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성지순례 활성화에 공감대
교황청·미주교회 등 17개국 90여명 참석
‘성지순례, 하느님께서 오늘 아시아에 주시는 사랑의 선물’을 주제로 열린 제2차 성지순례사목 아시아대회는 아시아 교회는 물론 보편교회의 이목을 끈 행사였다.
지난 1998년 4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 후속조치에 따라 아시아 교회의 성지순례 활성화를 통한 복음화와 종교간 대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난 2003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첫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예상을 뛰어넘어 모두 17개 나라에서 90명이 넘는 이들이 참가해 대회 자체는 물론 아시아 교회의 위상을 새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아시아의 그리스도교 국가라 할 수 있는 필리핀과 보편교회에서 적잖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 교회를 비롯해 점차 그 위상이 부각되고 있는 중국에서도 마카오와 홍콩 등지에서 대표들이 대거 참가함으로써 이 대회가 명실 공히 아시아지역 교회의 교류와 나눔의 장이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런 대회의 위상에 걸맞게 이번 행사에는 후미오 하마오 추기경을 필두로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관계자들은 물론 라틴아메리카 성지순례사목연합회 의장 가스파르 퀸타나 호르케라 주교(칠레 코피아포교구장), 미국 성지순례사목협회 의장 시릴 가이즈 신부, 필리핀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장 프레시오소 D. 칸티야스 주교(마신교구장) 등이 참가해 보편교회 속에서 아시아 교회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나눔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가 건져 올린 가장 큰 성과는 뭐니뭐니 해도 아시아 성지순례사목협회(가칭)를 가시화시켜 냈다는 점이다. 교황청과 미주 지역에서 참가한 나라들을 제외한 아시아의 14개 지역 교회들은 이번 2차 대회를 마무리하며 아시아지역에서의 성지순례사목 활성화와 이를 통한 복음화를 위해 협의체 설립에 공감대를 마련하고 참가국들을 회원국으로 성지순례사목협회를 만들기로 결의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 대륙과 지역 및 국가 차원에서 이번 대회의 성과를 구체화시켜 나갈 수 있는 후속 조치를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참가국 대표들의 이같은 뜻을 담아낸 ‘최종 문서’는 아시아 교회 차원의 후속 작업을 위해 향후 활동 계획과 아울러 이를 구체화.실질화하기 위해 기울여야 할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최종 문서에서 아시아 성지순례사목 대표들은 ‘성지가 하느님 말씀 선포와 성사 거행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임을 강조하고 ‘쇄신과 평화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비그리스도교 신자들을 환영하는 곳’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성지의 성격과 자질을 묶어 제시함으로써 교회 지도자들은 물론 일반 신자들의 성지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기로 했다.
특히 각국 대표들은 ‘하느님께서 사랑과 생명을 주시는 곳’이라는 성지의 의미에 인식을 같이하고 생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비정부·교회 기구 등과 연대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아시아 교회 성지순례 사목자 및 담당자간의 유기적인 소통과 연대를 위해 ‘조정자’(coordinator)를 두기로 한 것도 이번 대회가 거둔 성과 가운데 하나다. 참가자들은 대회 폐막을 앞두고 필리핀 대표를 조정자로 선출하고 향후 각국 교회간 연대와 연락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신자들, 관광과 순례 혼동 말아야”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의장 하마오 추기경
“한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가 순교의 대륙임을 깨달았습니다. 아시아 대륙의 보물인 순교 성지들을 잘 가꾸고 활용한다면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이 가능할 것입니다.”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의장 후미오 하마오 추기경은 순례지는 하느님과 만나는 장이 되어야 함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대회 중 절두산 순교성지와 명동성당 등을 방문해 한국의 성지순례사목을 체험하기도 한 하마오 추기경은 방한 기간 내내 한국 성지들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아시아 교회의 가장 큰 자산 가운데 하나가 성지임을 역설했다. 절두산성지를 방문했을 때는 특별히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상을 따로 찾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의 화해를 위해 두손을 모아 성지가 화해의 장임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이들이 참석한데다 회의 내용까지 풍부하고 좋았다”고 이번 대회를 평가한 하마오 추기경은 성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당부했다.
“관광과 순례가 혼동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순례의 영적인 면을 잘 살려 나가야 할 것입니다.”
관광적 요소가 큰 성지순례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 하마오 추기경은 여행사들이 상업적으로 이러한 흐름을 부추기는 면이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런 이유로 로마에서 순례와 관광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두 번이나 실시하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본 등지에서의 경험을 들어 “아시아 사람들은 기복적인 것이 특징적”이라고 밝힌 하마오 추기경은 “순례자들이 순례를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교회의 몫”임을 역설했다. 순례지 사목자나 봉사자들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이 배우고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국가 또는 대륙 차원에서 구체적인 결실이 거둬지면 모든 주교회의와 사목자들을 통해 성과를 나누는 것 또한 이번 대회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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