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알고부터 참회의 눈물 ‘주르르’
제2주일 / 끊임없이 회개하라
주요내용 : 구세주 오심에 대비해 회개하도록 촉구
(마태 3, 1~12; 마르 1, 1~8; 루가 3, 1~6; 사도3, 19; 집회 17, 25~32)
강도·강간·경찰 폭행… ‘징역 20년형’
하느님 알고부터 참회의 눈물 ‘주르르’
대림시기는 회개와 속죄의 시기다. 왜냐하면 주님께로 향하는 회개 없이는 그분의 오심을 깨어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흠이 많은 나약한 인간이 주님을 기쁘게 맞이하려면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굳건한 신앙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이 대림시기 중에 기도모임이나 참회예절 등에 적극 참여해 주님을 기다리기에 합당한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주님의 사랑에 응답하는 때인 대림시기는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갖게하면서도 한편으론 참회와 회개를 요구한다. 우리 각자를 보다 더 성숙하고 새롭게 변화되도록 이끌어 주는 은혜로운 시점인 대림시기는 성장과 회개가 공존하는 시간이 분명하다.
#어느 장기수의 회개
-“세상에서 방황할 때 나 주님을 몰랐네/ 내 맘대로 고집하며/ 온갖 죄를 저질렀네/ 예수여 이 죄인도 용서 받을 수 있나요/ 벌레만도 못한 내가 용서 받을 수 있나요”-
‘강도·강간·경찰 폭행….’ 죄목이 많다. 그래서 중형이 뻔하다. ‘검사는 ‘사형’을 요구했다. 판사가 내린 결론은 ‘징역 20년.’ 90년부터 기결수로 복역해 지금까지 16년 넘게 교도소에서 살고 있다.
김정석(가명.다니엘.37)씨. 강원도 화천이 고향이다.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나 별 어려움 없이 자란 김씨가 구렁텅이로 빠진 것은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할 때였다.
학교 다닐 땐 ‘술·담배는 나쁜 것’이라 여길만큼 반듯한 학생이던 그가 재수하면서 나락에 빠지고 만 것. 아무런 의식없이 죄를 짓고 또 지었다. 처음엔 할 수 없이 가담했다가 나중엔 친구들을 부추기는 입장으로 되고 만다.
“한 번, 두 번 죄를 짓다 보니 양심이 무디어 지더군요. 상대방이 당하는 고통은 전혀 생각을 못했죠.”
정신이 든 것은 재판받으면서부터. ‘잘못이구나. 왜 그랬나’라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 왔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죽음’을 택했다. 안경알을 깨트려 손목에 자해도 해봤고, 바늘과 철사를 한번에 20개나 먹어봤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정말 암울했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차 있었다.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교도소를 찾아 온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부터다. “세상에 저렇게 착한 사람들이 있나. 도대체 어떤 분들인가”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천주교 교정사목후원회 회원들이었다. ‘그래 나도 저 분들처럼 정말 인간답게 한번 살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즉시 예비신자 교리반에 들어갔다.
1991년 11월 5일. 이 날은 김씨가 새롭게 태어난 날. 신동민 신부(원주교구)로부터 세례 받던 그날, 김씨는 하루종일 울었다. 참회가 뭔지, 회개가 뭔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싹텄고 나름의 가치관도 생겨났다.
“봉사자들처럼 착한 사람이 되게 도와달라고, 착한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지금 김씨는 현도사회복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다. 착한 사람이 되어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기 위한 준비 작업의 하나다. 교도소 안에서 천주교 반장으로, 또 레지오마리애 단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타인의 회개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동료 재소자들의 든든한 상담자 역할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매일 묵상일기를 씁니다. 끊임없는 성찰과 기도로 제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죠.”
이러한 김씨를 알게모르게 도와주는 은인들도 많다. 손건희(요셉) 교도관은 김씨의 견진 대부가 되어주었고,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장옥희(요셉피나)씨는 16년동안이나 김씨를 보살펴준 친어머니 같은 분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사람들의 사랑에 감명받은 김씨의 부모와 고모, 이모 등 일가친척 모두가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
“하느님의 오묘하신 섭리에 감탄할 뿐이죠. 저를 통해 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부르셨어요.”
지난 11월 위령성월에 유서를 작성했다. ‘죽기전에 용서받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 매 순간순간 열심히 살지 못했던 저를 용서해 주세요. 모자란 저를 받아준 가족과 친구들, 정말 감사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특히 저로 인해 크나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부디부디 용서해 주세요.’
“‘우리는 주의 사랑을’(가톨릭성가 446)이란 성가를 제일 좋아 한다”는 김씨. ‘가련한 이를 위로해 주는 하느님 사랑’이 자신의 마음속에 항상 가득차 있길 소망하는 그에게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쁜 소식이 꼭 전해지리라 확신한다.
-“내 모든 죄 무거운 짐 이젠 모두 다 벗었네/ 우리 주님 예수께서 나와 함께 계신다오/ 내 주여 이 죄인이 무한 감사드립니다/ 나의 몸과 영혼까지 주를 위해 바칩니다/ 주를 위해 바칩니다”-
#어느 사형수의 편지1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가진 한 사형수가 서울교정사목위원회 봉사자 모임 대표 민성동(모니카)씨에게 보내온 편지 중 일부.)
모니카 어머님, 이제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나뭇잎 색깔은 짙어지고 가지는 더욱 앙상해지고 있습니다. 잎은 떠날 때가 되었다는 징표이고, 나무는 혹독한 겨울추위를 맞을 준비를 하는 중이겠지요.
그렇게 잎을 모두 떠나보내고 추운 겨울을 견뎌내야만 다시 새 봄을 맞을 수 있는 것을요….
이제 우리는 저마다 등불을 밝히고 기쁜 마음으로 신랑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지요? 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지요. 바로 ‘기름’입니다. 잔치는 준비된 이들에게만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니 지혜롭고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등불과 함께 기름도 꼭 챙겨야 겠습니다.
어머님이야 늘 준비가 완벽하신 분이니 즐겁고 영광스러운 잔치에 참여해 주님과 함께 기쁨을 누리시리라 믿습니다. 그럼 찬바람에 건강 상하시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내내 평안하십시오.
#어느 사형수의 편지2 (한 사형수가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누님, 요즈음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습니다. 죽기 전에 성경을 다 알고 갔으면 좋겠는데 왠지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어제도 한 사람이 “아무개 면회”라는 소리에 불려나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은 제 차례가…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 지기 시작합니다.
누님, 제가 바깥 세상에 살 때는 미움도 많았고 불만도 많았으며 무지무지하게 배가 고팠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가 될지 이틀이 될지 모르지만 남은 시간, 아니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예수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죄많은 사형수의 말을 그들이 들어 줄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누님, 제가 죽어가는 걸 가슴아프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살아생전 죄많은 인생이 지금은 구원을 얻었고 예수님을 믿다가 가니 한이 없습니다. 누님도 저 때문에 울지 말고 예수님을 믿어야 합니다. 그러면 제 마음을 충분히 알게 될 것입니다.
누님, 누님보다 먼저 가는 동생을 용서하기 바랍니다. 누님,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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