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선교 초기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살겠다고 작정하고 길거리로 나섰지만 문화적인 적응도 문제였고 무엇보다 언어 문제는 금방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선교를 온 이유가 여기에 있고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단지 열정만으로 길거리에 나섰다.
아이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나니 보다 나은 환경 개선을 위해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선 아이들을 데려다 씻기는 일부터 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을 놀게 만들었다. 텔레비전을 보여주고, 비디오를 보여주고, 머리를 깎아 주고, 신발을 때워줬다.
아이들 8~9명을 데리고 일거리를 주기 시작하였다. 운동장 바닥 정리 작업이었다.
아이들은 오전에는 공부하고 오후에는 작업하고 자기들이 만든 운동장에서 축구나 농구를 하고 맨홀로 돌아갔다. 그들은 이제 음식을 구하기 위해 여기 저기 다니지 않아도 되었고 훔치거나 구걸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4개월을 보내고 난 뒤 몽골 유목민이 사용하는 집 ‘게르’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건축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쉽게 짓고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저렴한 경비로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봉사자의 지도로 아이들과 함께 게르 네 동을 지었다. 그들은 스스로 자기 집을 만들었다. 물론 일에 대한 적절한 임금을 아이들에게 줬다.
아이들은 잘 수 있었고 먹을 수 있었다. 기술학교가 개학하면서 우리는 다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다행히 몽골에 거주하는 한 신자 분이 땅을 빌려 주셔서 그해 9월 말에 다시 게르를 지었다.
이번에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배치를 해 보았다. 게르에서 문만 열면 바로 바깥이라 바깥과 실내온도차가 무려 40~50도 이상 난다. 그래서 게르 3동을 모두 붙여서 복도를 내었다. 추위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교실만한 큰 게르는 따로 두었다. 둘레에는 나무 담을 쳤다. 이렇게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서는 기필코 이 아이들을 위한 땅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청으로 뛰어 다녔고 법무부에 가서 법인 설립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었다. 몽골 주교님께 간곡히 부탁했다.
이호열 신부 (몽골 돈보스꼬 청소년센터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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