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례와 신앙인의 자세
태양신 축제 반대해 25일로 정해
부활대축일과 함께 8부 축제 지내
거리마다 캐럴이 울려퍼지고 반짝이는 오색전구로 화사하게 단장한 가로수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성탄절이다. 놀이공원과 백화점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띄워 구매욕구를 자극하려는 성탄마케팅이 한창이며, 이러한 분위기에 들떠 도심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처럼 화려함 속에 자칫 들뜬 분위기로 넘겨 버릴 수 있는 성탄시기, 그러나 성탄축제의 참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는 먼저 성탄 전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성탄절의 진정한 주인공은 ‘아기 예수님’이다. 인간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세상에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내려오셨으며, 이처럼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신 하느님의 모습이 바로 성탄의 참 의미일 것이다.
성탄의 유래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날짜에 대해서 성서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다만 354년경에 기록된 ‘로마 연대기’를 통해 그 유래를 찾아볼 수가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12월 25일을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날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날은 원래 로마인들의 이교 축제인 ‘무적의 태양신’ 축제일이었지만 당시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퇴폐적인 태양신 숭배 축제에 빠져들지 않도록 같은 날 예수 성탄 축제를 도입했다. 물론 여기에는 ‘승리의 태양’(말라 3, 20)과 ‘세상의 빛’(요한 8, 12)인 예수님에 대한 그리스도교 신앙이 뒷받침돼 있었다.
크리스마스와 성탄 미사
크리스마스(Christmas)라는 말은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의 합성어로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이다. 흔히 크리스마스를 X-mas라고 쓰기도 하는데 X는 희랍어로 ‘그리스도’라는 말의 첫 글자인 키(X)자를 따서 쓴 것으로 이를 엑스-마스라고 읽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성탄 전례는 다른 때와는 달리 밤미사, 새벽미사, 낮미사 등 세 대의 미사를 드리는 특징이 있다. 세 대의 미사는 6세기 중반까지 형성된 로마 교황 전례에 따른 것으로 본래 교황 레오 1세 시대까지는 오전 9시경에 베드로 대성당에서 단 한 번의 미사만 드리던 것이 후에 밤미사와 새벽미사가 추가됐다. 하지만 현행 미사 경본은 이같은 세 대의 미사를 허용하되 이를 의무화 하지는 않는다.
성탄 8부
성탄 축일을 지내고 나서도 8일 동안 성탄의 분위기는 지속된다. 8부 축제는 7세기 이전에 부활 대축일에 국한돼 있었으나 신영세자들을 교육시킬 목적으로 많은 축일 뒤에 8부가 따랐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다시 축소돼 부활과 성탄 대축일만을 8부로 지내고 있다.
성탄 8부 중 성탄 후 3일은 당시에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첫 순교자인 성 스테파노(26일), 성 요한 사도(27일) 및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축일(28일)이 그것이다. 교회와 수도원에서는 이날 부제들(성 스테파노), 사제들(성 요한), 학생 및 사제직을 소망하는 어린 학생들(무죄한 어린이)을 위한 축제를 베풀었다.
성탄 다음 주일(성탄이 주일인 경우 12월 30일)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로 제정해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가정생활의 모범의 날로 지냈으며, 성탄 8부 마지막 날인 1월 1일은 ‘교회의 어머니이자 하느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를 기리기 위해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낸다.
8부 이후 성탄시기
8부 축제 이후 성탄시기는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우리나라에서는 1월 1일 다음에 오는 주일) 이전까지의 시기와 공현부터 주님 세례 축일까지의 공현시기로 구분된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예수성탄을 기리는 동방 교회의 축일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동방박사 세 사람의 방문으로 이방인들에게 당신을 드러내신 것, 이로써 온 백성에게 구원의 소식이 전해졌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이날도 성탄축일과 마찬가지로 본래는 이교도의 신 ‘에온’의 축제일이었는데, 교회는 이 날을 참 왕이시고 세상의 통치자로 오신 그리스도의 축일로 도입한 것이다.
예수님께서 태어나 세상 안에 처음으로 존재를 알리신 ‘빛과 계시의 축일’로도 불려지는 주님 공현 대축일은 구원의 뜻이 어느 한 민족, 백성, 시대에 머물지 않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짐을 드러낸다는 면에서 성탄대축일과 더불어 성탄시기의 또 다른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성탄시기의 마지막 날인 주님 세례 축일은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요한 세례자로부터 세례를 받았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가 이날을 성탄시기에 포함시키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기념일에서 축일로 등급을 올린 이유는 주님께서 처음으로 메시아로서의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님 세례 축일은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주일에 지내지만 내년(2006년)처럼 1월 8일이 주님 공현 대축일이면서 주일인 경우에는 주님 세례 축일은 그 다음 날(월요일) 지내게 된다.
한 해를 결산하며 성탄시기를 지내는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임마누엘의 참 의미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만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늘날 우리 곁에 오신다면 어쩌면 장애인이나 부모 잃은 어린이, 일거리가 없어 거리를 배회하는 실직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저 먹고 마시고 즐기는 화려하고 들뜬 소비적인 축제가 아닌, 인간을 위해 비천한 처지로 내려오신 하느님의 사랑을 본받아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참된 축제가 되기를 기원한다.
■재미있는 성탄 풍습 이야기
산타클로스 원조는 성 니콜라오
최초 구유제작은 성 프란치스코
트리의 푸른색은 ‘생명’을 상징
산타클로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데요~”
캐럴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산타클로스를 착한 어린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는 흰 수염의 붉은 옷을 입은 전설 속의 할아버지로 기억한다. 이같은 산타클로스는 4세기경 현재 터키 지역인 미라의 주교 성 니콜라오(St. Nicolaus)라는 실제 인물에서 유래됐다. 성 니콜라오는 라틴어로 상투스 니콜라우스(Santus Nicolaus)로, 영어권에서 산타클로스로 불려지게 된 것이다.
성 니콜라오는 평상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활동에 열심이었다.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세 자매에게 몰래 찾아가 빨랫줄에 걸린 양말 속에 선물을 넣고 돌아왔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이며 이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지게 됐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는 등 자선을 베푸는 성 니콜라오 주교의 모습 때문에 그는 서유럽에서 어린이들의 수호 성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핀란드의 북부 로바니에미에 있는 산타클로스 마을은 상상의 산타클로스를 그대로 재현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마을에서는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이 보내 온 편지에 산타클로스의 이름으로 답장을 보내고, 이곳을 찾아오는 어린이들과는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구유
성탄절이 다가오면 성당마다 아기 예수님이 태어난 마구간을 재현한 구유를 만드는데 온 정성을 드린다. 12월 24일 성탄 전야미사 때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구유에 아기 예수님을 안치하고 신자들은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며 인사를 드린다.
그렇다면 이러한 풍습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을까? 이같은 풍습은 가난과 평화의 성인으로 잘 알려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 그레치온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이 1223년 그레치오 성당에 최초로 베들레헴의 외양간을 본뜬 마구간을 만들어 공개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베들레헴에 성지순례를 가서 예수가 탄생한 말구유를 본 후 하느님의 아들이 가난과 궁핍 속에서 사람들에게 오셨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 즉 말구유에서의 예수님 탄생을 재현해 신자들에게 성탄의 신비를 깨닫게 하고 싶었던 것.
성인은 당시 교황 호노리오 3세(1216~1227)의 허락을 받은 후 구유를 만들었고 이때부터 구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작은 모형의 마구간을 만들어 그리스도 탄생을 경축하는 풍습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게 됐다.
크리스마스 트리
구유와 함께 성탄 장식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색구슬과 별장식, 반짝이 전구, 금실 은실로 장식된 트리와 트리 아래 선물은 따뜻함을 전하며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언제부터 성탄절에 나무를 장식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1600년경 독일의 실레트슈타트, 1605년경의 스트라스부르크 연보의 기록으로 보아 독일에서 처음 유래한 것으로 추측된다.
트리의 푸른색은 생명의 표시이다. 보통 트리로 쓰이는 전나무는 낙원의 나무를 나타내며 금종이로 만든 과일이나 각종 장식 등은 생명의 열매를 상징한다. 또한 초나 전구로 트리를 장식함으로써 ‘그리스도는 세상의 빛이다’라는 의미를 더욱 드러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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