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속에 주님 사랑 체험했어요”
“신선한 피정과도 같은 체험이었습니다.”
지난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히말라야를 다녀온 홍창진 신부(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장)의 눈은 다시 자신이 올랐던 ‘세계의 지붕’을 헤매는 듯 잠시 흐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그와 함께 험준한 산맥을 누빈 이들은 일반인이 아닌 의정부 성모병원 백혈병 환자들의 산악모임인 ‘루 산악회’ 소속 7명의 환자들.
KBS 드라마 ‘장밋빛 인생’ 출연진과 함께 히말라야 등정에 나선 홍신부 일행은 3일 해발 1000m의 나야풀을 출발해 본격적인 산행에 올랐다.
“언제 생명이 꺼질지 모르는 이들이, 그만큼 생명에 대한 절박함을 지닌 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져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백혈병 환자들의 재활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나선 길이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원정이었다.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해발 3000m 이상 지역은 일반인도 좀처럼 도전하기 힘든 곳, 두통 증세와 함께 코피를 쏟는 이부터 수시로 토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의료진이 동행했지만 백혈병 환자들에겐 역시 어려운 고행길이었다. 일반인에 비해 이동속도가 절반에도 못 미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강행군을 해야 했다. 그런 속에서도 환자들은 글리벡과 이뇨제 등을 복용하며 산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서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이토록 생생하게 다가왔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환자들의 배낭을 들어주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면 부축하거나 용기를 북돋우며 닷새 동안의 강행군 끝에 7일 낮 12시15분(한국시간)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남면 베이스캠프(4200m)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교회는 세상에 어떤 희망을 주기 위해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가?”
환자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고자 히말라야를 찾았던 홍신부는 이번 원정에서 더 많은 십자가를 지고 돌아온 듯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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