맺듯이, 그 뿌려놓은 씨앗이 썩어서 오늘날 수많은 수도자, 재속회원, 성직자들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들이 시복식에 참석해 살아있는 우리에게는 기쁨이, 샤를르 수사에게는 영광이 되는 순간이었다.
18년간 요셉의원에서 가장 버림받고 소외된 환자들을 돌보면서 힘들었을 때 샤를르 형제의 남겨진 삶의 자취와 말씀들은 큰 힘이 되었고, 이번 시복식에 참석하여 샤를르 드 푸코 수사의 말씀과 삶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어 참으로 기뻤다.
선우경식 원장(요셉.요셉의원 원장)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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