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내색 않는 아이보면 제 가슴이 더 찢어지게 아파요”
다섯 식구가 월세방에서 어렵게 생활
아빠는 작업중 부상, 엄마도 간질 등 앓아
생활비는 고사하고 엄청난 병원비 막막
“눈 좀 떠봐. 명필아.” “명필아 밥은 먹어야지. 이제 그만 일어나.”
성모자애병원 중환자실. 머리의 반을 붕대로 덮고 있는 명필(4)이가 자고 있다. 그곳의 부산함 속에도 불구하고 마치 박제된 듯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명필이. 꿈속에서 인기척이라도 느꼈는지, 피곤함이 가득한 명필이의 눈이 스르륵 열린다. “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듯한 입술이 닫히자 다시 잠이 드는 명필이. 곁에 있던 오용렬(40).임안나(안나.34.인천 부평3동본당) 부부의 마음도 닫혀버렸다.
오씨 부부는 명필이를 비롯한 자녀 3명과 함께 경기도 부평에 위치한 허름한 월세집에서 단란한 삶을 꾸려왔다. 오씨는 주로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기 배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전기 기사. 일정한 수입이 없어 화물트럭운전을 부업으로 할 정도로 가족에 대한 오씨의 사랑은 지극했다. 특히 그는 미술재능이 남다른 명필이를 미술학원에 보낼 정도로 자식 사랑이 각별했다.
그러던 어느날, 명필이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무척 빨라졌다. 오씨 부부는 저녁 7시경에 잠이 드는 명필이를 보며 ‘저 나이에 피곤함을 느끼면 일찍 잘 수도 있겠거니’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학원을 갔다오는 명필이의 얼굴엔 늘 피곤함이 배어있었고 자는 시간도 점점 빨라졌다. 걱정이 된 부모는 결국 명필이를 소아과 진료를 받게 한 후 의사와 상담을 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온 오씨의 귓가에 의사의 말이 맴돌았다. “악성 뇌종양입니다” 오씨는 그때 ‘하늘이 노랗다’란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냥 울었다.
이후 명필이는 수술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고 1주일 후 악성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고통이 있을법도 한데 명필이는 괴로운 표정,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오씨의 가슴을 더 아리게 했다.
현재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명필이는 2차 수술을 앞두고 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 한 시름 놓았지만 오씨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은 이중, 삼중으로 쳐져있다. 부모 없이 집에 있는 두 아이를 위한 생활비를 제쳐두고라도 1차 수술비와 그 후의 물리치료와 재활운동비, 2차 수술비 등이 오씨의 어깨를 짓누른다. 게다가 오씨는 전기기사 일을 하던 중 팔을 다쳐 2달간 수입이 없었으며 아내 임씨는 약간의 정신지체와 허리디스크, 간질을 앓고 있어 평생 약을 달고 사는 처지다. 이들 가족에게는 절망이란 단어가 이미 친숙해져버렸다.
오씨 부부는 명필이가 의지할 곳은 하느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지난 5일, 병원 원목실에 요청해 명필이에게 병자성사를 받게 했다.
“주어진 대로 살며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너무 큰 시련을 맞았다”는 오씨. 이러한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는지 명필이가 감겼던 눈을 힘들게 뜨며 한마디 했다. “아빠,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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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일 : 2006-01-15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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