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 엄격한 어머니에게 미사 빼먹고 회초리 맞아
처음 가톨릭신문에서 원고청탁이 들어왔을 때 많이 망설였다. 야구 얘기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신앙적으로는 하느님께 너무나 큰 죄를 짓고 살았기 때문이다.
신자 타대오의 삶은 부끄럽게도 ‘빵점’에 가깝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지만 주말에도 시합이 있어 사실 제대로 미사에 참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내 삶의 중심엔 항상 그분이 계셨음을. 주님께서는 늘 부족한 2%를 채워주시고 힘들고 지쳤을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다. 나는 확신한다. 그분이 나와 함께 계셨기에 오늘날 ‘선동열’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기도한다. 많이 부족한 타대오가 주님께 받은 충만한 사랑을 보다 많은 이웃들과 나누며 살게 해달라고. 이제 하느님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의 야구 인생과 신앙에 대해 글을 쓰고자 용기를 내어본다.
형제가 모두 유아세례 받아
나는 1963년 1월 10일 광주시 송정리에서 2남 2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적 추억을 떠올려보면 신앙적인 부분을 빼고는 사실 별로 할 얘기가 없다. 현재까지 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어머님이 계셨다.
어머니(김금덕.마틸다)께서 독실한 신자이셨기에 우리 형제들은 모두 유아세례를 받았다. 광주 원동성당이 나의 고향본당이다. 이곳에서 ‘타대오’란 이름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됐고, 어릴적 신앙을 키웠다. 타대오란 히브리어로 ‘사랑스러운 아이’란 의미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세례명이다. 어머니는 아마도 내가 먼훗날 프로야구 선수가 되어 이렇게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게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아셨던 모양이다. 초등학교 때는 가족과 함께 매주 성당에 다녔다. 시골 한적한 곳에 우뚝 서있던 성당과 십자가, 그리고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 주셨던 신부님과 본당 신자들….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어머니는 모든 일에 관대하셨지만 신앙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격하셨다. 당신은 주일미사뿐만 아니라 평일미사에도 매일 참례하셨다.
주일미사 빼먹던 날
아마 어릴적부터 성당에 다닌 신자들의 경우 나와 똑같은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름아닌 주일미사 빼먹기와 봉헌금으로 과자 사먹기 등이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해 어느 주일 나는 성당에 빠질 무모한(?) 결심을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잔꾀를 부렸다. 배탈작전이었다. 그날도 어머니는 성당에 가자고 하셨는데, 나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조금있다 출발하겠다고 얘기를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형과 누나들을 데리고 먼저 가셨다. 나는 이때다 하고 친구들과 정말 신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저녁 늦게서야 집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회초리가 눈에 들어왔다. 예상은 했지만 굳은 얼굴을 하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자 겁이 덜컥났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는 나를 조용히 부르시곤 아무 말씀없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참 후 종아리에 피멍이 들어서야 매를 멈추었다. 물론 내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그 때 그 순간에는 어머니가 정말 원망스러웠다. 도대체 미사 참례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혹독하게 매질을 하신단 말인가. 이런 원망을 안고 나는 일찍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어머니의 흐느끼는 울음 소리에 나는 잠을 깨고 말았다. 살짝 눈을 떠보니 어머니는 우시면서 피멍 든 내 종아리에 약을 발라주고 계셨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미사에 빠져 어머니를 슬프게 하는 일은 다시 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잠시나마 어머니를 원망했던 사실이 부끄러웠다. 지금은 하느님 품에 안겨 계신 우리 어머니. “어머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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