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산타클로스
주요내용 : 예수님 탄생 예고와 그분이 누구인지 밝힌다
(마태 1, 18~24; 25, 31~46; 요한 1, 14)
기쁨과 희망, 평화와 행복을 듬뿍 갖다 주실 아기 예수님 탄생이 얼마남지 않았다.
곧 오실 예수님은 우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해 주실 분이며,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실 분이다. 왕중의 왕이면서도 쓸쓸한 외양간에 탄생하신 예수님.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을 좋아하시며 기쁜 소식을 그들에게 전하셨던 그분은 언제나 소외받고, 고통받던 이들의 편에 서 계셨다.
우리도 이러한 예수님이 걸으셨던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 주위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예수님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분께 향하는 우리의 사랑을 그들에게 베풀 때 비로소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실현하는 것이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여기에 드러나지 않게 ‘아기예수님이 곧 오신다’는 즐거운 소식을 전하고 있는 신앙인들이 있다. 인터뷰 요청에 “신문에 나면 ‘드러나지 않는 선행’이 될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하는 이 사람들을 “나눔의 삶을 알려 여러 신자들의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로 겨우 설득해 만났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작지만 의미있는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이러한 신앙인들의 모습을 통해 탄생하실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느껴보길 기대한다. 또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사랑의 소명’을 다시한번 깨닫길 소망한다.
■“예쁜 공주들, 소중한 선물이죠”
소외된 아이들의 엄마 강경자씨
성탄이 얼마남지 않은 12월 11일, 상처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서울 화곡동 젬마의 집(02-2690-8461)을 찾았다.
“흰눈이 기쁨되는 날/흰눈이 미소되는 날/흰눈이 꽃잎처럼 내려와/우리의 사랑 축복해”
‘러브송’을 부르는 예쁜 목소리들. 누굴까? 거실로 들어갔다. 고운 외출복을 입은 소녀들이 성탄 트리 앞에 모여서 노래하고 있었다. ‘아! 젬마의 집에 사는 귀여운 공주들이구나!’
“어서 오세요.” 강경자(젬마.45) 원장이 소녀들 틈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일산에 있는 홀트아동복지회 위문공연 준비하고 있는 거예요.”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 벌써 몇 년째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마음씀씀이가 참 기특하다. 자신들도 힘들텐데….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후원자도 줄어들고… 아이들한테 좀 더 많은 걸 해 주고 싶은데….”
탄식이 늘어지는 강원장. 아이들 걱정에 한시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충남 당진이 고향인 강원장이 성장기때의 신앙활동 주무대는 의왕 하우현성당. 본당 신부의 권유로 나환우 자녀들을 돌보면서부터 강원장의 ‘나눔 이력’은 시작됐다. 이 때가 1981년. 벌써 25년째다. 여러 복지시설에서 활동하다 젬마의 집을 설립한 것은 97년부터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 20명이 현재 이 집에서 생활한다.
강원장의 2003년은 아주 행복했던 한 해였다. 왜냐하면 젬마의 집을 새로 마련해 축복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김운회 주교(서울대교구)의 “힘내라”는 격려와 “평신도가 큰 일 했다”고 다독거려준 많은 이들이 있어 외롭지가 않았다.
“힘들지만 이 일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소명의식이 가득한 강원장. 물론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 기도도 그녀의 일상생활중 하나. 늘 기도한다. ‘나보다 항상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게 도와 달라’고.
하느님과 함께 또 하나의 버팀목은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정이 많았던 아버지는 집에 찾아오는 걸인들을 한번도 그냥 보내지 않았다. 쌀도 퍼주고, 밥도 주고…. ‘상에 수저하나 더 놓으면 되는데….’
아버지가 평소에 하던 말씀이다. 성당 활동도 열심이셨던 아버지는 늘 자녀들에게 “저 사람들도 모두 주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라며 “우리가 조금 더 가진 것뿐이지, 우리와 다를게 하나도 없다”고 말씀하셨단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떠 올릴 때마다 힘이 불끈 솟아 오른다.
“우리 아이들이 곧 오실 아기 예수님의 사랑의 손길에 흠뻑 빠져들면 좋은데….”
또 걱정이다. 아이들에게 성탄의 기쁜 소식을 어떻게 전할 것인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다는 강원장. “아이들과 함께 사느라 결혼이란 단어가 점점 더 생소하게 느껴진다”며 빙긋이 웃는다.
■“말벗되기는 기본 발마사지 목욕도”
말기암 환우의 영원한 친구 김기태씨
“기도와 봉사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분이죠.” “너무 편한 분이세요.”
“저희 마음을 잘 아세요. 그래서 너무 고마운 어르신이죠.” “헌신적인 분이시죠.”
김기태(바오로.인천 부평3동본당.69)씨를 두고 환우와 가족, 다른 봉사자들이 하는 말이다. 지난 1996년부터 말기암 환우들을 돕고 있다. 봉사 내역은 말벗 되어주기, 목욕시켜주기, 발맛사지 등 다양하다. 부천성가병원과 인천중앙병원이 주된 활동 장소.
“빈둥빈둥 놀다보면 쉬 늙어 버릴 것 같아 하는 일인데…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고….”
겸손해하는 김기태씨.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1980년 18년간 투병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대세를 받고 선종하신 아버지 모습이 너무 좋아 온가족이 바로 예비신자교리반에 들어갔다.
그러나 신앙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세례받은 그 다음해인 81년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 골절과 척추 부상이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장기간 입원 치료후 퇴원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어려움이 엄습했다. 아내와 함께 목발을 짚고 성당에 가다, 이번엔 아내가 넘어져 손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세례받은지 얼마 안돼 이런 사고를 연속 당하게 되면 보통사람들은 신앙에 대한 회의가 올 수도 있는데, 김씨는 오히려 이런 불운을 ‘하느님의 시험’으로 생각하고 신앙의 힘으로 이겨 내더군요.”
김씨의 대부 김진용 회장(한국순교자현양회 위원)의 말이다. 김회장의 말처럼 김씨는 신심이 무척이나 깊다. 그래서 그런지 말기암 환우들에 대한 배려도 깊다. 얼어붙은 환우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발마사지도 배웠다. 이렇게 신체적 접촉을 하다보면 서로간에 신뢰가 쌓여 쉽게 대화가 된단다.
환우들의 교리를 위해 평신도교리교사 교육과정도 이수했다. 지금까지 150여명을 교육했다. 말기암 환우의 나이는 대체적으로 많은 편이다. 비슷한 연령의 봉사자가 도와주면 편안해 한다. 그래서 김씨는 더 바쁘다.
김씨가 환우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 “세상살이 하면서 맺혔던 한을 툴툴 털고 가시길 바랄뿐이죠.”
공무원 생활 33년. 국무총리 표창(71), 대통령 표창(83년), 근정포장(96년)…. 김씨의 또 다른 이력이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의 봉사를 “공무를 하다 알게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한 보속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김씨가 후원하는 사회복지시설은 10군데. 모두 다 10년이상 장기후원이다. 봉사 시간도 더 갖고 싶고, 기도도 더 하고 싶은데…가끔은 속이 탄다.
“가장 훌륭한 봉사자가 누군지 아세요?”라고 묻는 김씨. “예수님”이라고 바로 답을 말해 버리고는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다. “예수님 치유의 손길이 이 세상 모든 환우들에게 도달하길 기도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