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비리사학 잡으려다 대다수 건전사학 목 죄”
“개방형 이사제 도입되면 가톨릭 정체성 훼손 불보듯”
“강론자료 배포 등 부당성 홍보에 주력”
특유의 온화하고 조용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담고 있는 내용은 그 어느 때 보다 강하고 단호했다. “개악입니다.”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장 이용훈 주교. 평소 가난한 이웃, 소외된 이웃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표시해온 이주교는 12월 16일 수원교구청 주교 집무실에서 만난 기자에게 개정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체 사학 중 비리 사학으로 평가받는 사학은 1.7%에 불과합니다. 이 1.7%는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정부 차원에서 견제할 수 있습니다. 왜 98.3%에 이르는 건전 사학을 목죄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주교는 가장 먼저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 주교는 “이사회 구성원 중 1/4, 1/3이 아닌, 단 한 사람이라도 건학이념 및 학교 운영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 한다면 사학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주교는 더 나아가 “가톨릭 사학을 움직이고 운영하는 주체는 투철한 가톨릭 건학 이념 및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방형 이사제가 가톨릭 종교교육 및 그 정체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교는 또 사학이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만큼 설립자가 소유권을 전적으로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타당성이 없다”며 일축했다.
“정부가 사학에 지원하는 돈은 정부 돈이 아니라 국민들이 낸 세금”이라며 “국민이 교육을 받고 싶어서, 또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가에 납부한 돈으로 사학을 지원하는 정부가 단지 그 이유를 가지고 사학 고유 이념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말했다.
이주교는 더 나아가 “현재도 사학은 등록금 책정권 등 많은 운영 권한을 정부에 빼앗긴 상황”이라며 “정부가 등록금 책정권과 학생 선발권 등을 앗아간 실정에서 또다시 재산권 및 운영권까지 빼앗아 간다면 과연 사학이 존립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주교는 그러나 사학법 반대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타 종교 및 사학 단체와의 연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주교는 “세부적인 노선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연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우리는 단지 우리의 입장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교는 앞으로 일정과 관련 “우선 사학법이 왜 나쁜지 그리고 왜 문제가 있는지 신자들에게 그 실상을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법 철폐를 위해 세미나, 심포지엄, 기도회, 집회, 강연회, 강론자료 배포, 자료집 발간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학교가 학부모 및 교사, 시민단체 의견을 무시하고 독주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왜 모든 사학을 색안경 끼고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가톨릭 사학은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개정 사학법이 없어도) 학부모와 교사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며 최고의 인격과 가톨릭 정신(정의 평화 사랑)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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