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해일·파키스탄 지진…나눔 잇따라
사립학교법 개정 저지 한목소리
고령화사회 따른 노인사목 모색
눈코 뜰 새 없었다. 해외원조, 민족화해, 사회복지…. 나눔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한해였다. 동남아 지진 해일에 대한 ‘나눔’으로 첫발을 내딛은 2005 한국교회는 올 한해도 이 땅의 수많은 ‘고통’에 ‘사랑’으로 응답했다. 사회적으로는 사학법 개정, 양극화 현상 심화 등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회 통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한해였다. 노인 사목, 빈곤 문제 등도 교회의 주요 관심사였다.
해외원조에 한마음
2005년 벽두. 교회는 그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다. 아픔이 컸기에, 그 아픔을 감싸는 사랑은 그만큼 더 위대해 보였다. 지난해 12월 말 동남아시아에 닥친 최악의 지진해일. 수십만명이 사망했고,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한국교회 신자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는 처참한 상황에 처한 이국 형제들을 위해 ‘30억여원’ 이라는 마음을 모았다. 불과 2개월여 만에 모인 정성. 한국교회 사상 단일 재난 모금액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큰 액수였다.
1월 25일부터 2월 4일까지 지진해일 피해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돌아온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박명근 신부는 “지진해일과 관련해 한국교회 신앙인들이 보여준 나눔은 종교를 초월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라며 “한국교회가 얼마나 사랑에 충만한 교회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카리타스를 통한 나눔도 여전히 활기를 띠었다. 한국 카리타스(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연초 방글라데시를 방문, 가옥 350채를 제공키로 하는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섰다.
또 12월 7일에는 국제 카리타스를 통해 긴급구호를 요청해온 라이베리아를 비롯한 콩고 우간다 잠비아 등 아프리카 대륙 9개국에 1만달러씩, 과테말라와 콜롬비아 등 남미 2개국에 각각 3만달러와 1만달러 등 모두 12개 나라에 총 23만달러를 지원키로 결정 했다.
이와 별도로 지진 피해를 입고 복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파키스탄에 약 16만5000달러, 인도에 5만달러를 각각 지원키로 했다. 사회복지위원회는 또 6월 20일 이라크를 집중 지원국으로 선정, 나눔 외연 확대에도 적극 나섰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도 5월 27일 2005년도 지원사업 원조금 전달식을 갖고 중국 연변 조선족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각장애인재활센터, 케냐 가정방문의료활동, 팔레스타인 교육사업 등 총 30건의 국내외 사업에 대해 총 5억4000여만원의 원조금을 전달했다.
가톨릭교육 정체성 위협
사립학교법 개정이 교계를 뒤흔든 한해였다. 아울러 가톨릭 종교교육의 정체성도 위협받고 있다. 교회는 지난해부터 사립학교법 개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톨릭교육재단협의회는 7월 26일 이사회에서 명칭을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로 변경하고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관련, 종교법인 학교들이 설립 이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교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결의했다.
또 11월 21일 정기총회에서도 사학법 개정 저지를 위한 지속적 연구는 물론 교장·교감단 연수, 종교·철학 교사 연수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가톨릭학교 교육자들의 가톨릭 정체성 인식을 위한 다짐도 있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12월 9일 열린우리당 주도로 개정법안이 통과되자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는 12월 14일 성명서를 내고, 강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가톨릭 교육의 정체성 확립이 가능할지, 또 가톨릭 종교교육 형태가 어떻게 자리매김 할지, 이 모든 질문의 답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사회복지 활동 활발
올해 사회복지계는 미신고 복지시설 문제, 교회 운영 종합복지관의 증가 및 활성화, 지역 사회복지 활동의 중요성 대두 등 급변하는 사회복지 환경 속에서 바쁜 한해를 보냈다.
‘가톨릭 사회복지 정체성’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나눔’은 여전히 올 한해 동안 가톨릭 사회복지계의 중요한 화두였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전진상복지관의원은 11월 12일 심포지엄에서 ‘가톨릭의 지역사회 의료복지 활동의 의미와 전망’을 다뤘다.
이밖에도 많은 세미나와 토론에서 가톨릭 사회복지 정체성 및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논의가 시도됐지만 당분간 이 두 화두는 가톨릭 사회복지계가 풀어야할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복지 사안별로는‘노인복지’가 부각된 한해였다. 서울대교구 사목국은 7월 15일 ‘고령화 사회와 가톨릭교회 노인 사목의 방향’을 주제로 포럼을 가진데 이어 11월 10일에는 노인사목부를 설립하고 초대 담당에 이성원 신부를 임명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동노인종합복지관도 1월 27일 국내 최초로 치매 케어 연구소를 설립, 노인 사목의 방향과 비전을 모색하고 나섰다.
또 서울가톨릭의사회도 7월 7일 ‘노인과 사회’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 노인 문제에 대한 교회의 관심에 동참했다. 종교간 연대도 활발했다.
가톨릭,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단은 6월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저출산 고령화 대책 시민 연대’를 출범시켰다.
빈곤과 사회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6월 25일 ‘빈곤 문제와 공동선 - 한국사회의 빈곤과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한 세미나를 열고 상대적 빈곤 문제에 대한 대응을 모색했다.
미인가 복지시설의 운영난, 그리고 교회내 복지시설 종사자의 처우와 전문성 문제 등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활동 의욕 소진(Burn-out)’ 문제도 논의가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족화해 노력 깊어져
갈라진 형제를 위한 교회의 노력은 ‘들뜬’예년에 비하면 한층 차분하고 진중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 보폭은 오히려 커졌다.
성 베네딕도수도회 독일 오틸리아연합회 및 한국교회 등이 함께하는 국제가톨릭의료봉사협회는 8월 5일 함경북도 라선시 연주동에서 라선 국제가톨릭병원 개원식을 가졌다. 북한 땅에 가톨릭교회 이름으로 대단위 의료 시설이 세워지기는 분단 후 처음이었다.
또 한국 카리타스는 9월 8일 평양 인근 농업과학원에서 씨감자 무균종자 배양시설을 세워 북녘 땅에 사랑의 씨앗을 심었다. 정의구현사제단도 1월 4일 어린이용 영양제 등 기초의약품과 수술보조기구 등 총 30억원 상당 물품을 북한에 보낸데 이어 3월 10일에는 비료 및 못자리용 비닐 총 1억2000여만원 상당 물품을 지원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도 3월 25일 북한에 못자리용 비닐 300톤을 지원했으며 천주교 한민족돕기회도 한국전쟁 발발 55주년을 맞아 6월 25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민족화합의 대미사와 북한동포돕기 걷기대행진’ 행사를 가졌다. 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도 4월 1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가톨릭회관 지점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 저금통’ 전달식을 갖고 형제 사랑에 본격 나섰다.
사형폐지 운동 박차
사형폐지 촉구 활동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활발했다. 국회가 2월 1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 법안 회의를 시작하면서 폐지 논의 물꼬가 트였다. 이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는 4월 20일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대회를 개최하는 등 사형폐지 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또 천주교 교정사목협의회도 4월 17일 사형폐지 입법화 촉구 성명을 발표했으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는 12월 4일 전국 각 성당을 중심으로 사형제도 폐지와 종신형제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또 12월 6∼7일에는 일본에서 열린 ‘인권과 사형을 생각하는 국제리더십 회의’에 참석, 사형폐지의 국제적 연대를 강화했다. 5월에는 영화 ‘데드 맨 워킹’의 실제 주인공이자 미국 사형수들의 대모인 헬렌 프리진 수녀가 방한 사형폐지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켰다. 양보할 수 없는 절대 가치, ‘생명’을 지키려는 교회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사진설명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긴급구호사업을 위해 파견된 박명근 신부가 3월 10일 현지 학교에 교복 등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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