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다름없는 할머니와 손잡고 성당 가고 싶어요”
정현호(가브리엘.24)씨에게 할머니는 엄마와 다름없다. 열 살도 채 안 됐을 때 집을 나간 엄마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 군대 다녀오면 할머니 편히 쉴 수 있도록 해 드리겠다고 다짐했지만 정씨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병상의 할머니를 간호하기에도 벅차다.
할머니 문영자(아녜스.79)씨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것은 지난 11월 13일. 2000년부터 치료를 받아오던 불안정협심증과 심부전증이 악화된 것이다. 약물치료로는 완치가 불가능할 만큼 병은 깊어졌다. 11월 25일 세 곳의 막힌 심장혈관을 뚫는 시술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결국 시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문씨는 곧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다.
수술만이 살 길이라는 데 막상 수술비가 없다. 있는 이들에게는 큰 돈도 아닌 700여만원. 어떻게든 마련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20대 중반인 정씨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큰 산이다.
정씨의 아버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게다가 대인기피증이 있어 어머니 문씨가 입원한 병실을 찾지도 않는다. 할머니와 정씨, 그리고 아버지 세 가족의 수입은 정부보조금 40여 만원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지만 거동도 못하는 할머니 간호와 앞 못 보는 아버지 수발로 정씨는 시간을 낼 수가 없다. 더구나 월 15만원을 내며 살고 있는 월세 집 보증금도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치료비에 보탤 수가 없다. 정씨는 군 입소 날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군대에서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아직 천주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할머니와 성당에 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고 기도한다.
“할머니는 평소에도 열 번 정도 중간에 쉬셔야만 성당에 도착할 수 있어요. 할머니를 부축해 줄 사람은 저 밖에 없잖아요. 할머니가 어서 병을 털고 일어나셔서 함께 성당에 갔으면 좋겠어요.”
※도움 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881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5-12-04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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