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라도 마주쳐야지”
눈여겨 보는 것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눈은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게 하는 창문이라는 말이기도 하고, 눈을 통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내다보는 통로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눈은 인간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을 드러내주는 몸의 가장 섬세한 기관 중의 하나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은 동경과 애정이 뚝뚝 흘러넘치지만 미워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은 서늘한 차가움이 담겨있습니다. 거짓으로 자신과 남을 속이는 사람은 차마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대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원하고 사랑하는 사람과는 눈이라도 한 번 마주치려고 애씁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은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을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똑같은 것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좋은 면을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부정적인 면을 봅니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담고 있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음속에 좋은 것을 담고 있는 사람은 같은 일을 두고 좋은 면을 먼저 보게 되고, 자신의 마음속에 부정적인 것을 담고 사는 사람은 부정적인 면을 더 눈여겨보게 되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내가 아는 청년 한 녀석이 찾아왔습니다. ‘신부님, 세상이 달라 보여요’ 그래서 그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다른데?’ ‘전에는 세상이 참 재미없게 보였는데 지금은 사는 재미가 나요. 아침에 눈을 뜨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사랑에 빠진 이 녀석의 눈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마음에 사랑을 담고 사는 사람들의 눈은 세상도 다르게 보이는 법이지요. 행복이 만발한 그의 얼굴을 보며 오랫동안 노총각 신세를 면치 못해 축 늘어졌던 그의 어깨가 펴진듯하여 나도 덩달아 기뻤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눈여겨봅니다. ‘눈여겨본다’는 것은 마음을 기울여 정성을 다해 대하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한동안 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이었던 유행가 중에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하는 가사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눈을 마주치는 일을 통해 맺어지고 깊어지는 것이겠지요. 오늘 복음은 서로 깊은 눈길을 마주친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소중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례자 요한은 그의 곁을 지나가는 예수라는 사나이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서슴치 않고 그분이 하느님의 구원이시라고 증언합니다. 나자렛 시골에서 올라온 한 청년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볼 줄 아는 요한의 마음속에는 구원에 대한 열망과 간절한 기다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일행에게도 예수님을 눈여겨볼 것을 당부하며 말하였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이제 제자들도 예수님을 눈여겨 보기시작하고 그에게 관심을 나타냅니다. 예수님을 라삐(스승님)라고 부르면서 그가 묵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묻습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자기 스승이 눈여겨보았던 분을 알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세례자 요한의 관심은 제자들에게로 이어지고 예수님은 그들의 관심에 “와서 보아라”하고 초대하십니다.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가 함께 묵고난 뒤 제자 중의 한 사람은 자신이 본 것을 또 다른 사람 시몬에게 전합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예수님을 눈여겨 본 사람들은 그분이 누구신지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안드레아가 시몬을 예수께 데려가자 예수님은 시몬을 ‘눈여겨보시며’ 그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십니다.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눈여겨보았던 것처럼 예수님도 당신을 찾은 이들을 눈여겨보시고 그들 안에 담긴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보십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새로운 차원으로 바꾸어 주시는 것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을 눈여겨 바라보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귀여겨듣는 것입니다. 사무엘이 단 번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마침내 엘리의 인도로 그 부르심에 응답했듯이, 예수님의 제자들이 ‘와서 보아라’하신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여 그분을 알아보았듯이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하느님께로 향하기만 하면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눈여겨보고 있습니까? 당신의 인생에서 눈여겨보고 사는 것은 무엇이며 눈여겨보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선한 마음으로 좋은 것을 눈여겨 바라보십시오. 좋은 것이 마음 안에 차오를 것입니다. 깨끗한 마음으로 참된 것을 눈여겨보십시오. 진실한 삶이 보일 것입니다. 지금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눈여겨 바라보십시오. 그 사람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날 것입니다. “무얼 찾느냐?”…“와서 보아라”(요한 1, 38. 39)
김영수 신부 (전주 용머리본당 주임.http://ww w.yongmeori.com)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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