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복음화에 교회미래 달렸다”
신자증가율 높지만 복음화율은 낮아
세계화로 지역교회 연대·협력 강화돼
제삼천년기 보편교회의 기대와 희망은 풍요로운 전통과 사상, 엄청난 인구가 집중돼 있으면서도 여전히 복음화를 향한 지난한 여정을 앞에 둔 아시아 대륙의 교회에 달려있다. 특히 아시아 교회들은 다양한 문화와 전통, 고난과 역경의 현실, 토착화의 과제 등 많은 면에 있어서 개별 교회들간의 긴밀한 교류와 협력, 연대의 노력을 그 과제로 부여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2006년 한해, 아시아 교회의 아름다운 연대를 지향하며, 그 일환으로 오늘날 아시아 교회의 현황과 과제들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제일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 땅에 심어지고, 제이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심어졌던 것처럼, 제삼천년기에는 이처럼 광대하고 생동적인 이 대륙에서 신앙의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FABC 제6차 총회 연설 중에서, 마닐라, 1995년 1월 15일)
아시아 중요성 두드러져
대희년을 준비하고 거행하면서, 아니 그보다 더 이전부터 세기의 전환과 새로운 천년기의 도래를 앞둔 보편교회는 아시아 대륙에 의미심장한 눈길을 주어왔다. 이미 1960년대 이후 신앙과 교회 생활에 참여하는 신자 수, 성직자와 수도자 지망자수가 격감해온 서구와 북아메리카 교회와 달리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의 이른바 제3세계 교회, ‘제3교회’는 제삼천년기 교회의 기대와 희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의 교회 통계를 보면, 아시아 교회의 중요성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2002년말 현재 전세계 가톨릭 신자 수는 10억7천여만명으로 17.2%의 복음화율을 보이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즉위한 1978년 이래 2002년까지 신자 증가율을 보면, 아프리카의 경우 무려 150%의 신자 증가율을 보였고, 아시아가 74%, 오세아니아가 49%를 기록했고, 아메리카의 경우에도 라틴 아메리카의 신자 증가율에 힘입어 45%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불과 5%에 그쳤다.
복음화를 향한 도전
하지만 같은 통계는 아시아 교회에 도전으로 파악된다. 그 성장세가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율은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2003년말 현재 아시아 대륙의 가톨릭 신자수는 1억 1266만 8천명으로 전체 아시아 인구의 2.9%에 불과하다.
유럽의 복음화율이 39.6%, 아메리카가 62.5%, 오세아니아가 26.4%, 심지어 아프리카 대륙도 16.9%인 것을 생각하면 아시아 복음화의 과제가 얼마나 긴급하고 지난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아시아에 집중된 인구는 전세계 총인구의 3분의 2 정도로 잡는다. 세계 인구를 2005년 7월 현재 약 64억5천만명 정도로 잡을 때, 아시아 인구는 43억명에 달한다. 결국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는 미래 보편교회의 운명을 좌우하는 최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는 그러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하나 같이 쉽지 않은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우선 종교와 문화 전통의 다양성은 아시아 교회가 참으로 아시아의 교회가 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토착화의 과제를 부과하며, 정치 경제적으로 만연한 빈곤과 불의한 억압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 후속 문헌인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는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서 아시아의 종교와 문화 및 백성들과의 대화,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증거를 강조한다.
공통의 과제들
아시아 대륙의 교회들은 매우 다양한 종교와 문화, 사회적 전통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각국 교회들은 몇 가지 공통의 과제를 지닌다. 우선 가장 요구되는 과제는 참된 아시아 교회를 위한 토착화이다. ‘아시아 교회’ 역시 토착화의 과제를 아시아 교회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문헌 ‘아시아 교회’는 21항에서 ‘교회의 선교 사명’을 인용해 “교회는 토착화를 통해 교회 자신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표지가 되고 선교의 유효한 도구가 된다”고 강조한 뒤, 토착화에 대해 “그리스도교가 여전히 너무 빈번하게 외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아시아의 다원 윤리적, 다원 종교적, 다원 문화적 상황에서 그것은 오늘날 특별한 긴급성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삶을 통한 증거”는 ‘아시아 교회’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복음화의 방법이다.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특히 자신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삶 속에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연대를 위한 노력
아시아 교회들이 함께 지니고 있는 공통의 과제들은 ‘친교와 대화’를 요청하며, 서구 중심의 신학 사상, 신앙과 교회 생활의 규범과 관례들에 머물지 않는 아시아인들의 참된 교회 모습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요구한다.
아시아 교회들은 점차 그러한 노력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기 시작했고,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통한 아시아 교회의 연대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특별히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를 중심으로 구체화되어갔다. 1972년 설립된 이 기구는 참된 ‘아시아 교회’가 되기 위해 아시아 교회의 주교들이 희망의 연대와 공동 책임을 강화하는 연합 기구로서 그 결의가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공동 책임의 정신으로 아시아 각 지역교회들이 따르고 있다.
가장 최근 지난해 8월 한국에서 가진 제8차 정기총회까지 각국 지역교회에서 교대로 총회를 개최하면서 아시아 교회의 신앙과 교회 생활, 소명과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그 성과를 각 지역교회의 사목에 반영해오고 있다. 아울러 FABC 산하 각 위원회들은 영역과 주제별로 다각적인 국제 모임을 진행하면서, 아시아 각국 교회간의 긴밀한 교류와 협력 방안을 모색해오고 있다.
오늘날 세계화의 추세는 아시아 교회들간의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실제로 아시아 각국 관계자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만 해도 최근 들어 이러한 국제적인 행사가 자주 마련됐다. 지난 1998년 경제위기가 아시아 각국을 강타했을 때, 22개국 1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아시아 경제위기와 교회의 역할’ 포럼을 비롯해, 2002년 교황청 종교간 대화평의회 아시아 자문회의, 2003년 AsIPA 제3차 총회, 2004년 FABC 제8차 총회까지 매년 굵직한 국제 행사들이 열렸다. 이러한 아시아 교회들의 교류와 협력은 보편교회 안에서 아시아 교회가 지닌 몫이 커지면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FABC(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는
1972년 12월 6일자로 교황의 인준을 받은 FABC(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는 참된 아시아 교회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아시아 교회의 주교들이 희망의 연대와 공동 책임을 강화하는 연합 기구이다.
이 기구는 서구 사회와는 상이한 종교 문화 전통과 정치 경제 사회적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아시아 교회들이 공동의 관심사와 사목 과제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한 교류와 협력의 주요한 도구로 그 역할을 해왔다
총회, 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 중앙 사무국 등으로 구성되고 중앙위원회 산하에 영역별로 위원회들이 설치돼 있다.
총회는 최고 의결 기관으로서 모든 회원 주교회의 의장과 대표 주교, 준회원, 상임위원 등으로 구성되고 4년마다 한 번씩 정례회의를 갖는다.
중앙위원회는 회원국 주교회의 의장으로 구성돼 정기총회의 의결 사항과 지시의 이행을 감독하고 상임위와 중앙사무국의 업무를 조정하며 2년마다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상임위원회는 아시아 각 지역 대표로 선출된 5명의 주교로 구성된다. 중앙 사무국은 상임위 직속 기구로 산하 기구들에 대한 협력 조정 기관이다.
FABC의 모든 위원회는 중앙위원회 산하 기구로서 중앙사무국을 통해 그 기능을 수행하는 전문 봉사 기관이다. 현재 선교 홍보 사회 일치 교육 평신도 신학위원회 등이 구성돼 있다.
1974년 대만 타이페이에서 ‘현대 아시아의 복음화’를 주제로 제1차 총회를 개최한 이후 지난해 8월 한국에서 제8차 총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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