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계신 하느님 말씀 읽으면서
각자의 소감 정리하면 보람 더 커
예수님에게서 복음서까지
우리는 복음서를 통하여 예수께서 선포하신 복음과, 복음으로 선포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복음서가 우리에게 전달된 순서는 거꾸로이다. 먼저 예수 사건이 있었고, 그 다음이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사람들의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다음으로 복음서가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우리가 복음서를 읽을 때는 신앙으로 해석된 예수 이야기, 시기적으로는 예수 시대와 초대교회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복음서는 현대의 창작물처럼 한 사람의 작가가 자신의 의도대로 써 내려간 책이 아니다. 복음사가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전해져 온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들을 공동체를 대표하여 기록하였을 뿐이다. 그러니 복음사가는 예수님에 대한 전기작가나 창작자가 아니라 여러 가지 전승을 일관성 있게 편집한 편집자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복음서에는 복음사가가 몸담고 있던 공동체의 체험과 관심사가 담겨 있다.
네 복음서는 적어도 40~70년 가까운 전승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데, 가장 먼저 쓰인 마르코 복음서가 서기 70년 경에, 마태오 복음서와 루가 복음서가 80~90년 경, 요한 복음서가 100년 경에 편집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복음서가 형성된 단계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예수께서 우리와 같은 역사적 존재로서 이스라엘이라는 구체적 공간과 특정한 시간 안에서 현존하신 시기이다. 예수께서는 서기 27~30년경 갈릴래아 주변에서 주로 활동하시다가 30년 4월 7일 예루살렘에서 돌아가셨다. 예수 친히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파하셨고, 제자들을 불러 가르치셨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셨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말씀으로 가르치셨을 뿐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으셨다.
두 번째 단계는 예수님을 직접 목격하고 함께 생활한 제자들이 예수님에 대해 전달하는 단계이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해 먼저 유다인들에게 그리고 이방인들에게 설교하였고, 새 영세자들을 가르쳤으며, 전례, 특히 성체성사를 통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을 찬미하였다. 아직 이 단계는 기억이 생생하고 글로 기록할 필요를 느끼지 않던 구전 시기였다.
그 다음 단계에 이르러서야 복음서를 쓰기 시작하는데, 이 단계는 직제자가 활동하던 시기보다는 그 후의 단계로 전승의 발전과정 중 맨 마지막에 해당된다. 예수 사건의 직접 목격자들이 사라져 갈 무렵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할 필요가 생겨났고, 개종자들이 몰려오게 되자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한 책이 필요하게 된 다. 또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기대한 것과 달리 예수님의 재림이 지연되면서 복음 메시지를 기록할 필요성이 커져 갔던 것이다.
숲을 보며 상상력 키우는 독서
이제 더 지체하지 말고 마르코 복음서 읽기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마르코에 의한 복음서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복음서 전체를 통독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작업일 것이다. 전체가 16장밖에 안되는 짧은 책이기 때문에 복음서 전체를 읽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소설책처럼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정신을 집중하여 천천히 숙독하여야만 이해할 수 있는, 같은 분량의 다른 책에 비하면 훨씬 밀도가 높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상세한 독서에 앞서 숲 전체를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마르코 복음서 전체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좋겠다. 성경을 읽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있는 그대로 선입견 없이 나의 맑은 눈으로 읽지 않고, 어디선가 들었던 지식이나 이미 갖고 있던 인상을 복음서에 투사하려는 태도이다. 성경은 죽은 책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이기에 그 누구도 의미를 장악할 수 없다. 자, 그럼 이제부터 성경이라는 책을 처음 접한 것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살며시 펼쳐보자. 그리고는 마치 주님께서 나에게 속삭이는 사랑의 음성처럼 들어보자. 한 주일 동안 마르코 복음서 전체를 읽어보면서 나름 대로의 소감을 정리해 본다면 그 무엇보다 보람이 클 것이다.
옆에 묵상 노트를 마련하여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적으면서 예수님과의 대화를 나눠보자.
1. 마르코 복음서 전체에서 받은 인상은?
2. 내게 가장 인상 깊었거나 흥미로운 대목은 무엇이었고, 이해가 안되는 대목은 무엇이었는가?
3. 마르코 복음서가 전해 주는 예수님의 모습은 어떠하였는가?
4.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걷는 여정의 행보를 따라가 보며,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은 누구였는가?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