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교육이 성공하려면 뚜렷한 복음적 목적 지녀야
오늘날 교회의 교육을 ‘연 날리기’에 비유하면 어떨까. 만약 연 날리기를 배운다면, 우리는 올바로 바람을 안는 법을 배울 것이고, 오랜 동안 높이 연을 올리는 법을 익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바람을 일으키는 법’을 배우지는 못한다.
‘연 날리기’에 비유
연 날리기는 하느님이 일으키시는 바람을 타는 기술이다. 하느님이 바람을 일으키시고 우리는 그 바람을 타는 것이다. 훌륭한 선수는 결코 바람을 만들려고 에너지를 낭비 하지 않고, 좋은 바람을 식별하고 그것을 타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러나 성공적인 교회교육을 위해 제시되고 있는 각종 해법들을 보면 마치 ‘바람을 일으키는 법’에 대한 이야기로 들릴 때가 있다. 우리교회가 겪는 청소년 사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언급되는 각종 프로그램과 대안들을 들어보면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껏 위기에 선 교회의 청소년 교육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들을 살펴보면, 대개 청소년들의 특성에 맞는 시청각 교육(동영상, 인터넷), 경험 위주의 활동(연극, 댄스, 노래, 신심활동, 봉사), 프로그램(영어, 논술, 상담), 그리고 특성화 사목(학년통합교리반, 또래사목, 청소년본당) 같은 것들이다. 이 아이디어들은 교구 시노드 및 각종 세미나와 회의에서 합의된 것으로서, 그 참신성이나 다양성에서 조금도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신앙적 식별을 필요로 한다.
신앙적 식별 필요
첫째는 동기이다. 무엇이 혹은 어떤 동기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소위 인터넷 세대로 일컬어지는 청소년층의 취향에 맞는 느낌, 재미, 편의, 자율, 감각을 중시하는”(2005년 담화문 ‘청소년 선교에 힘을 모읍시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아쉽다. ‘느낌,’ ‘재미,’ ‘편의,’ ‘자율,’ ‘감각’ 등은 좀처럼 복음적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소년 교육에 있어 바람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보일 뿐 성령의 바람을 식별하고 그것을 타는 노력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된 목적 있어야
둘째는 목적이다. 어떤 목적을 위해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위의 프로그램들에 목적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합의된 목적, 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이 함께 바라보는 목적이 일관되고 일치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어느 본당에 가서 “이 본당 주일학교의 교육목표가 무엇입니까?” “주일학교 교육을 통해서 우리 학생들을 어떤 인간상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까?” 하는 질문을 했을 때, 본당에 있는 신부, 수녀, 교사, 학부모, 학생이 모두 아주 비슷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한 가지 전제는 그 대답이 ‘복음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익숙하지 못하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통해 어떤 (복음적)목적을 이루고자 하는가?” “우리 교구, 본당, 단체는 무슨 복음적 동기로 활력을 받아 움직이는가?” “나는 어떤 ‘이상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신앙에 헌신하는가?” “나는 우리 아이들이 주일학교를 통해 어떤 인간이 되길 바라는가?”
성령의 바람을 타는 일
교육은 바람, 즉 성령의 바람을 타는 일이지, 성령의 바람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령의 바람을 식별하고 그것을 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일을 위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 심지어 헌신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영적인 통찰력, 인내,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뚜렷한 복음적 목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결국 교회의 교육은 복음적 목적에 의해 이끌어 질 때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Education driven by the Gospel purpose should be successful).
최준규 신부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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