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주일 / 구세주 곧 오신다
주요내용 : 구세주께서 오실 날이 가까웠으니 희망을 갖고 기뻐하라
(마태 11, 2~11; 요한 1, 6~8. 19~28; 루카 3, 10~18; 로마 15, 13)
대림 제3주일은 입당송의 첫 단어를 따라 ‘가우데떼(Gaudete, 기뻐하라) 주일’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미사 제의도 자색에서 잠시나마 희망의 장미색으로 바뀐다. 어둠의 터널을 절반 넘게 지나고 있고, 터널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광명의 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우리는 아기예수님께서 오실 날짜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분을 만날 기쁨에 마음이 설렌다. 기다림은 이렇듯 기쁨과 희망을 가져다준다. 대림시기에 신앙인으로서 항상 지녀야 할 자세는 희망에 찬 기다림의 자세다. 희망과 기쁨으로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성실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신앙인들을 소개한다. 절망을 딛고, 오로지 곧 오실 아기 예수님만을 생각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한발한발 걸어가는 이들의 삶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신랑·신부 둘이 합쳐 ‘아홉 손가락’
“그래도 함께 있어 행복해요”
성탄을 기다리는 이주노동자 부부
이주노동자. 이젠 그렇게 낯선 말은 아닌 듯 하다. 꾸준한 관심으로 그들에 대한 처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속에서 소외받은 이들의 한 부류를 이루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묘셔우씨. 33세. 국적은 미얀마. 울레아씨. 32세. 국적은 러시아. 이들은 지난 11월 20일 수원교구 안산시 원곡성당에서 결혼했다. 신랑 묘셔우씨 손가락은 세 개, 신부 울레아씨 손가락은 여섯 개. 모두 합해 아홉 개가 고작이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었는데… 역시 혼자보다 둘이란 게 좋아요.” 묘셔우씨는 환하게 웃는다. 우울한 표정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다.
1995년 11월, 24살에 한국에 온 묘셔우씨. 온갖 궂은 일을 해 왔다. 가구공장, 봉제공장, 아파트 공사장 막노동, 신문배달, 주유소….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나름대로 꿈을 키우던 그가 시련을 맞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한 유통상가에서 프레스 작업을 하다 그만 손이 말려들어가 양손 엄지손가락만 남게 된 것이다. 다친 동료들을 도와주며, 통역 등으로 그들이 겪고 있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던 그가 덜컥 사고를 당한 것이다.
손가락 접합수술 전문인 한 병원의 도움으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식사라도 할 수 있도록 왼발 두 번째 검지 발가락을 떼내 왼손 중지에 이식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절망’이란 한국어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한동안 힘들어 하던 그가 삶의 의미를 되찾은 것은 병원에서 울레아씨를 만나면서 부터다.
한국에 온지 1년만인 지난해 6월, 인천 한 프레스공장에서 오른손 엄지를 빼고 나머지 네손가락을 절단 당하는 아픔을 겪고 있던 울레아씨를 만나 사랑을 키워 나갔다. ‘동병상련.’ 그래서 날이 갈수록 사랑이 깊어만 갔다. 함께 하고 싶은데…. 안산 가톨릭이주노동자사목센터(갈릴레아)가 중매에 나섰다. 두사람의 의견을 묻고 곧장 결혼 준비에 들어갔다.
많은 은인들이 나타났다. 서울 잠실본당의 한 신자가 뷔페를 마련해 주었고, 안산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는 웨딩드레스, 사진촬영, 신부화장 등으로 도움을 주었다. 원곡본당은 신혼여행을 못가는 신랑-신부를 위해 하룻밤을 묵을 수 있도록 근처 호텔을 잡아주기도 했다.
외국 땅에서 올리는 결혼식. 신랑이 손가락이 없어 신부가 반지를 끼워주지 못한 광경을 본 하객들의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두사람의 아픔을 잘 알기에 하객들은 행복하게 잘 살아가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너무나도 훈훈하고 감동적인 하루였다.
이주노동자사목센터 이니고나 수녀(010-7588-0731)는 “신혼여행을 보내주고 싶은데, 부산이라도… 혹 도움 주실분 계신가요?”라고 묻는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한국에서 맞이한 것 중에 가장 멋질 것 같아요. 왜냐구요? 아시잖아요.”
부부가 희망에 찬 목소리로 즐거움을 표현한다. 매일 부부는 묵주기도를 바친다. ‘희망을 갖고 살아가게 해달라고… 우리보다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동료들을 위해… 고향에 있는 가족을 위해….’
■‘가난의 그늘’ 속에도 할머니 사랑먹고 ‘쑥쑥’
소년소녀 가장 강봉구·희연 남매
“할머니, 힘내세요. 저희가 있잖아요….”
노랫말 ‘아빠’가 ‘할머니’로 바뀌었다. 아빠도 없고 엄마도 없다. 오로지 외할머니만 있다.
할머니하고 살아온 세월이… 희연이가 태어나면서부터니까 벌써 18년째. 강희연(안나)양. 엄마 얼굴도 모르고 컸다. 오빠 강봉구(도나토.20)군도 마찬가지다.
“큰 딸이었는데, 신랑이 속썩여 머리가 이상해 졌고, 급기야 집을 나가 버렸죠.”
할머니 이필립(안젤라.서울 난곡동본당)씨는 큰 딸 생각만하면 가슴이 미여진다. 사위가 알코올중독자라는 것을 결혼시키고 난뒤 알게 된 것. 맨날 밖으로만 나다니는 사위에게 젖먹이들을 맡겨둘 순 없었다.
“엄마-아빠 손잡고 가는 다른 집 아이들을 보면 괜스레 가슴이 아팠죠. 참 사연도 많았는데… 아무 탈없이 바르게 성장한 우리 봉구와 희연이를 보면 정말 대견스럽죠. 잘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했는데….”
할머니는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도, 손자.손녀 자랑을 빠뜨리지 않는다.
전산디자인고등학교 정보처리과에 다니는 희연양. 원래 꿈은 시인이란다.
하지만 취업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빨리 돈을 벌어 할머니 고생을 덜어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갈 준비를 하고 있는 봉구군. 안정된 직장은 아니지만 군대가기 전까지 나름대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엄마·아빠 사랑은 잘 몰라요. 하지만 우리 할머니 사랑만 할까요?”
봉구군과 희연양은 자신들을 ‘나 몰라라’ 하지 않은 할머니가 너무 고맙다. 어릴 때는 생각을 못했는데 크니까 이런 마음이 든단다.
단칸방 살이에,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가정이지만 단 한가지 넉넉한게 있다. 그건 바로 ‘희망.’
“봉구와 희연이를 보면 힘이 절로 납니다. 이것이 희망이고 기쁨이 아닐까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 곁에 계시는~ 성모 마리아…’. 가톨릭 성가 271장 ‘로사리오 기도 드릴 때’를 즐겨 부른다는 할머니는 묵주를 들고 열심히 기도하다보면 답답함이나 우울함이 금방 사라진다며 즐거워 한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어요. ‘예수님 탄생’이란 기쁜 소식을 전하는 시도 쓰고 싶고… 아마 가장 멋진 시가 될 것 같은데….”
희연양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아니 울 수가 없다. 할머니도 계시고, 오빠도 있고,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항상 함께 하시기 때문에 슬픔보다 기쁨이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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