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생명 흐름에 맞서 “생명수호” 한목소리
한국교회 첫 4개본당 ‘분할 공동사목’ 실시
청소년 문화공간 ‘주’ 개관…다가가는 사목
2005년은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기 위한 한국교회의 활동이 돋보인 한해였다. 과학과 지식의 오용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온 교회는 올해 다양한 모색을 통해 자신의 십자가를 드러냈다. 교회 내적으로는 내실을 다져가려는 노력이 엿보인 해였다. 지난 한해 한국교회의 주요한 흐름과 특징 중에서 ‘교회사목’ 부분을 정리한다.
강력한 생명수호 의지
올해 가장 두드러진 교회 활동 가운데 하나는 배아줄기세포 문제를 필두로 한 반생명적 흐름에 맞서 새로운 흐름을 일궈낸 것이다. 이같은 성과는 생명 담론을 압도하는 사회의 거대한 흐름에 거슬러 이 시대가 요청하는 예언자적 몫을 해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교회 곳곳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지만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2000년 처음으로 법 제정이 공표된 이후 숱한 논란을 일으켜오다 올 1월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과 관련, 교회는 생명산업계를 비롯한 대다수로부터 국가 미래의 발목을 잡는 집단으로 매도당하면서도 오히려 생명 수호의 깃발을 더 높이 올렸다.
교회는 올 초부터 생명윤리법 관련 헌법 소원에 힘을 모아 3월에 열린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주교회의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의지를 모아내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4월 5일 생명윤리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주교회의는 6월 4일자로 교리주교위원회와 사회주교위원회 등 2개 주교위원회가 직접 나서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해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생명수호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도 9월 3일 가톨릭대 성신교정 대강당에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가톨릭윤리’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마련, 생명윤리법의 모순을 지적하는 한편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비전과 연구 방향을 제안했다.
이런 일련의 노력 선상에서 서울대교구가 성체줄기세포 연구 지원에 발벗고 나서 생명과학을 둘러싼 논란에 신선한 충격을 전해주기도 했다.
서울대교구는 8월 11일 ‘가톨릭 세포 치료 및 연구 발전 방안을 위한 기구’ 구성을 위한 모임을 갖고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본격 지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이러한 모색의 결실로 10월 5일 ‘생명위원회’를 공식 발족시켜 성체줄기세포 연구 진흥과 발전을 위해 기금 100억원을 지원하고, 성체줄기세포 연구 관련 학술상인 ‘생명의 신비상’을 제정키로 했다. 이어 그 취지와 뜻을 널리 확산하고 생명을 향한 새로운 다짐을 위해 12월 4일 명동성당을 필두로 교구 내 전 성당과 전국 각 교구의 많은 성당에서 동시에 ‘생명의 날’ 행사를 열기도 했다.
또한 대구가톨릭대학병원도 12월 7일 성체줄기세포 치료센터 개소식을 가짐으로써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질환 치료에 새로운 희망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생명과학의 급속한 발달로 인간 생명의 문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려는 교회의 노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교회 내 생명과학, 의학, 생명윤리, 법 전문가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며 신자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생명윤리 교육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공동사목 새 지평 열어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은 사목 체계를 갖추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변화를 시도한 점도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본당 차원에서의 ‘공동사목’ 시행이라 할 수 있다.
2000년 대희년을 전후해 새로운 사목적 도전이 요구되는 한국교회의 대안으로 모색되기 시작한 공동사목은 몇 년에 걸친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각 교구에서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마산교구는 1월 15일자로 사파동본당에서 신월동본당, 창원 상남동본당, 토월본당을 분리 신설함으로써 한국교회 최초로 4개 본당이 한 성당을 함께 사용하는 ‘분할 공동사목’ 시행에 들어갔다.
‘찾아가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를 표방하며 봉사하는 교회상을 강조해온 의정부교구도 5월 26일자로 덕소본당을 본격적 의미에서의 공동사목 본당으로 삼고 구리본당을 비롯한 백석동.화정동.신곡1동.일산 본당 등 5개 본당에서 새로운 형태의 공동사목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적 사목 모델 개발에 한층 기대감을 더하게 했다.
서울대교구도 9월 22일 화곡본동·장안동·오금동 본당을 공동사목 본당으로 결정하고 답십리·신내동 등 31개 본당을 향후 공동사목 시범 본당 조사 대상으로 발표함으로써 ‘참여하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의 구현을 위한 ‘공동사목’의 첫발을 내딛었다.
가정간호, 전 교구로 확산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과 본당이 연계해 독거노인 저소득층 등 소외된 이들을 직접 찾아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간호사업’이 전국적으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사목 모델로 확산된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2001년 9월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에서 시작된 가정간호사업은 소외된 이웃을 직접 찾아 나섬으로써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교회 이념에 부합하고 교회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산과 대전, 수원 등 전국 각 교구로 확산되고 있다.
2003년부터 대전교구 10여개 본당에서 가정간호사업을 시범적으로 전개한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은 9월 1일부터 본당에 상주하며 활동할 가정간호사를 교구 내 3개 본당에 파견하기도 했다.
2004년 2월 가톨릭가정간호센터를 설립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현재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 내 49개 본당에 가정간호사를 파견하고 있다. 특히 센터는 이전까지 가톨릭대 강남성모·성모병원 등 산하 직할병원과 부속병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본당연계 가정간호사업을 가톨릭중앙의료원이라는 통합된 울타리에서 체계화시키고 사업을 전개하는 방안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가톨릭대 성 빈센트병원도 수원교구 각 본당과 연계해 가정간호사업을 하고 있으며, 7월 20일 망미성당 내에 가정간호사 사무실을 개소한 부산교구도 메리놀병원, 부산가톨릭대 간호대학 등과 연계한 가정간호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병원·본당 연계 가정간호사업이 확산 일로에 있지만 방문의료가 더욱 절실한 중소도시나 농촌·산간지역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교회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청소년사목 프로그램 확대
대구대교구는 8월 18일자 교구 사제인사를 통해 처음으로 5개 대리구에 청년·청소년 담당 사제를 파견했다. 이를 통해 대구대교구는 지역 내 청년들의 성서공부를 체계화하는 한편, 대리구마다 청년들을 위한 거점 본당을 확보하며 청년사목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다양성을 띠어가는 모습을 보여, 서울대교구 (재)서울가톨릭청소년회는 구립서초유스센터, 시립성동청소년수련관, 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등과 함께 7월 26∼28일 2박3일간 경기도 양주 한마음수련원에서 서울시내 중·고등학생 1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청소년 진로탐색캠프’를 열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는 9월 3일 서울 동성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청소년을 위한 순교자현양 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축제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해마다 행사가 열리길 소망해 청소년들이 목말라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시켜주었다.
서울대교구는 청소년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11월 12일 서울 중구 명동에 청소년 문화공간 ‘주’(Ju)를 개관, 청소년사목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보다 적극적으로 젊은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교구 교육국을 ‘청소년국’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유아에서 청년에 이르는 신자를 아우르는 통합 사목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청소년사목이 시작되는 본당 차원의 청소년 공간이 태부족한 것은 늘 문제로 꼽히고 있는 것이어서 교회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배려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복시성 및 현양운동
지난해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 124위의 시복재판을 위한 역사적인 교회법정이 개정된 데 이어 12월 3일 ‘하느님의 종’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한 조사 법정이 개정됨으로써 순교자 중심의 한국 교회사 흐름 가운데서 구원사·신앙사 중심의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찾아나갈 수 있게 됐다.
한편 기존에 진행해오던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 재판은 내년 1월에 열리는 제16회기 재판(증인 소환)으로 마무리되며, 2월부터 약 6개월간 법정 직책자(위원장 주교, 재판관 대리, 공증관)들의 순교터 및 무덤 방문 등의 현장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교구가 비록 외형적으로 떠들썩하지는 않더라도 신자들 기대에 부응코자 교구 쇄신과 변화를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는 점은 올 한해 한국교회가 보인 특징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