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애환의 삶 가난한 이 위해 봉헌
“같이 10여년을 살았는데 내평생 그런 짠순이는 처음이야.”“짠순이 시상식 있으면 원장님이 탄다니까.”
방구들에 모여 앉아 오순도순 험담(?)을 하는 할머니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작 얼굴은 웃음꽃이다.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을지 가늠도 안되는 짠순이 원장의 얼굴이 궁금했다. 그 때 복사꽃 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 할머니가 수줍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가평군 하색2리에 위치한 ‘예수의 집’ 원장 오영희(오틸리아.71.춘천 가평본당) 할머니. 오할머니는 현재 중풍, 전신마비 등 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할머니 10여명을 돌보며 여생의 사랑방을 꾸려가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할머니 역시 청각장애(3급)를 앓고 있다는 사실.
“그냥 어려운 사람들이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건데…뭘 이렇게 와서 사람 놀라게 해요.”
질문에 연신 손사래를 치는 오할머니. 살짝 훔쳐본 오할머니의 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완고한 교육자 집안의 8남매중 7째인 오할머니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세상에 나왔다. 부모님의 사랑이 오할머니를 제외한 나머지 형제들에게 골고루 퍼진건 당연지사. 결국 오할머니는 어린나이에 결혼을 했으나 결혼 한 후에도 양가의 반대가 심해 결국 3개월 만에 남편과 헤어졌다.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바로 이 때. 오할머니는 이후 남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에 소록도에 위치한 수녀원으로가 1년 동안 일을 배웠다.
그 후 전북의 한 성당에서 20년간 식복사를 한 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사당동에 사글세로 집을 얻은 할머니는 주변 동네를 돌아다니며 침을 놔주는 등 어려운 할머니를 돕기 시작했다.
그러한 선행 뒤 남은 건 악화된 건강. 결국 고향인 전남으로 내려갔으나 버려진 집들을 보고 어려운 이웃들이 떠올랐다. 당시 장계본당 오선기 신부의 도움으로 집을 수리한 후 병으로 고통받는 할머니들과 함께 살았다. 이후 오할머니는 파출부를 비롯해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했다.
오할머니의 억척스런 삶은 1999년, 현재 예수의 집이 위치한 630여 평의 땅을 매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2004년에는 토지와 예수의 집 건물을 춘천교구에 헌납까지 했다.
게다가 신자가 아닌 할머니들의 선교는 물론, 함께 생활하며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이 불쌍해 기일에 제사까지 지낸다는 오할머니의 모습은 마치 마르지 않는 자선냄비 같았다.
예수의 집을 나서는 등 뒤로 오할머니가 “나 한거 아무것도 없어요. 좋아서 하는 일이고 이 정도 자선도 안하는 사람이 어딨어요”라고 한 말이 아직까지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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