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 ‘희망’ 싹틔워
23건의 사연에 3억9천여만원 모여
일회적 실천 아닌 나눔 참의미 새겨
화수분(貨水盆)이라는 말이 있다. 안에다 온갖 물건을 넣어 두면 새끼를 쳐서 끝이 없이 나오는 보물단지란 뜻이다. 본지 연중기획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는 사랑의 화수분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사랑 나눌수록커집니다’라는 단지에는 독자들의 도움이 넘치고 넘쳐 커다란 사랑의 물결을 이뤘다. 일회적인 나눔이 아니라 한 해 동안 꾸준히 보여주신 자선의 실천은 가난과 병으로 신음하던 많은 우리 이웃에게 큰 힘이 됐다.
지난 일 년간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사연은 14건.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함께 전개한 ‘백혈병.희귀난치병 어린이를 도웁시다’까지 더하면 총 23건의 사연이 지면을 통해 소개됐다. 독자들의 관심과 나눔은 어느 해보다 높아 총 3억9천여 만원의 성금이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전달됐다.
한 해 동안 보내주신 사랑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본지는 이 시대 가장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나눔 실천에 앞장 설 것을 다짐한다.
치료 수술 후 호전
두 딸이 대·소변을 받아가며 정성스레 간호하고 있지만 수술비가 없어 애태우던 조성숙(아다)씨(3월 13일자).
심내막염 치료 수술을 받은 조씨는 현재 퇴원해 집에서 요양 중이다. 당시 걷지도 못하던 조씨는 이제 지팡이를 짚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호전됐다.
조씨는 남편 국동선씨와 함께 매주 성당에 다니며 도움을 준 독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태연, 보배 두 딸도 교리를 받고 몇 달 전 세례를 받았다. 국씨는 “아직 완쾌되지는 않았지만 당시에 비하면 몰라보게 건강해졌다”며 “이름 모를 많은 은인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엄마와 함께 웃는 얼굴로 독자들과 만났던 구한나(안나, 6월 26일자). 한나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걱정했던 합병증도 나타나지 않았고 뇌파검사 결과도 정상이다.
엄마 김세영(율리아)씨는 “좀 더 자라면 인조관 교체수술과 인공판막 삽입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수술을 받으면 정상 어린이와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달된 성금으로 그동안의 빚도 다 갚고 치료비도 보탠 김씨는 요즘 신문에 실린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연의 주인공들을 위해 적게나마 정성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사랑은 국경도 넘고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지면에 소개됐던 배종호씨(4월 24일자). 배씨는 사연이 나간 후 한 달간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더 받고 고향인 여수로 내려갔다.
현재 손과 가슴 등의 화상부위가 아직 다 아물지 않아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아내는 지금도 대리운전을 하고 있어 집안 사정은 예전과 다름없다.
하지만 화상의 상처가 아문만큼이나 배씨와 가족들도 삶의 희망을 찾았다.
예수회 오인돈 신부와 함께 고도난청치료 차 한국을 찾은 캄보디아 소녀 삐치싸양(9월 11일자)은 이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인공달팽이관 삽입수술을 받은 삐치싸는 현재 여성정신지체장애인 시설인 ‘맑음터’에 머물며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청력적응기간을 마치는 내년 4월중 캄보디아로 돌아갈 예정이다.
맑음터 권안젤리카 원장은 “시설의 다른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등 굉장히 씩씩하고 적응력이 빠르다”고 전했다. 맑음터 식구들과 예수회 수도자, 서강대학교 자원봉사자들이 삐치싸의 한국생활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혈육 하나 없는 땅에서 외롭게 투병 중이던 조선족 불법체류자 김성남씨(7월 31일자)는 치료를 마치고 고향 중국으로 돌아갔다.
보도 당시 몸도 가누지 못한 채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김씨는 현재 고향에서 재활치료 중이다.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호전된 그는 한국의 많은 은인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발작성 용혈빈혈로 골수이식이 급했던 서영순씨(11월 20일자). 현재 가톨릭대 성모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서씨는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골수를 찾으면 바로 이식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본지의 사연을 본 미리내 실버타운 거주 노인들이 성금을 모아 12월 21일 서씨 가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아버지 서흥석(바오로)씨는 “보도가 나간 뒤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연락을 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딸도 이제 의지를 갖고 치료를 받겠다고 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백혈·희귀난치병 돕기도
생명나눔 정신의 확산과 실천을 위해 전개한 ‘백혈병·희귀난치병 어린이를 도웁시다’ 캠페인도 알찬 결실을 맺었다.
12명의 환아 사연이 소개된 이번 캠페인에는 올 한해 모인 성금 3억9천여 만원 가운데 2억3천여 만원의 성금이 답지했다. 캠페인을 함께 한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이중 9천여만원을 환아 10명에게 전달했다. 나머지 성금도 올 연말까지 지원이 필요한 환아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환아가 많아 안타까움이 더 했던 이번 캠페인은 백혈병과 골수기증에 대한 교회의 인식을 바꾸고, 생명운동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투병에 이중고를 겪던 백혈병 환아와 부모들에게는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함께 나누면 행복합니다”
매달 한 번씩 본지 하단 광고란에는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성금을 보내주신 이름이 빼곡히 들어찹니다. 유명한 모델이 등장하는 어떤 화려한 광고보다도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적게는 만원부터 많게는 백 여 만원이 넘는 거금을 보내주시는 국내와 해외 독자, 그리고 공동체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직 우리 교회가 나눔의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는 2주에 한번 독자여러분과 교회 내 여러 기관 단체 종사자들의 제보로 전해진 우리 이웃들의 딱한 사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사 마지막에는 정성을 보내주실 계좌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계좌는 보도된 사연의 주인공을 위해 신문사에서 따로 개설한 것입니다.
보도 후 한 달에 걸쳐 모금한 성금은 사연의 주인공에게 바로 전달되며, 모금 내역은 광고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립니다.
본지는 가난과 병마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많은 이웃들의 사연도 접수 받습니다. 주위의 이웃이나 성당의 교우 중 신체적·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진설명
▶가마솥에 빠져 좌반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장희문군. 독자들의 도움으로 비행기표를 마련,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무료화상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위).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구한나 어린이. 치료 후 상태가 많이 좋아져 걱정했던 합병증도 나타나지 않고 뇌파검사 결과도 정상이다(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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