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성모님과 약속 지킬 수 있어 기뻐”
“남은 삶도 어려운 이웃 돕는데 봉헌”
40년만에 지킨 약속.
11월 7일 경남 창녕군청에서는 뜻깊은 장학금 전달식이 마련됐다. 창녕군이 건설을 추진중인 문화예술회관 부지에 자신의 땅이 편입되면서 받은 보상금 1억원을 불우 청소년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것.
“이제야 마음의 큰 짐을 덜게 됐습니다.” 이날 장학금을 쾌척한 정외순(세실리아.71.마산교구 창녕본당) 할머니의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신앙을 가지며 성모님께 했던 약속을 4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지키게된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사연은 이렇다. 정할머니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 일찍이 시집와서 ‘집없는 설움’ ‘배고픈 설움’을 뼈에 사무치도록 경험했다. 심지어 첫 아이를 낳고 3일동안 굶어 쓰러진적도 있었다. 당시야 대부분 어려웠다고 하지만 정할머니의 사정은 집이 없어 하늘이 훤히 보이는 외진 헛간을 빌려 핏덩어리 아이를 키워야 했을 만큼 절박했다.
그러다 “이렇게 있다가는 정말 굶어 죽겠다”는 생각에 아이를 들쳐 엎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시장 노점상을 시작으로 소위 ‘돈되는 것’은 안해본 것이 없었다. 와중에 너무 힘들어 수차례 자살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하느님을 믿기 전 의지할 곳 없고 누구 하나 믿을 사람도 없어 정말 죽으려고 자살을 시도한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장사를 하며 많은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좌절을 겪으면서 의지할 곳을 찾다 처음 성당에 나오게 됐다는 정외순 할머니. 그 때의 심정은 “하느님께서는 나를 배신하지 않으시겠지”였다고 한다.
“세례받는 날 전 너무도 감격에 겨워 성모님께 1억원만 모을 수 있다면 이 돈을 정말 가난한 이웃을 돕는데 쓰겠다고 약속했어요.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고 돈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하는 고통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슬하에 장성한 5남매를 두고 있는 정할머니는 현재도 경제적으로 그렇게 여유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이제라도 40년전의 약속을 지키게 해주신 하느님과 성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밥먹고 살 정도의 형편이 되면 신앙인으로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인생의 극한을 체험하며 어려운 삶을 살아온 정외순 할머니는 ‘나눔’이야말로 가장 큰 기쁨이며 행복이라고 전했다.
“자식들이 결혼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자기 밥벌이 하며 사는데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남은 삶은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바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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