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 심포지엄·독서운동 등 기획 돋보여
교황 선종·선출 계기로 대외홍보 중요성 인식
교회출판사, 이해추구 넘어 복음화 위해 연대
문화의 복음화라는 과제가 일선 사목 현장과 교회 사목 정책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한국 교회의 문화사목 영역은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져 나름대로 소중한 성과들을 축적하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제1회 한국 천주교회 전례음악 봉사자 대회 등 한국교회 처음으로 문화 기획들이 다양하게 시도됐고, 출판계에서는 ‘가톨릭 독서운동’이라는 교회 출판 및 독서문화 진흥 방안이 시도됐다.
◎문화
7월에 열린 ‘제1회 한국 천주교회 전례음악 봉사자 대회’는 전국 각 교구 교회음악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교회 음악 전반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 활동의 어려움 등을 되짚고 더욱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한 자리였다.
영상미디어 현주소 파악
매스미디어 부분에서는 한국교회 영화사목의 역사와 기여를 역사상 처음으로 영상미디어 활용 사목의 현주소를 제시하는 ‘교회와 영화, 회고와 전망’ 세미나가 마련돼 화제가 됐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서는 영상미디어를 통해 한국교회 문화복음화의 초석을 다진 임인덕 신부(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의 영화사목 정신을 기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또 영화가 ‘문화와 가치의 전달자’로서 현대인들의 생활과 사고에 큰 영향 밝히고 현대문화의 정화를 위해 올바른 영화산업 방향을 제시하고, 영화를 통한 복음화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그리스도의 수난’, ‘마더 데레사’ 등이 개봉돼 가톨릭 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성미술 심포지엄 개최
특히 올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과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선출 및 즉위 등으로 세상의 관심이 가톨릭교회에 집중되고, 그 와중에 교회의 홍보활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생겨났고, 이는 대외홍보시스템과 매스미디어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졌다.
성미술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기획으로는 ‘제1회 그리스도교 미술 심포지엄’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종교미술학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가톨릭대학교는 그리스도교 문화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그리스도교 미술 심포지엄’이라는 제목 아래 학술발표회와 십자가 초대전, 성화공모전 및 전시회를 펼쳤다.
한편 현대 한국화는 물론 한국교회 미술사에도 큰 영향을 끼친 한국화의 대가 장우성(요셉) 화백이 올해 초 선종했다. 장화백은 1949년 바티칸 국제성화미술전에 ‘순교자의 모후 3연작’을 출품하면서 교회와 깊은 인연을 맺은 작가로, 유품으로 한국교회에서 처음으로 ‘평신도 회장’직을 맡았던 순교자 정약종의 인장을 봉헌했다.
교회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제기된 한 해였다. 대전교구는 솔뫼성지 내에 김대건 기념관을 인천교구는 교구 역사박물관 설립 계획을 발표했으며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역사박물관이 제1종 전문 박물관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원로 대형기획전도 눈길
한편 이미 널리 알려진 성지 외에도 전주교구 전동본당이 전주시와 연계해 대규모 성역화사업의 하나로 교회사 사료전시실과 공원 등 열린 문화 공간 조성에 들어갔고, 횡성 풍수원성당 바이블파크 조성, 서산 해미읍성도 복원 등이 추진됐다.
교회 건축분야에서는 ‘가톨릭성당 건축전 세미나’를 통해 새 성당 건축 및 노후 성당 재건축의 대안으로 비용감소와 자원 및 환경보전을 극대화하는 ‘리모델링’을 제시했다. 교회 내 문화공간을 지역민에게 적극 개방하는 ‘문화의 복음화’ 노력도 꾸준히 이어졌는데, 교회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회 내 문화공연 공간에서 펼칠 우수한 공연 프로그램 개발과 연계에 더욱 전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올해는 천주교문화예술인교우회가 발족했고, 의정부교구 ‘한마음 전례무용단’도 창단 공연을 마련했다. 성경 말씀을 발송하는 ‘말씀 한 모금’ 모바일 서비스도 문을 열었고, 한국과 일본 성바오로 수도회는 전세계 가톨릭신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라틴어 전례 성가 기획음반을 공동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원로 미술가들의 예술인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기획전도 큰 관심을 모았다. 7월에는 최종태(요셉.74.서울대 명예교수) 교수의 예술인생 50여년을 한눈에 아우를 수 있는 ‘최종태 : 영원과 본질의 탐구’ 기획 초대전이 열려 총 400점 이상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며, 10월에는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작가인 윤명로(아우구스티노.68.서울대 명예교수) 화백의 40여년간 화업을 모은 대규모 기획초대전이 마련되기도 했다. 고 김종영(프란치스코.1915∼1982) 선생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행사도 국립현대미술관 등지서 다채롭게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미술관을 가득채운 대형전시회는 현재까지 운보 김기창(베드로) 화백과 이응노 화백 뿐으로 알려진다.
◎출 판
2005년 교회 출판계는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계기는 크게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수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독서운동의 바람이고 다른 하나는 교계 출판사들의 연대와 협력의 노력이다.
가톨릭 독서운동 후끈
2005년 한해를 뜨겁게 달군 독서운동은 단지 교회 출판과 독서문화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일선 사목현장에 다양하게 접목,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2003년 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의 독서운동에 이어 본지가 잠실7동본당과 공동으로 전국적으로 환산시킨 ‘가톨릭 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는 가톨릭 신자들의 ‘책읽기’가 결코 이상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른바 ‘공동체 독서운동’을 표방한 ‘가톨릭 독서운동’은 참여 연인원 2천여명에 달하는, 첫 시도로서는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물론 전체 신자수에 비해서 보면 미미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 정도의 인원이 연간 33권의 책을 함께 읽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로 한 해 동안 꾸준한 책읽기를 이어왔다는 점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특히 필리핀, 홍콩, 미국 등 해외 한인 성당에서 본당 단위로 참여하는 사례도 있어서 그 폭은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비교적 성공리에 이어지고 있는 독서운동이 주는 함의를 몇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천주교 신자들이 책을 멀리 한다는 생각은 편견이었다는 것이다. 적절한 동기 부여가 있다면 얼마든지 신자들이 책을 읽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그렇다면 교회 출판계와 사목자들은 지금까지 교회의 출판과 독서문화 발전이 미미한데 대해서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따라서 이제 독서운동을 통해서 확인된 신자들의 책읽기에 대한 관심과 의지에 주목하고, 이를 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교계출판사 연대 강화
올 한해 교회 출판계의 또 한 가지 커다란 변화는 교계 출판사들의 연대와 협력의 모색이 크게 강화됐다는 점이다.
가톨릭출판사와 바오로딸, 분도출판사, 생활성서, 성바오로, 성서와 함께 등 6개 주요 교계 출판사들은 5월 8일 홍보주일에 맞춰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동안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3층에서 교회 출판 대축제 행사를 개최했다.
출판 역사 전시회를 비롯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이 축제는 축제 마당 자체가 갖는 의미도 크거니와, 이 행사를 기획한 취지와 준비 과정, 그 성과에 있어서 교회 출판사들의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 영상시대를 맞아 종이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데 따른 위기감과 실제적인 교회 출판계의 불황, 개별 출판사가 감당하기 힘든 대규모 기획 출판의 필요성, 뉴미디어의 등장에 따른 새로운 출판 영역 개척의 필요성, 해묵은 유통과 홍보 문제의 타개 등 공동의 현안들이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새 성경 발간
2005년 교회 출판계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는 새 〈성경〉 발간이었다.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 개막에 즈음해 출판 기념회를 갖고 첫 선을 보인 새 성경은 무려 17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됐다.
새로 선보인 성경은 그간 사용해온 〈공동번역 성서〉가 신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역에 치중한 나머지 성경 원문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단점을 극복했다. 특히 수십 차례에 걸친 히브리어·그리스어 성서 본문에 대한 대조 독회와 우리말 독회를 거쳐 원문에 대한 충실성과 현대 어법으로서의 적합성을 함께 충족시킴으로써 한 단계 성숙한 교회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을 놓게 됐다. 이로써 한국 교회는 최초로 독자적인 완역 성경을 갖게 됐고, 하느님 말씀에 대한 열의와 관심이 한층 더 높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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