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순교정신에 깊은 감명
‘성지순례, 하느님께서 오늘 아시아에 주시는 사랑의 선물’을 주제로 11월 21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양주시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제2차 성지순례사목 아시아대회는 성지라는 마르지 않는 우물에서 길어 올린 순례 영성의 달콤함을 나눈 장이었다.
17개국 90여명 참석
◎…17개국에서 참석한 90여명의 순례지 사목자와 관계자들은 각기 다른 지역교회들의 다채로운 경험들을 나누며 우리 시대 성지와 순례지가 갖는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대회 둘째 날 각국 대표들은 절두산 순교성지와 명동성당을 방문, 한국교회의 밑거름이 된 순교 영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이들은 절두산성지를 비롯한 한국 성지의 이면에 자리한 순교 역사와 정신을 접하고 시종 깊은 감명을 받은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한국 전통문화 체험
◎…대회 참석자들은 둘째 날 밤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가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마련한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맛보기도 했다. 판소리 공연 관람 중 하마오 추기경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좋다” “그렇지” “얼씨구” 등 추임새를 함께 넣으며 흥을 돋우기도.
◎…필리핀 에드사(Edsa) 성지 봉사자로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해 눈길을 끈 로버트 로사리오(44)-게이네스 마리(40)씨 부부는 “벌써 3차 대회가 기다려진다”는 말로 이번 대회의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로사리오씨는 “한국교회의 순교자들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이런 교회 역사를 나눔으로써 아시아 교회의 몫을 확인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다른 지역교회와 여러 경험 나누며 성지 사목 재발견”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장 이병호 주교
“다른 지역교회들의 경험을 접하며 우리가 좁은 시야에 갇혀 있었음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성지가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의미를 띨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성지순례사목 아시아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병호 주교(전주교구장)는 성지에 대한 새로운 사목적 시야를 확보하게 된 것을 이번 대회가 거둔 결실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내년 1월에 국내 성지 사목 담당자 모임을 열기로 한 배경에도 이번 대회의 성과를 나누고 승화시켜 나가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 성지 대부분이 순교자와 관련된 순교성지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이야기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성지를 통해 그리스도의 다른 면모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더 개발되고 강조되어야 합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남미 등 다른 대륙 대표들의 성지사목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밝힌 이주교는 ‘기복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순례의 모습에 대해서는 경계의 뜻을 드러냈다. 따라서 성지 사목 담당자들이 어떤 신앙과 책임 의식을 지니고 순례자들을 인도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시아에도 많은 훌륭한 자원이 있음에도 ‘성지 순례’하면 서양부터 떠올리는 것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주교는 국내의 성지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 나설 것을 제안한다.
“성지를 향해 걷는다는 것은 영적으로 자유로웠던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며 영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성지를 향해 오는 것을 ‘굉장한 기회’라고 표현한 이주교는 “순례지는 성경 말씀을 따라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이끄는 곳”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렇기에 순례자들이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순례지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은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쉬는 교우들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순례의 전통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그것이 이 시대, 성지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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