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나으면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의사 되고 싶어요”
4년 투병동안 빚만 남아
사글세 얻을 돈 없어
친척집 전전하며 생활
박춘화(인덕 마리아.45.인천교구 신천본당)씨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오는 길이었다. 무릎 관절이 다 망가져 걷기조차 힘든 박씨. 4년째 백혈병과 싸우는 아들을 업고 병원에 다니다 보니 온 몸에 성한 곳이 없다. 하지만 박씨는 무릎이 다 뭉개지는 한이 있어도 아들만은 살리고 싶다.
아들 종복(리차드.17)이가 고열에 피곤을 호소했던 것은 지난 2001년 9월경. 독감에 걸렸다고 생각한 박씨는 아들을 데리고 동네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열이 내리는 것은 잠시뿐. 주사를 맞은 곳에 멍이 들고 열이 더욱 심해졌다. 설마 큰 병은 아니겠지라는 기대는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종복이에게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다행히 이듬해인 2002년 6월 타인 간 골수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이렇게 조직이 일치하는 경우도 드물다며 곧 완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경과도 좋았고 후유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모자(母子)에게 더 큰 시련이 닥쳤다. 재발이었다. 희망이 컸던 만큼 절망의 골은 더욱 깊었다. 골수이식도 받지 못하고 오로지 약물치료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의료진의 말에 박씨는 울음이 복받쳐 말을 내뱉을 수조차 없었다.
모자(母子)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병원을 찾아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후유증으로 깡마른 아들을 업고 병원을 찾는 박씨의 정성을 하늘도 알았는지 이제 종복이는 학교도 다닐 수 있을 만큼 건강이 회복됐다. 병원에 가느라, 혹은 상태가 갑자기 나빠진 탓에 매일 가지 못하는데도 기말고사를 잘 치른 종복이를 보면 박씨는 대견스럽다.
하지만 아직도 박씨의 가슴 한 구석에는 짙은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종복이의 학교와 성당에서 많은 은인들이 정성을 모아 치료비에 보탰지만 지난 4년간의 투병생활은 박씨 가정에 빚만 남겼다. 그 흔한 월세 사글세도 얻지 못할 형편이어서 요즘은 친척집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종복이를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박씨는 일용직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700여 만 원이 넘는 카드 빚과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들지 모르는 치료비를 생각하면 박씨는 앞이 캄캄하다.
“종복이에게는 재발했다가 완치된 아이 이야기만 해줘요. 자신도 꼭 그럴게 될거라면서 나중에 효도하겠다는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미안한지 모르겠어요.”
종복이가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다. 자신처럼 아픈 아이들을 치료해 줄 수 있는….
※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702-04-107118 (주)가톨릭신문사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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