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정비’ 신호탄
교황, 아시시서 수도회 권한 축소
대수도원, 순명으로 복음화 다짐
교황, 자의교서 발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1월 9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기념일에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과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담은 자의교서(Motu Proprio)를 발표했다.
이 교서의 주요 내용은 첫째,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과 대수도원,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교황청 특사로 추기경 한 명을 지정하며, 이는 법적 권한 행사라기보다는 ‘가난한 성인’을 기억하는 거룩한 장소들과 사도좌간의 친교 관계를 잇는 도덕적 권한이라는 과제로 파견될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 ‘아시시-노체라움브라-괄도 타디노’의 주교는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의 꼰벤뚜알 사제들과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작은 형제들이 하고 있는 모든 사목적 일에 대해 교회법에 따른 법적 권한을 행사할 것이며, 셋째, 프란치스코회와 작은 형제회 사제들은 사목에서 이 주교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데, 움브리아주 안의 일은 움브리아 주교회의 의장, 더 넓은 범위에 있어서는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의 의견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 이들 대성당에서의 성사 거행에 관해서는 교회법 규정과 아시시-노체라움브라-괄도 타디노 교구의 현재 시행 규범들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11월 19일자로 아시시-노체라움브라-괄도 타디노의 새 주교로서, 세르지오 고레티(Sergio Goretti)의 후임자로 교황청 경신성사성 차관인 도메니코 소렌티노(Domenico Sorrentino) 몬시뇰을 임명했다.
수도회 권한 대폭 줄어
이러한 결정은 지금까지 아시시에서 해왔던 수도회의 폭넓은 권한에 선을 긋는 것이다. 이제부터 두 수도회는 모임이나 세미나를 개최할 때, 새 주교에게 허락을 요청해야 하며, 혹은 성격과 범위에 따라 움브리아 주교회의 의장이나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아시시 대수도원의 형제들은 교황의 이러한 결정에 전혀 토를 달지 않고 있다. 빈첸지오 콜리(Vincenzio Coli) 수도원장은 교서에 대한 여론의 빗발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11월 23일자 가제티노(Il Gazzettino)지를 통해 “프란치스칸 수도생활의 기준은 복음에 따른 삶이기도 하지만, 성 프란치스코의 태도와 가르침에 따른 교황과 그 분의 가르침에 대한 순명에 있기도 하다”며 “따라서 교황에 대한 순명에는 어떤 이의도 제기될 수 없다”고 여론을 일축했다. 그는 나아가 수도회는 더욱 “강력하고 역동적인 방법으로 계속해서 복음을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 인터내셔널(Rai International) 11월 20일자 방송은 “아시시, 새 주교가 프란치스칸들을 통치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도메니코 소렌티노 몬시뇰을 아시시의 새 주교에 임명하면서, 그를 프란치스칸들의 활동의 감독자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또 일 마티노(Il Mattino)지는 11월 20일자에서 “아시시, 프란치스칸들의 권한 정지”라는 제목으로 교황이 아시시 프란치스칸들의 권한에 한계를 두었다고 보도했고, 루니타(L’Unita)지 20일자는 “아시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진 수도회 형제들에 대한 보호권 행사”라는 제목으로 아시시 프란치스칸들의 축소된 권한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아시시 교구를 맡았던 세르지오 고레티 주교가 느꼈던 “지역교회는 지역주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한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주교는 아시시에서 행해지는 특정 계획을 신문보도를 통해 뒤늦게야 알게 되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며, 교황 역시 아시시 형제들에 대한 바티칸의 법적인 완전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베네딕도 16세 교황은 취임 이래 추진하고 있는 ‘교회의 재정비’에 의미 있는 첫발을 옮긴 셈이다.
김혜경(세레나, 평신도 신학자)
기사입력일 : 2005-12-18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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