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안에서 우리교회의 과거·현재·미래 총제적 조명
우리 교회는 220여년의 역사 속에서 민족의 현실과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민족의 성숙에 기여해 왔다. 주지하듯이, 일본 식민지배 시기에 민족사에서 여러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었던 것이 사실이다(이에 관해서는 분도출판사에서 출간한 나의 작품, 〈신앙과 민족의식이 만날 때〉 등을 참조). 하지만 이러한 아픔을 간직한 우리 교회는 또다른 한편으로 조선 후기 사회의 민중이 세계의 존재를 새롭게 자각하게 하는 데 거간이 되어 주었다. 그리하여 조선 사회가 다른 문화와 종교 관습에 대한 관용을 길러갈 중요한 계기를 열어 주었다.
또한 1970년대부터 역동적으로 민중과 함께 인권 고양과 민주화 과정에서 나름대로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회의 합리성과 공동선 실천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일익을 담당하였다. 가톨릭 노동청년운동, 가톨릭 농민운동은 물론 광산 소비자 협동조합운동이나 신협운동 등을 통하여 우리 민족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존엄을 자각하고 공동선을 위하여 서로 연대하는 사회 기풍을 형성하고 또 뒷받침해 왔다. 이벽과 정약종, 정약용, 최양업, 안중근, 지학순 등의 투신과 활동을 통하여 세계 가톨릭 교회가 형성한 하느님과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신학과 영성 비전이 이 과정에서 얼마나 소중하게 작용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세계 이해를 담은 교리서와 성서 등을 번역하고 출판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시도하였고, 우리 글로 된 교리서 저술과 연도의 토착화, 천주 가사 문학의 형성을 도모해 갔다. 그리고 시대마다 다양한 형태의 체계적인 학교 교육과 민중 교육을 추구하였다. 이런 일련의 시도를 통하여 우리 교회는 끊임없이 민족 사회의 의식의 고양을 위하여 헌신해 왔다.
이런 틀 속에서 우리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기점으로 현대적 성격과 차원을 갖추는 가운데, 현대의 세계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교회 중의 하나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조선과 한국 가톨릭 교회의 매개를 통하여 세계의 영성과 지성이 이룩한 성과의 한 수혜자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 교회는 도시화와 민주화, 정보화, 과학화, 지식사회화 등의 흐름을 타고 격변하는 사회 현실 속에서 민족과 사회는 물론 특히 동아시아 사회의 복음화 사명 수행을 위대한 과제로 부여받고 있다. 이에 한국 사회와 교회의 관계에서 교회와 사회의 긍정적 변동을 선도할 사상과 영성의 천착과 소통이 화급하게 요청되고 있다. 이러한 과제에 직면하여 우리 교회의 과거와 오늘의 신학 현실과 미래 비전을 총체적으로 조명하고 이를 언어화하는 작업이 더욱 더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이런 과제를 내다보면서 이 역할의 일부를 가톨릭신문과 함께 수행하고자 이번 나눔을 기획하였다. 부디 우리 교회가 자기를 좀더 총체적인 관점에서 통찰하고 이를 계기로 미래의 자기 모습을 보다 더 유연하게 기획, 실현해 가고 세계 신학과 한국신학을 한국의 구체적 맥락에 근거하여 상호 소통시켜 가는 데 미력이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면 먼저 세계 가톨릭 신학과 한국 신학의 창조적 소통을 추구하려는 기본 정신을 그리스도교의 정체성과 한국의 주체성, 그리스도인의 복음적 사명과 한국 시민의 민족적 과제 인식을 상호 소통시킬 대원리와 연결지어 진술할 것이다. 이어서 신학의 존재 이유를 살펴보고, 여기에 비추어 한국 신학의 현주소를 점검하면서, 신학의 방법론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런 토대 위에서 한국적 신학 이해를 전개하고, 현대 사회 속의 교회 역할에 관하여 진술해 가기로 할 것이다. 선배와 동료, 국내외의 독자 제현의 질정을 보약삼아서, 그동안 익혀 온 신학 비전을 보다 더 충만하게 나눌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황종렬(미래사목연구소 복음화연구위원장)
▨ 1957년 1월 서울에서 출생한 황종렬 박사는 1980년 3월에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편입,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피츠버그의 뒤케인 대학교 신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미래사목연구소 복음화연구위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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