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존재 자체에 대한 왜곡된 사고 사회에 만연
장애를 지닌 몸이지만 정상인 못지않은 삶에의 의지와 기쁨을 지닌 인물을 보여준 ‘말아톤’이라는 영화가 사람들의 눈가를 붉게 만든 적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정상인이 장애인의 역할을 대신했지만, 최근에는 실제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배우가 등장한 영화가 있어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장애인들도 저런 일을 할 수가 있네’라는 식의 놀라움을 표현하는가 하면, 어려움을 안고서도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노력에 감탄과 격려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놀라움과 감탄이 크다는 것은 장애인의 사회활동이 우리네 현실에서 그만큼 위축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여러 사회적 제약아래서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경제적 곤란 속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신체조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심리적으로도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니라 ‘부적당한’ 존재로 취급해버리는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산모의 경우, 병원에서는 의례적으로 기형아 검사를 하고, 또 산모들도 이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만약 검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이를 낳아 키우려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어딘가 몸에 이상이 있는 아기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답변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섬뜩하게도 생명체에 대한 선별작업인 것이다. 피조물인 우리가 또 다른 피조물의 존재여부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자격이라도 있는 것일까? 불치의 병을 정복하고 모두가 흠 없는 상태로 행복을 누리려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는 당연한 소망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인간이 완벽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발견하는 것은 인간 스스로의 손에 달려있다는 지극히 독선적인 사고로 치닫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프고 부족하고 누군가의 도움에 의지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해버리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왜곡된 사고가 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있음을 본다. 흠 하나 없이 완벽함만을 받아들이는 우리는 부족함과 불완전함, 그리고 고통이 주는 참된 의미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리가 따르는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 갈대가 상했다 해서 꺾어버리고, 심지가 꺼져간다 해서 끄는 분이 아니지 않으신가? 약한 자들 가운데서 누구 하나라도 잃기를 원치 않으시고, 오히려 그들 가운데서 자비와 사랑, 그리고 영광을 드러내는 분이 아니신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기적은 약한자들을 통해서였음을 알고 있다. 제대로 된 교회의 모습을 갖추기 전, 개인저택을 개조해 미사를 드리던 초기교회 시대부터, 병자를 고쳐주신 예수님의 모습을 벽면에 그린 것은 단순한 장식이나 지난 일에 대한 기억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와 의탁, 그리고 우리가 피조물임을 받아들이는 겸손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표시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구유 앞에 조용히 무릎 꿇고 아기로 오시는 주님께 여쭤보자.
조수정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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