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복(福)
“부~자 되세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무렵이 되면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복을 빌어주는 메시지들이 종종 배달됩니다. 대부분 “부~자 되세요!”라고 기원하는 메시지들을 보면서 한 해를 새로 시작하며 서로에게 감사하고 복을 빌어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빌어주어야 할 진정한 복(福)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첫 날 우리가 묵상하는 민수기(제1독서)에서는 하느님께서 백성들에게 빌어주라고 하신 복이 무엇인지를 들려줍니다.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백성들에게 빌어주라고 하신 세 가지의 축복은 하느님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빌어주어야 할 복(福)입니다.
첫째 ‘야훼께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시고 우리를 지켜주신다’는 것입니다. 신앙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지켜 주신다는 영적진실을 믿는 데서 출발합니다. 어렵고 힘든 세상살이에서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하시고 지켜주신다’는 사실은 믿는 사람은 이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희망을 안고 살아갈 힘과 여유를 축복으로 받게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야훼께서 웃으시며 우리를 어여삐 보아 주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영적진실에 대한 믿음은 그분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확신은 헛된 것들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줍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다는 믿음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기쁨을 주고 자유를 줍니다.
세 번째로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그분의 사랑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리는 가장 큰 축복은 ‘평화’입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됨으로써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자신의 욕심을 채움으로써,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이 가짐으로써 유지되는 힘의 불균형일 뿐이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위의 성과 같은 평화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이 세상이 주지 못하는 평화를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시고 우리를 사랑한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진정한 평화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그 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교회는 새해의 첫날을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 봉헌하며 평화의 날로 지냅니다. 목자들이 달려간 마구간의 구유에 누워계신 갓난아기는 진정한 평화를 갈망하는 세상에 참 평화를 주러 오신 분이십니다. 이 누추한 곳에 누워계신 가난한 아이의 모습 속에서 평화를 축복으로 받은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목자들은 이 초라한 마구간에서 그들이 바라던 평화를 발견했습니다. 이 아기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사실과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양하며 돌아갔습니다.
반면에 사람들은 이 모든 사실을 듣고서도 그저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인간은 평화를 진심으로 갈망하면서도 진정한 평화를 얻지 못합니다. 그것은 자기가 애타게 바라는 평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또 이 평화를 얻기 위하여 사용하는 방법이 평화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호기심과 욕심으로 뒤범벅된 갈망은 인간을 거짓 평화를 찾아 헤매고 방황하게 합니다.
“마리아는 그 일들을 모두 당신 마음속에 간직하여 곰곰이 생각하였다” 고 전합니다.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구세주의 탄생을 자신의 몸으로 겪어야 했던 성모 마리아가 ‘모든 일’들 앞에서 고요히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모습은 참 평화를 바라는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진정한 평화의 추구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고 그 평화를 주시는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신앙인은 모든 일들 안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고자 애씁니다.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를 찾기 전에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는 것이 신앙인의 삶이며 ‘하느님의 때’를 기다릴 줄 알고 그 때를 알아 볼 줄 아는 신앙인의 복(福)입니다.
새로운 날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한 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어떤 ‘바람’과 ‘지향’이 들어 있는지를 들여다보아야겠습니다. 새해에는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처럼 모든 일들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할 줄 알고 곰곰이 생각할 줄 아는 삶이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바라고 살아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시도록 성령께 청하며 새해를 시작합니다.
김영수 신부(전주 용머리본당 주임)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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