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하나된 희망으로 보금자리 짓는다
이재민 쉼터 ‘쉘터’ 짓는데 30만원
10여명 가족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
【파키스탄 잠무 카슈미르 이승환 기자】“우리에게 식량과 옷, 그리고 집을 지을 수 있는 자재를 보내주세요. 만약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우리는 쉽게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간절했다. 해발 3000m 고지 싱골라(SINGOLA) 마을에서 만난 초등학교 교사 하니스 아샤드(Hanis Ashad.25)씨는 ‘누군가의 도움’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지진이 난 지 70여일이 지났지만 이제껏 어떤 구호단체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고립되고 소외당했다는 것은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가까스로 빠져 나온 ‘산 사람’들에게 더욱 큰 고통이었다.
파키스탄 군대가 보낸 사막용 텐트는 날이 갈수록 맹위를 떨치는 겨울 추위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바람만이라도 피할 거처를 마련하는 것도 문제다. 추위로 땅이 언 데다 자재도 부족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마을 사정은 절박했다.
싱골라 마을처럼 외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산악지역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텐트가 전달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 하지만 텐트만으로 보내기에는 겨울 추위가 너무나 매섭고 고되다.
텐트보다는 쉘터를
바그(BAGH)지역 코트리 켈리(KOTLI KERI) 마을에서는 이재민 쉼터인 쉘터(Shelter, 임시 또는 영구적인 거주 공간) 건축이 한창이다. 쉘터는 이재민들이 텐트보다 훨씬 안전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함석판으로 지붕을 얹어 내구성을 높이고 나무합판으로 벽면 작업을 했다. 쉘터 한 채를 짓는 비용은 한화 30여만원. 한 채에 두 가구 10여명의 가족들이 살 수 있다.
파키스탄 NGO인 PCSWHR(PAKISTAN COUNCIL FOR SOCIAL WELFARE & HUMAN RIGHTS)은 이곳에 이미 25채의 쉘터를 지었고 추가로 30채를 더 지을 예정이다.
PCSWHR 의장 누리(Muhammad Ijaz Noori)씨는 “추위가 더욱 심해지는 12월 말까지 쉘터 건축이 마무리 돼야하나 쉘터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 비해 정부나 구호단체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육이 진정한 재건
차창 밖으로 순식간에 지나쳤지만 정말 오랜만에 활기찬 모습을 봤다. 무너진 학교 옆 공터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교실에서 떼어 왔는지 의자에 걸쳐 놓은 칠판 앞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실도 없을 뿐 더러 여진의 공포로 아이들이 학교 안에 들어오기를 두려워하는 것도 야외수업을 하는 이유라고 현지 주민은 전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텐트를 임시학교로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푼치(POONCH)지역 바이바크(BAIBAKH) 마을. 마을 어귀 무너진 학교 옆 텐트에서 15명의 아이들이 수업 중이었다. 학교는 무너지고 집도 가족도 잃은 아이들이었지만 임시학교에 모여 책을 펴고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이 학교 교사 무쉬타크(Mushtaq.30)씨는 “이렇게나마 수업을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면서도 “가방과 신발, 옷이 없는 아이들이 많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 시내에 걸린 한 은행의 이재민 구호 캠페인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교육이 진정한 재건입니다’
‘아름다운 카슈미르를’
귀국길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서 한 파키스탄 청년을 만났다. 인천 계산동에서 5년간 일한 적이 있다고 밝힌 이 청년은 유창한 한국어로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도움을 준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국사람들 참 친절해서 좋아요. 나중에 파키스탄을 다시 방문하면 그때는 정말 아름다운 카슈미르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카슈미르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이 이름 모를 파키스탄 청년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지구촌 사람들의 하나 된 희망이었으면 한다.
오늘도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는 추울 것이다. 별을 보며 새우잠을 청할, 여진의 공포로 집밖을 떠도는 많은 이들이 히말라야에는 아직 많다.
종교 초월한 가톨릭교회 구호노력
지진으로 4만여 명이 숨진 AJK 무자파라바드시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가톨릭신자는 고작 19가구.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에서 가톨릭신자 찾기는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종교를 초월한 가톨릭교회의 구호노력은 피해 전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진 발생 초기 파키스탄 발라코트 지역에서 긴급구호활동을 펼친 바 있는 살레시오회와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파키스탄 지부는 현재 2단계 구호사업을 준비 중이다. 주 파키스탄 교황대사관, 예수회 등과 손잡고 총 13만8000유로의 예산이 소요되는 쉘터 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파키스탄 카리타스도 국제 카리타스와 협력해 발라코트 북쪽 산악지역 두 개 마을 재건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영구주택 설계·건축을 준비 중이다.
소수 종교인 가톨릭교회의 지진피해 구호 노력은 이슬람 문화가 뿌리 깊은 파키스탄에 가톨릭교회를 알리고 양 종교간 우호의 다리를 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
파키스탄 카리타스 구호·재건 담당 다얄(Eric F.Dayal)씨는 “이제까지 가톨릭 등 타종교에 매우 배타적이던 정부.군대와 함께 구호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지역별로 종교간 세미나가 열리고 평화위원회도 구성되는 등 이번 지진으로 인해 종교간 화합의 움직임이 물꼬를 트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이번 국제협력부 직원 파견결과를 토대로 보다 중?장기적인 이재민 구호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12월 말에서 1월 초순경 현지 NGO인 PCSWHR의 쉘터 건축사업에 미화 5만 달러를 지원한다.
쉘터 내에 설치할 수 있는 난로도 함께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현지에 봄이 시작되는 3월경부터는 파키스탄 카리타스의 영구주택 지원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 도움주실 분 02-727-2264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부
후원계좌 우리은행 454-005324-13-045 한마음한몸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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